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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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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바 May 14. 2018

한 켤레만큼의 걱정  


 양말을 두고 갈 집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하다.

 그 순간 눈에 띄는 곳.

 근데 막상 저기다! 싶어 눈에 띄는 문 앞으로 다가서면...

 걱정됐다. 문 너머 반짝이는 분홍색 양말을 신을 이가 살고 있을까? 아니 누군가가 살긴 할까?


아는 게 없다. 하나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문 앞에 양말을 붙였다. 누가, 어떤 삶의 모양을 하고 있을지 아는 건 1도 없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채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고르고 따지고 재다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 둘째 날. 바람이 많이 불었다. 테이프를 이중, 삼중으로 붙였다. 근처에서 저녁 약속이 있던 날이었다. 같이 저녁을 먹던 그녀에게 양말 프로젝트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제 양말을 붙이러 갈 건데 같이 가겠느냐 제안했을 때, 그녀는 흔쾌히 동행해주었다.



photo by 서형


(덕분에 이런 사진도 생겼다!)


왠지 무서워, 이 밤


 퇴근길, 작업을 시작한다. 고요한 밤, 거룩한지는 잘 모르겠는 밤, 어둠에 묻히고 있는 밤.

 요 며칠 양말 붙일 곳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꼭 하이에나 같았나. 안녕하쎄용, 하고 서툰 한국말 혹은 하이! 하며 그렇게들 인사를 건네신다. 뭔가 무섭다. 쫄았다. 현금이 없다. (전.가.진.게.없.어.요.가 영어로 뭐더라) 사람도 별로 없는 길에서. 괜히 센 걸음을 걸었다.




 사람 한 명 겨우 들어가는 길에 닿는 발소리를 경계해야 하는 것, 외국인 분들이 건네는 패기 넘치는 인사에 태연한 척해야 하는 것, 지인들의 염려에 애써 태연한 척 하는 것(하지만 무섭다 흑흑), 혹시 도둑으로 오해받진 않을까 도둑처럼 안 보이게 노력하는 것 모두 양말 한 켤레를 붙이는 것에 포함된다는 걸 알게 된 건

 고작 삼일 째 밤이었다.


 한 켤레의 걱정이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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