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베이글 그리고 1만보 걷기.
뉴욕에서 먹고, 걷고, 다시 먹는 하루는 생각보다 강렬하다. 거리마다 나를 유혹하는 식당과 푸드트럭, 다양한 인종과 스타일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이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운 도시가 된다. 2편에서 예술과 공원으로 감성을 충분히 채웠다면, 3편에서는 이 도시의 진짜 맛을 남겨보려 한다. 뉴욕 하면 떠오르는 음식, 그리고 그와 함께한 거리와 순간들.
1편
- 출발 전에
- 대중교통편
- 2025년 기준, 뉴욕의 쇼핑브랜드
- 브로드웨이 뮤지컬
2편
- 미술관과 써밋 전망대
- 1일 1공원하기
3편
- 피자와 타코 그리고 포터하우스 스테이크!
- 유명한 카페와 베이글
- 맨하튼과 브루클린 거리와 사진 명소
뉴욕에서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를 이야기할 때, 이곳을 빼놓고는 시작이 되지 않는다.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위치한 Peter Luger Steak House는 1887년에 문을 연, 말 그대로 뉴욕 스테이크의 역사 같은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분위기는 단호하다. 화려함보다는 오래된 나무 테이블과 묵직한 공기, 그리고 ‘우리는 스테이크 하나로 승부한다’는 자신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메뉴는 단순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선택을 한다. 포터하우스 스테이크 for two.
접시에 올라온 고기는 이미 한 번 더 완성되어 있다. 겉은 강하게 구워져 있고, 안쪽은 부드럽고 육즙이 살아 있다. 뼈를 기준으로 한쪽은 필레, 다른 쪽은 뉴욕 스트립 — 두 가지 식감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포터하우스의 매력이다. 여기에 함께 나오는 시그니처 스테이크 소스를 살짝 곁들이면, 고기의 풍미가 또 한 번 살아난다. 뉴욕에서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먹었다’는 기억은 아마 이곳에서 가장 또렷해질 것이다.
그리고 테이블마다 담당 웨이터가 있는데 우리 테이블은 유머감각도 풍부하고 친절한 노년의 멋진 웨이터분이어서 너무 기분좋게 먹고 왔다. 팁을 안줄 수가 없을만큼 먹는 행복 외에 이 레스토랑을 즐길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감사했다. 블로그 후기에서는 동양인을 차별한다거나, 웨이터분들이 친절하지 않다거나 하는 얘기가 있었는데 전혀 그런 기색은 느끼지 못했다.
예약은 https://peterluger.com/pages/locations-reservations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라스베가스와 도쿄에 지점이 있는데, 의외로 도쿄가 더 비싸다는 사실!
맨해튼 내에는 Joe's pizza 집이 여러 군데에 있다. 그 중에서 그리니치빌리지의 작은 골목에 자리한 Joe’s Pizza는 뉴욕 스타일 피자의 아이콘 같은 곳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에도 나왔던 이곳은 1975년부터 한결같은 클래식 슬라이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종이 접시에 올려진 치즈 피자 한 조각만으로도 충분히 ‘뉴욕에 왔구나’ 싶은 느낌이 든다. 얇고 접히는 크러스트,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토마토 소스, 씹을수록 고소한 치즈 조합은 바로 그냥 뉴욕의 맛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 을 먹고 있었는데, 난 평소 좋아하는 페퍼로니를 시켜보니 생각보다 짠 맛이 강해서 기본을 먹는게 좋을 것 같다.
그 외 피자 맛집들.
피자가 맛있기로 유명한 장소는 뉴욕 곳곳에 펼쳐져 있다.
가본곳
- Artichoke Basille’s Pizza: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보고 나와 피자를 먹기로 했는데 밤 10시에 문을 연 피자집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브로드웨이쪽 Joe's pizza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고... 그래서 선택한 이곳은 개인적인 취향으로 Joe's pizza보다 더 맛있었다! 1인 1조각을 먹었는데 더 사올걸 하는 아쉬움이...
안가봤지만 서치를 통해 알게된 곳
- Lombardi’s: 미국 최초의 피자집 중 하나로, 전통적인 뉴욕 스타일을 보여주는 장소.
- John’s of Bleecker Street: 1915년부터 전통적인 화덕 피자를 구워온 역사 깊은 장소. 조각이 아닌 파이 단위로 즐기는 진짜 피자를 경험할 수 있다.
- Juliana’s: 브루클린의 인기 장소로, 얇고 바삭한 크러스트와 신선한 토핑이 잘 어울린다.
뉴욕의 피자는 그냥 음식이 아니라 거리와 시간의 맛이 녹아 있는 한 조각이다. 빛바랜 벽돌 건물 사이로 피자 박스를 들고 걸어가는 것 마저 뉴욕같은 느낌이다.
