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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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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바 May 14. 2018

너의 빈 자리


 4일째 되는 날이었다.

 가방 속의 양말들과 함께 다른 문을 찾고 있던 때였다.

 보고 말았다. 길에서 우연히 구남친을 만난 것처럼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시선고정.....



 양말이 사라졌다





 아니, 양말 '만' 사라졌다. 어제 양말을 두고 간 자리였다.

 웃프다. 이럴까봐 왔던 길 안 오고 싶었는데.. 쪽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어째 외로워보인다.


 오늘 몫으로 챙겨온 양말을 잠깐 만지작거렸다. 비어있는 자리에 다시 붙일까. 고민하다

 그냥 두기로 했다.


 쪽지를 떼야하나. 싶었지만

 이것도 그냥 두기로 했다.


 쪽지 쓰느라 팔 되게 아팠는데....

 어떤 상황이었을까 그려봤다.


상황 1) 길을 지나가던 누군가, 양말만 떼어감

상황 2) 내가 의도했던대로 문 너머의 분이 무사히(?) 양말을 가져갔고, 쪽지는 귀찮아서 떼지 않음

상황 3) 길냥이가 가져갔다냥

상황 4) 벽에 붙어 있기 몸이 근질거렸던 양말이 도망침.



 싹뷰징*이라니.


 누군가 예쁘게 신어준다면 그것또한 너무너무 좋은 일이지만,

 문 너머의 사람에게 향했던 이 양말이 다른 누군가에게 간 것 같아 기분이 좀 그런 건 어쩔 수 없었다. 쪽지만 남은 것도 좀 그랬다. 써놓고 보니 좀 그랬던 게 아니었나? 쿨ㅎrㅈ1 못ㅎH ㅁl안ㅎH....

 (눈물을 머금는 척하며) 사실 누구보다 바랐던 너의 빈 자리인데, 사람 참 간사하다. 그치. 어디서 누구와 함께할 진 모르겠지만 응원할게.

 왠지 허탈한 웃음이 허허허 나와 마음이 허 했다.









*싹뷰징 : socks와 abusing의 합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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