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을 뜻한다. 요즘 나의 일상은 일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 클래스 진행, 개인 코칭, 독서모임, 집필과 연구(라 쓰고 고민이라 말한다) 등 - 으로 채워져 있다. 직장인과 다른 것은 매일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것뿐 한 달의 활동을 돌아보면 거의 이 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일탈의 정의는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남,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을 뜻한다.
자우림의 노래 <일탈>의 가사에 등장하는 일상은 매일 똑같은 하루다.
지루하고 하는 일 없이 피곤한 것. 그에 반해 일탈은 화끈하고 신나는 일이라고 했다. 가사 속 일탈의 예로는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 점프,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 척 춤, 선보기 하루 전에 홀딱 삭발, 비 오는 겨울밤에 벗고 조깅' 등을 들었다. 훌쩍 여행과 번지점프는 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예들로 일탈하는 사람을 떠올려보니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긴 했다.
우리는 누구나 일상을 살아간다. 어렸을 때는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기를 바랐고, 가슴 두근거리는 익사이팅한 일에 관심이 많았다.
어른이 되고 보니 일상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것은 나의 일상이었다. 나를 지지해주는 것도 언제나 일상이었다. 나의 일상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가 내 삶의 질과 행복을 결정한다. 만약 내가 무기력한 태도와 게으름으로 일상을 보낸다면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그렇게 형성될 것이다. 나는 일상을 가능한 성실하게 보내고 싶다.
내가 반복하는 아침 활동은 강아지 루나를 챙기는 일, 마음을 정리하는 글쓰기, 지인들과의 안부 연락, 톡으로 수강생들의 활동을 점검하는 일 등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건강을 챙기고, 지혜를 채우고, 사랑을 표현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다. 이런 일들로 보낸 아침 시간은 후회가 없다.
나를 챙기는 일도 중요한 일상이다. 식사를 챙겨먹고,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하고, 보디 오일을 바르고, 메이크업을 하고, 드라이를 한다. 이 일들을 생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루 중 나만을 위한 시간에는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나를 나답게 평화롭게 하는 시간이다.
일탈을 꿈꾸었던 적도 있었다. 아니 사실은 지금도 종종 일탈을 생각한다. 새롭고 자극적인 일은 삶에 활력을 불러일으켜주기도 하니까.
평소의 나의 행동과는 다르지만,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활동으로 일탈을 정의해보는 건 어떨까. 삭발 대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헤어스타일에 도전한다던지, 번지점프 대신 클라이밍에 도전해본다던지, 할 일을 팽개치고 멀리 떠나는 것 대신 가까운 곳으로 하루 이틀 여행을 떠난다던지. (막상 쓰고 보니 이런 건 일탈의 범주에 들지 않는 듯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표현하는 행위들로 일상이 채워져 있으니 나는 꽤 오랫동안 일상을 더 좋아하며 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