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읽을 책을 찾아서.
2025년 12월 마지막주 주말. 제주에 사는 친구가 그 주말에 서울에 오게 되면서 집이 비었고, 난 그 집을 에어비엔비처럼 묵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가서 친구 얼굴도 보고 연말 제주에서 한해를 마무리할 기회였다. 그렇게 시작된 제주시 여행의 테마를 고민하다 최근 독립서점을 다녀왔다는 친구의 후기가 썩 마음에 들어 독립서점투어로 잡았다.
제주엔 재밌는 독립서점이 많다. 제주 독립서점을 찾다보면 늘 빠지지 않고 제일 많이 추천되는 곳은 ‘소리소문’이다. 여기는 주차공간도 크지 않은데 사람이 늘 많이 몰린다는 얘기가 있어 소리소문은 토일월 3일 중 그래도 평일이 좋겠다 싶어 월요일을 택했다.
2박3일간 방문한 서점을 정리해본다.
제주 제주시 신촌북2길 36 1호
펜션을 서점으로 바꾼 곳. 겉모습은 일반 집같은데 안에 들어가면 책이 가득하고, 2층에서는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여기는 스테디셀러나 최근 인기 있고 트랜드한 책들이 많았다. 여기서 발견한 2026년 읽을 책은 2025 노벨문학상 수장자의 책 ‘사탄탱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 양귀자의 ‘희망’, 그리고 핫한 여성sf작가들의 책 ’다시, 몸으로‘ 였다. 그리고 양귀자 책 한권을 구매해본다.
제주에 오면 무조건 들리는 식당이다. 고등어회를 처음 알게된 곳이고, 수도권에서 쉽게 먹지 못하다보니 제주에오면 꼭 찾게 된다. 예전보다 양이 줄었나.. 싶지만 그래도 늘 찾을 것 같다.
미영이네 근처인데, 저녁먹고 내일 아침 먹을 빵을 찾다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세상에… 소금빵도 밤식빵도 다 너무 맛있었다. 시간이 되면 다음날 또 가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아 또 못간게 너무 아쉬운 곳. 다음 제주를 가면 꼭 다시 가볼 곳이다.
2. 그림책방 벨벳왓
제주 제주시 송당3길 21-20 벨벨왓
여긴 계획하고 온 곳이 아니라, 도우보이 피자를 먹기 위해 갔다가 대기 시간이 있어서 그 사이 잠깐 근처 책방을 가겠다하여 들린 곳이다. 그림책에 큰 흥미가 없어서 그냥 구경이나 하자했는데 막상가보니 서점도 너무 이뻤고, 무엇보다 서점 주인 아주머니가 다정하고 친절하셔서 그 짧은 시간에 행복을 가득 안고 온 기분이었다. 여기도 2층으로 되어 있고 2층은 다락방같은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 난 제주 집을 빌려준 친구에게 꼭 주고 싶은 책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바로 ‘찰리맥커시’ 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의 두번째 책이 발간되었던 것! 여태 열심히 살아왔고 잘해내고 있는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 서울에 와서 나도 한권 구매하게된 책이다.
여기는 무조건 오픈런을 해야한다. 12시 이후에 오면 대기를 걸 수 있을지도 보장할 수 없다. 이곳은 포장이 안되고 무조건 먹고 가야만하는 룰이 있고, 먹다 남은건 포장이 가능하다. 메뉴도 시즌에 따라 변해서 여기도 역시 여력이 되고 오픈런할 수 있다면 다음 제주 방문 시에 꼭 한번 더 가고 싶은 맛집이다. 가게이름 그대로 ‘도우’가 정말 맛있는 곳. 대체로 1인 1판을 시켜서 먹고 두세조각 남겨서 포장해가곤 한다. 신기한건 콜라를 팔지 않는다는 것. 여기서 직접만든 음료를 주문해야하는데 그건 사실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제주 제주시 구좌로 53 제주풀무질
여긴 정말 운명같은 곳이었다. 대학시절, 학교앞에는 ‘풀무질’이라는 좁고 낡은 2층짜리 서점이 있었다. 학교에서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 지식인 느낌이 나는 사람들은 여기서 책구경도 하고 구매도 하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 두번 정도 가본게 다인 것 같은…) 직접 가든 아니든 이 책방은 학교 앞, 깨어있는 청년들의 상징같은 서점이었다. 그런 그곳이 어느 샌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다. 대학교 졸업생들에겐 엄청 충격의 소식이었다.
그랬는데 제주에 동명의 서점이 있다는게 신기했다. 독립서점 이름으로 ‘풀무질’이 잘 쓰이나보다 정도로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사장님과 대화해보니 이분이 그 대학로의 풀무질 사장님이셨던것! 서울에서 문을 닫고 제주에 독립서점을 여신거다. 이런 인연이… 사장님에게 나의 풀무질 추억을 공유하며 같이 사진도 찍고 책도 한 권 구매해왔다. 지성인의 상징이었던 서점이라 철학책을 구매해봤는데 사실 몇 장 읽고 지금은 기념품처럼 책장에 모셔둔 상태. 하지만 이 서점의 컬렉션은 이번에 들린 서점 중에 가장 좋았다. 페미니즘부터 철학, 인문사회, 시집까지… 일반 서점의 메인영역에 나오진 않지만 흥미로운 책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여긴 무엇보다 이 서점 마스코트 ‘광복이’가 있다. 문앞에서 망부석처럼 움직이지 않고 손님들이 다가와도 반기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무덤덤한게 이녀석의 매력같았다.
제주 제주시 종달동길 36-10
여기는 공간이 예뻤고, 책마다 서점 직원들의 추천사유가 정성스레 쓰여져 있는 곳이었다. 일요일 저녁, 문닫기 1시간 전에 도착해서일까. 책 선반에는 책이 많이 비어 있었다. 그래서 책을 구매해 오진 못했지만, 추천사유들만 남겨진 빈 선반을 보며 저 책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제철 재료로 만든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한치찜이 진짜 맛있었고, 같이 찍어먹는 장들도 다 색다르고 맛있었다. 나물의 모든 식감이 느껴지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간이지만 너무 맛있었다. 바다 바로 앞이라 바다를 바라보며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제주 제주시 저지동길 8-31
여행 마지막날 점심을 먹고 바로 들린다고 들렸지만 그 다음 예약해둔 장소까지 좀 거리가 있어서 정말 30분만 후다닥 둘러보고 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기서 책을 가장 많이 구매한 것 같다. 소리소문만의 에디션도 많았고, 같이 간 친구와 시크릿북 설명을 보고, 서로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생각하는 책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시간도 넉넉하고 이렇게 의미부여해서 한 권 한 권 사기 시작했다면 열권도 넘게 사올 뻔했다. 서점 안에 사람은 많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그래도 여유있게 둘러볼 정도였다. 사람이 많을 땐 줄서서 걷거나 어깨를 계속 부딪히며 걸어야 한다고. 이 서점은 제주갈 때마다 들려보고 싶다. 서점 밖의 마당 공간과 한옥의 건물도 운치있다.
이 외에 두 어군데 아주 작은 서점도 들려서 2박3일간 총 7개의 서점을 돌아다녔다. 평소 책을 그리 많이 읽지 않는데, 한 해를 시작하기 전에 독립서점을 도는건 다음 해에도 독서를 놓치 말아야겠다는 경각심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았다. 올해 말에도 또 시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