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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3] 딸에게 쓰는 첫 편지

아이의 첫 생일에 읽어 준 편지

by BEBENIX


하루야.

오늘은 하루의 생일을 맞아 하루를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 특별한 날이야.

하루가 이토록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엄마는 세상에 감사할 일이 참 많음을 느껴.



하루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벅차도록 아름답고 따스한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거야.

하루를 만나지 않았다면 몰랐을 수많은 감정들을 마주하며 엄마는 매일 새로운 날들을 살고 있어.



하루야.

엄마는 아기가 이렇게 작고 연약하게 태어나는지 몰랐어.

아기를 돌보는데 이렇게 많은 어른이 도와줘야 하는지도, 엄마는 몰랐어.

혼자서는 자지도, 먹지도, 놀지도 못하는 너를 보며 엄마는 사실 자주 힘들었던 것 같아.


아마도

나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

내가 무조건적으로 돌봐주고 책임져야 하는 존재를 처음 마주했기 때문일 거야.

하루를 만나기 전까지 35년을 사는 동안까지도 엄마는

스스로를 돌보고 책임지기만도 벅찬 사람이었거든.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길과 도움이 무던히도 필요한 사람이었어.


지금도 역시 할머니, 할아버지의 도움 없이는

하루를 온전히 키워내는 일이 불가능했을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말야.



하루를 만나고 나서야 엄마는

엄마가 스스로 해냈다고 믿었던 많은 성취들이

사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조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어.


그래서 이렇게 결심했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마에게 그래주었던 것처럼

엄마도 하루 옆에서

하루 네가 너만의 성취를 만들어가는 모든 시간 동안 항상 옆에서 도와주겠다고.



그러면서 엄마도 천천히 더 어른이 되어갈 거야.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할게.

하루가 커가는 만큼 엄마도 성장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엄마는 적어도 매일 조금씩은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보려고해.



엄마가 회사에 다니느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주지는 못하지만

매일 부족함 없이 사랑을 말해줄게.

그리고 엄마가 삶을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줄 거야.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하루가 느낄 수 있는 절대적인 사랑과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이

하루가 하루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무한한 양분이 되도록.

그래서 하루가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최근에 엄마는 <기탄잘리>에 나오는 시 한 구절을 읽었어.


"밤의 가장 깊은 고요 속에서만 별들은 미소를 나누며 서로에게 속식입니다.

그렇게 찾아다녀봐야 헛된 일이지! 모든 것은 흠 없는 완벽 그 자체인 것을 "


엄마는 하루를 만나기 전까지 모르고 있었어.

모든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온전히 완벽하게 태어난 다는걸.


하루는 완벽한 존재로 태어났고

그저 존재만으로도 엄마를 포함하는 모든 가족들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준 은인이란다.

그것으로 충분해.


하루는 이제부터

그저 이 세상을 탐색하며 다양하게 경험하고, 배우고, 성장하기만 하자.


하루의 여정과 무한한 잠재력을 엄마는 무조건 응원할께.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이하루.

엄마, 아빠 딸로 세상에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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