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했으면 혼날 수 있어
첫째 아이의 눈이 유달리 예쁘게 보이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잘 붓는 체질인 탓에 매일같이 쌍꺼풀이 생겼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아이인데,
그날은 유달리 붓기 없이 예뻤다.
"오늘 새별이 눈이 정말 예쁘네~"
저녁을 먹다가 아이에게 말하니,
"나는 눈물이 나면 눈이 예뻐져!"라고 대답했다.
"새별이 눈물이 났어? 왜?"
"음... 몰라?" 이야기하기 싫은 내용인지 아이는 대답을 회피했다.
왜 눈물이 났는지 엄마도 너무 궁금하니까 이야기해 줄 수 있냐고 물어도
연신 대답을 꺼려하길래 더 이상 묻지 않고 계속 저녁을 먹었다.
이유는 몰라도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눈물을 흘렸을 상황이면 속상한 마음이 들었을 테고,
자꾸 물으면 그 상황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마음이 상할 수 있으니 궁금해도 꾹 참았다.
잠시 후,
"엄마도 회사에서 혼났어?"라고 아이가 물었다.
"응? 엄마는 지금 회사를 다니지 않고 있는데?" 하니
"아니~ 새별이 어릴 때 엄마가 회사에 다녔잖아, 그때 혼났어?"라고 다시 물었다.
이 질문까지 듣고 나니 아이가 오늘 어린이집에서 누군가에게 혼이 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갈 때 엄마와 아빠는 회사에 간다고 하니
본인이 어린이집에서 혼나는 것처럼 엄마와 아빠도 회사에서 혼이 나는지 궁금했나 보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잘못한 일이 있으면 혼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까?' 잠시 고민했다.
엄마, 아빠는 혼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면 혼나는 일에 대해 부정적 감정이 더욱 커질 거 같았고,
또 많이 혼난다고 이야기하면 잘못된 행동에 대해 혼이 나도 가볍게 여길까 걱정되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어떤 일 때문에 혼이 났는지 이유를 몰랐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엄마도 회사에서 잘못하면 혼났지"라고 하니, 옆에서 남편이 말했다.
"회사에선 맨날 혼나~" 란다.(그걸 자랑이라고...;;;)
"잘못하면 혼날 수 있는데. "죄송합니다"라고 얘기하고 다시 그 잘못을 하지 않으면 돼"라고 말해주었다.
아이는 그제야 "아~ 회사에서도 혼나는구나?" 하며, 약간은 안도는 하는 듯했다.
그 틈을 타서 얼른 다시 물었다.
"그래서 새별이는 오늘 어린이집에서 왜 혼났어?"
"이따가 잘 때 엄마한테만 얘기해 줄게~ 그 대신 아빠한테는 비밀이야!"라고 했다.
내 추측이 맞았구나 싶었다.
'뜬금없이 혼났던 일에 대해 묻는 아이가 이유 없이 그 이야기를 할 리 없지' 생각했다.
자려고 침대에 누워 아이에게 어린이집에서 혼이 난 이유를 물었다.
"빨리 가는 건 중요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어디를 빨리 갔는데? 산책 나가서 친구 손을 잡지 않고 뛰어갔니?" 물으니,
"아니, 화장실에 갈 때 나랑 친구가 뛰어갔는데 선생님이 빨리 가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했어"
"그랬구나~ 그럼 화장실에 갈 땐 어떻게 가야 해?"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그때 가는 거야!"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차례차례 걸어가야 하는데, 새별이가 뛰어가서 위험하니까 선생님이 혼내셨구나?"
"응, 맞아!"라고 했다.
여기까지 얘기하고 나니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왜 혼이 났는지 깨달았으리라 생각했다.
아이는 앞으로 화장실에 갈 때 느릿느릿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느릿느릿 보다는 사뿐사뿐 가는 게 어떠냐고 했다.
두 손가락으로 아이의 몸을 걸어가듯 타면서 "어~~~~~엉금 어~~~~~엉금" 가는 것보다
"사뿐사뿐, 사뿐사뿐" 가는 게 더 신날 거 같다고 말해주었다.
아이는 간지러운지 까르르 웃었다.
"쌔~~ 앵!" 하면서 아이의 몸을 두 손가락으로 빠르게 쓸며 올라가 보기도 하고,
다시 "사뿐사뿐, 사뿐사뿐" 손가락으로 몸을 타면서 뛰어가는 것과 조심히 걸어가는 느낌을 비교해 주었다.
장난인 듯 하지만 아이가 몸으로도 사뿐히 걸어가는 것이 더 안정감이 든다는 걸 느꼈으면 했다.
잠들기 전, 아이가 말했다.
"나도 빨리 회사에 다니고 싶어!"
"왜?"라고 물으니 "그냥!" 이란다.
"회사에 다니면 아마 다시 어린이집에 다니고 싶다고 할걸?" 하고 말해주었다.
"어린이집에서는 놀이만 하면 되지만, 회사에서는 일을 엄청 많이 해야 해. 그러면 혼나는 일도 더 많아.
회사에서는 돈을 주지만, 어린이집에서는 돈을 주는 게 아니잖아. 그래서 회사가 더 힘들어~"라고 하니
"그래서 아빠가 맨날 늦게 데리러 오는구나?" 란다.
어린이집에서 노는 것도 좋지만, 회사라는 미지의 세계가 궁금하여 빨리 가보고 싶은 아이.
돈이 있으면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장난감도 살 수 있지만 돈을 벌려면 더 많이 혼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엄마.
오늘 아이는 잠들기 전에 무슨 생각을 할까?
여전히 빨리 회사에 가고 싶을지, 아니면 조금 혼이 나도 놀이만 하는 어린이집을 계속 다니고 싶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