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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스턴휴 Jul 04. 2022

일기-08

Wanderlust.09

2013년 포틀랜드 외곽....


그날은 왠지 일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리고 싶었다. 가끔씩 그런날이 있지 않은가...,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랑 어울리면서 더 자유로워지는 기분을 느껴본 사람은 알것이다. 빈슨과 앤디의 집은 복층 아파트 구조였다. 거기에 베카도 애완견인 시베리아 허스키까지 끌고 같이 왔다. 돈 없는 대학생들이 노는것이라는게 사실 어딜 가나 별 게 없다. 값싼 맥주를 계속 마시면서 엑스박스나 컴퓨터로 서로 대결하듯 게임을 하는 게 다다. 맥주를 마시면서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기업체들이 덩치가 커지면 어떻게 돈을 버는지에 대한 관념이 없었다. 내가 살던 포틀랜드는 완전히 Liberal과 좌파가 먹고 있는 곳으로 그런 풍조가 더 심하다지만, 여기 사람들은 로컬푸드에서 더 나아가 영적이고 미니멀한 라이프 스타일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 많다. 베카는 자기 몸만한 시베리아 허스키를 키우고 럭비부에 소속되있는 굉장한 톰보이라 할만한 여자애였다. 맥주가 4캔 정도 들어가니 나이키 욕을 엄청나게 해 댔다. 


"나이키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알면 나이키 같은 건 절대로 신지 않을껄? 나는 소위 글로벌 기업들이란 것들을 모두 혐오해."

"하지만 나이키는 값싸고 편안하고 신발 브랜드중에 나이키만한게 없는 것 같은데?"

"나이키는 전 세계에서 아동노동으로 버는 돈을 마지막으로 포기하는 곳일꺼야, 걔들 전부 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초등학교애들을 노동자로 쓴다니까?, 걔들 피와 땀으로 전세계 장님들 돈을 다 쓸어담지."

"흠.., 그런줄은 몰랐는데?"

"너는 계속 나이키 신어, 아무도 상관 안해, 난 그저 진실을 말해줄 뿐이야."


거의 십여년이 지난 지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도 회사를 다니고 소위 제조업에서 글로벌기업으로 이름 난 회사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알만한 정도는 됬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번쩍하고 광나는 새 상품만 보지, 절대 그 제조과정을 자세하게 알 수는 없다. 원리는 간단하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투입과 지출에서 최대의 이익을 남겨야 한다. 값싼 원자재, 값싼 노동력을 선호하는것은 당연지사다. 기업의 몸집이 커질수록 정도는 더 심해진다. 간단하게 살펴보자, 커피는 전세계적으로 인기있는 기호 음료이다. 하지만, 원재료인 커피콩을 생산하는 나라중에서 잘 사는 나라가 있는가 아니 하다못해 중진 개발도상국으로 쳐줄만한 나라가 있는가? 에티오피아, 예멘, 케냐, 과테말라 등등...에티오피아는 커피원산지이고 예멘에는 '모카'라는 항구가 있다. 우리가 자주 들은 '모카'는 그 항구이름에서 유래됬고, 예멘 커피는 최고로 쳐준다. 하지만 누구도 이 나라들이 잘 사는 나라들이라고는 말 할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원자재들이 아프리카에서 나온다. 나이지리아는 석유의 최대생산국 중의 하나이고,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코발트는 내가 알기론 전 세계에서 단 한곳,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광산에서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는 아직 이 나라들이 왜 개발도상국의 궤도에도 제대로 올라서지 못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두 개의 경로가 있을것이다. 원자재가 필요한 선진국의 정부나 기업들이 이 나라에 투자제안을 한다 --> 그 대가로 값싼 노동력과 값싼 원자재를 계약한다 물론 절대 공정한 계약은 아니다 하지만 이 나라들 대부분 자금이 궁하므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 이 나라의 부패한 관료들이 그 돈을 나라를 일으켜세우는데 투자 하지 않고 자기 잇속을 채우는 데 쓴다 or 이 나라가 발전하면 더 이상 체결된 계약으로 이익을 볼수 없는 선진국들이(원자재나 노동력이 비싸질 것이므로) 이 나라 책임자들을 매수한다 아니면 이들 나라 체제에 불만을 품은 단체들에 자금지원을 해 나라가 불안정하게 만든다. 내가 볼 때는 후자가 훨씬 더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항상 이 나라들을 불안정하게 보이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해결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을 것이다.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선택지를 다양하게 만들어주고(글로벌기업, 로컬기업, 로컬푸드, 로컬 마켓, 시장 등등), 원재자 나라들의 생산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의 공정한 분배를 관리, 감독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번째의 경우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있고, 요즈음엔 트렌드처럼 떠오르고 있어 나는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두번째의 경우는 국제적인 협력과 자각이 필요한 문제라서 그렇게 쉽게 인도주의적인 마음만으로는 해결할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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