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였다. 사회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사람들과 가까워 보인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당시는 외부 활동이 늘면서 나를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던 때였다.
인맥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정계, 재계, 학계 따위에서 형성된 사람들의 유대 관계>, <일자리와 관련해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라고 되어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인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는 형성해본 적이 없었다. 학연, 지연, 혈연은 더더욱.
유년기부터 초등학교 시절은 부산에서 보냈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는 겨우 두 세명 정도다. 남들이 선망하는 대학을 나오긴 했지만 유지하는 관계는 학과 동기 한명과 연극 동아리에서 함께 한 선배와 동기 몇 명 뿐이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내가 나온 대학의 이름을 떠올려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창업 초기에는 인맥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자신의 커뮤니티로 초대하겠다는 분들은 내가 모임에 나오기만 해도 비즈니스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모임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만남이 술자리로 이어지는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내가 교류하는 건 어렵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시선을 돌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았다. 독서와 글쓰기를 함께 하는 모임이었다. 관심 분야가 비슷한 사람과는 '아'하면 '어'하듯 통하는 게 있다. 사회적 지위나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
관심 분야가 비슷한 모임에서의 인연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내가 하는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관련된 일의 전문가로 나를 떠올리곤 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내가 일에 즐겁게 집중하는 모습을 기억했다. 나는 그렇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었다.
창업 후 만 십년이 지났다. 인맥을 만들기 위한 모임에는 나가지 않지만 아쉬움은 느끼지 않는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말할 수 있는 창구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 대신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바라는 인맥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는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그 에너지는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면서, 밥을 먹으면서, 함께 책을 읽으면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얻어지고 있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현재의 관계에 더욱 집중하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