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자폐 치료에 드는 비용이 얼마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떤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겠지만 제가 들었던 것 중에는 월 650만원, 심지어 월 800만원도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뇌파 치료를 받는다고 해외에 있는 기관에서 치료비와 더불어 단기 체류 비용까지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비, 도대체 어느 수준이 적정할까요?
사실 자폐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횟수 혹은 시간입니다. 어떤 치료든 꾸준히 자주 받아야 효과가 조금씩 나오는데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한 치료당 주별로 2-3번 이상 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설령 원하더라도 워낙 수요가 높기 때문에 넉넉하게 시간을 잡기도 힘듭니다.
게다가 치료도 워낙 다양하게 있다 보니까 언어도 해야 할 것 같고 미술, 감통, 놀이, 음악 등 하나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제 주변에도 7개의 다른 치료를 받는 아이도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치료는 받는다고 하는데 효과는 눈에 띄기 어렵고,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폐 치료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실 많은 가정들이 버거워하는 것은 슬프게도 흔한 일입니다.
저희 아이가 한창 치료를 받을 때 들었던 비용은 얼마일까요?
조금씩 변수가 있지만 가장 낮을 때는 월 60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사실 치료비가 월 백단위를 넘어가는 건 일도 아닌지라 그에 비해 이렇게 저렴하게 나오는 비결 아닌 비결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아주 특출난 노하우는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처음에는 저 역시도 훨씬 더 큰 비용을 쓰면서 허와 실을 깨달은 후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주로 했던 치료는 아래와 같습니다.
ABA 홈세라피 컨설팅 : 19만원 (월 4회 X 30분)
ABA 훈련 알바생 : 30만원대 (월 28시간 X 시급 1.2만원)
언어치료 : 48만원 (월 1시간 X 8회)
미술치료 : 24만원 (월 1시간 X 4회)
총 124만원 정도입니다.
총 백만원이 넘는 비용인데 실질적으로 내는 금액이 60만원대로 확 떨어지는 것은 정부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혜택 덕분입니다. 여기서 필수 조건은 장애인 및 특교자 등록입니다.
재활치료바우처 (시에서 제공) : 30만원
복지카드 재활치료비 (보건복지부) : 18만원
꿈이든카드 (경기도 교육청) : 15만원
이것만 해도 63만원으로 전체 비용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따라서 제가 실질적으로 드는 비용은 60만원대가 나옵니다. 참고로 정부 지원금의 경우 소득에 따라서 결정이 되는데 한때 저와 남편의 수입이 없었을 때의 기준입니다. 이 지원금은 정기적으로 소득 수준을 확인 후 조정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이의 치료 시간입니다.
컨설팅은 아이 없이 주양육자인 제가 따로 받는거라 제외하고 언어, 미술 치료도 정확히는 각각 50분이지만 쉽게 계산하기 위해 1시간씩이라고 치면 전체 드는 치료 시간이 월 40시간입니다. 보통 치료에 드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감히 예상컨데 이 정도 비용에 주 10시간씩 나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제가 직접 아이를 훈련시키는 홈세라피 시간을 더하면 3배는 더 늘어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결정타가 바로 ABA 홈세라피입니다. 컨설팅을 통해서 주양육자인 제가 치료를 계속하고, 심지어 알바쌤을 고용해서 일반화를 계속하기에 치료 시간이 비교불가로 늘어나게 됩니다. 반면 치료비용은 비전문가인만큼 부담이 적죠.
분명하게 얘기해 둘 것은 어떤 일이든 기회비용은 따르게 마련입니다. 여기에는 결정적으로 주양육자의 '시간적인 투자'가 따르게 됩니다. 아울러 아무래도 전문성은 센터의 전문가에 비해서는 떨어질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의 선택은 '완벽'이 아니라 절대적인 치료 시간 대비 비용 효율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치료를 전전한 결과, 이 길이 1-2년 안에 쉽사리 끝날 것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폐 치료는 장기전입니다.
'치료하다 보면 곧 낫겠지...' 하면서 한 달씩 넘기다 보면
남는 건 텅 빈 통장 그리고 누적된 불만과 피로감일 수 있습니다.
제가 취한 방법만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보다 장기적으로, 전략적으로 치료에 대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와 나, 그리고 우리 가정을 지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