이번 여행에서 두번이나 찾아간 맛집 중의 맛집. 로스타코스는 가격도 합리적이고 맛도 있는데, 정말 멕시코의 느낌 가득한 바이브가 있어 잊을 수 없는 식당으로 기억된다. 늘 사람이 많고, 그래서 또 기다리게 되지만, 막상 타코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 모든 과정이 이해된다.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러 가기 전에 빠르고 간단하게 먹기 좋은 위치에 하나가 있고, 밋패킹스트릿 근처에 있는 첼시마켓에도 있다.
단연코 먹어봐야하는건 '옥수수 또띠아' 다. 기본적인 밀가루 또띠아도 맛있지만 옥수수 또띠아는 어디서도 쉽게 먹어볼 수 없는거기도 하고 진심으로 맛.있.다. 개인적으로는 Carne Asada (소고기 타코)가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추천한다. 불맛이 살아 있는 소고기와 고소한 옥수수 또띠아의 조합은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맛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멕시코 콜라와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
뉴욕은 커피 한 잔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거의 매일 커피 한잔을 좋아하는 카페나 베이글가게를 들렸던 뉴욕여행. 반드시 가봤으면 하는 곳들을 정리해 본다.
뉴욕의 파이낸셜 스트릿에는 콘웰카페가 있지만 각잡고 찾아가지 않으면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수상스러운 건물의 문을 연 순간, 시간여행하는 듯한 세계가 펼쳐진다.
Conwell Coffee는 원래 1930년대 아트데코 양식의 은행 건물이었던 곳을 그대로 살려 만든 카페다. 외관만 보면 이곳이 커피숍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만큼, 입구부터 은행의 원형이 남아 있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내부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 원래 은행 금고 자리에 남아 있는 구조물, 클래식 아트데코 장식 등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은 영화 촬영지로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일도 하고 회의도 하는 듯한 느낌.
리뷰를 보면, 많은 방문객이 이곳의 아늑하고 넓은 내부 공간, 독특한 분위기, 그리고 커피 퀄리티를 가장 먼저 언급한다. 특히 건물 안쪽의 오래된 은행 금고나 원형 기둥은 사진 명소처럼 느껴져, 그냥 커피 한 잔보다 공간 전체를 즐기러 오는 듯한 경험을 준다.
뉴욕 브루클린, 덤보를 가는 길에 눈에 띄는 카페가 있어서 들어간 곳이 데보시온이었다. 여기를 원래 알던 곳이 아니었음에도 나를 자연스레 이끄는 외관과 아우라가 있었다. 이렇게 윌리엄스버그와 그 주변을 걸어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추게 만드는 Devoción이다. 이곳은 단순한 커피숍이 아니라 사진과 휴식, 그리고 커피 경험 자체가 되는 장소다. 많은 현지 방문객과 여행객이 브루클린 일정 속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이유가 분명한 곳이다. Devoción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커피의 신선도다. 이 카페는 콜롬비아 농장에서 직접 수입한 원두를 사용하며, 로스팅 후 빠르게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Farm-to-Cup’ 접근 방식 덕분에 커피 맛이 밝고 풍미가 살아 있다는 평을 받는다.
평소 두유를 잘 못먹는데(소화가 안됨...), 여기의 오트밀크라떼는 인생라떼라는 후기들을 봐서 이걸 한번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고소함이 남달랐달까. 모두에게 추천하는 메뉴다.
이곳은 뉴욕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방문했던 카페다. 뉴욕에도 여러 지점이 있는데 내가 간 곳은 맨하튼에 있는 에이스 호텔점이었다. 여기서의 순간은 '아 내가 정말 뉴욕에 왔구나'를 바로 깨닫게 해준 분위기로 가득했다. 그래서 더욱 잊을 수 없는 카페.
Stumptown Coffee Roasters는 미국 커피의 ‘세 번째 물결(Third Wave)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1999년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다. 전통적인 대형 체인과 달리, 좋은 원두와 정교한 추출 과정, 그리고 커피 자체의 깊은 맛을 중시하는 철학으로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Wikipedia
Stumptown은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설립 초기부터 직접 원두 거래를 하고, 품질 높은 커피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철학을 견지해왔다. 이 브랜드는 특히 콜드브루 커피의 대중화 및 상품화에서도 선구자로 꼽히며, 다른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와 달리 로스터가 직접 카페를 운영함으로써 커피의 품질과 경험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에 위치한 이 카페는 영화 '인턴' 에 나온 카페로 유명하다. 이카페는 영화 인턴을 좋아해서 들렸는데 실제 캐주얼하고 힙한 분위기도 좋았고 카페 인테리어도 너무 멋있었다. 영화 인턴과 비슷하게 노트북을 하는 젊은 청년과 동네 할아버지도 같이 다니는 카페같았다. 커피 맛도 괜찮았으니 한번쯤 들려보는 것 추천.
Tompkins Square Bagels은 뉴욕에서 베이글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 중 하나다. 이스트빌리지에 위치한 이 베이글 가게는 늘 줄이 길지만, 그만큼 베이글 본연의 완성도로 인정받는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티모시 살라메의 단골집이라고 하니 더더욱 이미 맛있는 느낌.
이곳의 베이글은 겉은 단단하고 속은 촉촉하다. 물에 한 번 삶아 구워내는 전통적인 뉴욕 스타일을 고수해, 한 입 베어 물면 밀도 있는 식감이 느껴진다. 특히 크림치즈 종류가 압도적으로 다양하다. 스캘리언, 시나몬 레이즌, 할라피뇨, 허니월넛까지 선택지가 많아 고르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여기서 베이글을 사다가 톰킨스 스퀘어 파크에서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나도 그랬음). 뉴욕에서 처음알게된 Lox with cream cheese와 에브리띵 베이글의 조합은 무엇도 부럽지 않은 맛이었다. 베이컨 에그 앤 치즈도 강추. 베이글 반을 나눌 때 노란 치즈가 녹아서 늘어지는 그 비주얼은 잊을 수 없다.
Broad Nosh Bagels은 센트럴파크에서 먹기 위해 들린 곳이다. 센트럴 파크랑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데 관광객보다는 동네 주민들이 찾는 베이글 가게라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여전히 줄은 참 길었다.
아침 시간에 가면 근처 주민들이 신문을 들고 들어와 커피와 베이글을 사 가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여행 중 잠시 ‘사는 동네처럼’ 느끼고 싶을 때 어울리는 곳이다. 철저한 후기 조사와 메뉴들을 보며 여기서도 역시나 에브리띵베이글에 LOX with creamcheese를 무조건 시켰다. 베이글도 가게마다 조금씩 맛이 다른데 그래도 여전히 너무 맛있는 베이글이었다.
브루클린에서 먹은 베이글! 윌리엄스버그에서 쇼핑 후 허기를 달래기에 딱 좋은 위치에 있다. Leon’s Bagels은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곳으로, 브루클린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베이글 가게다. 전통적인 베이글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스타일로, 인테리어부터 메뉴 구성까지 세련된 인상을 준다.
이곳의 베이글은 전통적인 뉴욕 스타일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가벼운 식감이다. 대신 샌드위치 구성과 재료 조합이 감각적이다. 연어, 크림치즈, 채소의 균형이 좋고, 플레이팅도 깔끔하다. 마감 5분전에 도착해서 재빠르게 주문하고 가게가 닫히는걸 보며 가게 앞 벤치에 앉아 먹었던 기억 ㅎㅎ
Ess-A-Bagel은 미드타운을 대표하는 베이글 명소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크기와 밀도다. 베이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찬다. Ess-A-Bagel의 베이글은 다른 곳보다 확실히 크고, 씹는 맛이 강하다. 토스팅을 하지 않아도 고소한 풍미가 살아 있고, 크림치즈를 아낌없이 발라주는 것도 이곳의 스타일이다. 베이글 샌드위치로 주문하면 속이 꽉 찬 한 끼 식사가 된다.
우리는 브루클린에 있는 time-out 마켓에 입정해 있는 지점에서 주문해서 먹었는데, 본가게가 아니라서 그런지 위의 다른 가게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맛이었달까. 왜 일까 생각해보면 우리가 크림치즈나 치즈 같은걸 많이 안 넣고 야채 위주로 구성해서 좀 더 건강한(?) 맛이었던 것 같다.
뉴욕은 ‘거리 자체가 전시’인 도시다.
맨해튼의 고층 빌딩 사이로 난 보도 위를 걸으며, 사람들의 발걸음과 자동차 경적 소리를 뒤로 한다. 길모퉁이마다 그래피티, 작은 샵, 로컬 레스토랑이 이어지고,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도시의 풍경이 된다.
브루클린은 맨해튼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진다. 윌리엄스버그나 도미노 파크 근처를 걸으면 허드슨강과 스카이라인이 만드는 풍경이 사진처럼 펼쳐진다.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 작은 벽화, 강가의 공원 — 이 모든 것이 사진을 찍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풍경들이다.
거리 구석구석은 포즈를 취하지 않아도 그림이 되는 장소다. 펜스 너머 보이는 브루클린 브릿지, 오래된 상점 간판, 그리고 맨해튼의 스카이라인 — 이 모든 게 뉴욕을 ‘사진 명소’로 만드는 이유다.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어도, 돌아서면 또 다른 그림 같은 장소가 나타난다.
중구난방이지만 맨하튼과 브루클린을 다니면서 좋았던 장소들과 풍경을 스케치로 사진을 남겨본다.
뉴욕에서의 하루는 음식과 사람, 그리고 거리의 풍경을 모두 아우르는 경험이다. 피자 한 조각, 커피 한 잔, 그리고 강가와 공원을 걷는 시간 — 이게 모여서 ‘뉴욕에서의 나만의 순간’이 된다. 앞으로 나에게 뉴욕은 다시 10년의 시간을 버틴 후 가볼 예정이다. 10년마다 뉴욕을 가면서 그 변화를 꾸준히 지켜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