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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ia Nov 11. 2024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10여 년 전 수험생이었던 수능경험자의 조언(?)

 이번 주 목요일, 11월 14일은 '202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대학교 25학번 예비 신입생들을 생각하니 나의 수험생활이 떠올라 글을 적고 있다. 


 나는 약 10여 년 전, 수능을 두 번 보았다.

고3 수험생이었던 19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쓴 맛을 보았다. 고2 때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던 성적은 3학년이 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못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그렇다고 극상위권은 아니었다.) '설마 내가 수능을 망치는 일은 없겠지'라고 단단히 착각을 한다. 그렇게 대차게 깨져버린 첫 번째 수능. 기대만큼 실망이 컸던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나름 학교에서 '우수반'이었기 때문에 우수반 친구들도 만나기 싫었다.(그때 카카오톡이 없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중경외시 라인 밑으로는 생각도 않던 학교들이 합격 가능 대학으로 나오고 당연히 수시는 모두 불합격이었다. 사실 수능을 너무 못 봐서 대학을 떨어졌는데 속상하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첫 수능을 망쳤을 때, 비로소 나는 자기 객관화라는 걸 경험했다. 늘 아낌없이 지원해 주는 부모님 품에서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끼리만 어울리다 보니 전국 단위에 나 같은 학생들이 수없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우물 안에서 '나는 우수한 학생이야'라고 단단히 착각을 한 수많은 개구리 중 한 마리였다. 

 겨우겨우 국립대 한 곳을 붙었지만 점수에 맞추어 쓴 학과라 도저히 학교에 가서 적응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지방국립대이기 때문에 당연히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다. 그 당시 나의 모습은 히키코모리에 사회 부적응자 수준으로 어두웠기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자체가 지옥이었다. 그렇게 나는 재수를 선택했다. 

 

 대학교 등록도 하지 않고 바로 재수를 선택했다. 엄마가 강남에 유명한 재수종합반(일명 재종반)에 등록을 해주셨는데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 탓일까 생각보다 마음이 편했었다. 사실 나는 이과였는데 수학이나 과학탐구 선택과목 성적이 형편없었다. 재수학원 상담 후 문과로 전향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는 학원 선생님의 말씀에 과감히 전과를 했다(그때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나름 이과에서 갔다고 문과에서 상위권에 해당하는 반으로 배정을 해주셨다. 

 재수 학원 시절은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한 해이다. 부모님이 힘들게 번 돈을 학원에 바치는 게 아깝기도 했고 이번에는 꼭 집에서 다닐 수 있는 대학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명절에 학원 문 닫는 2일 빼고 모두 학원에 갔고 후회 없이 공부를 했었다. 확실히 대형학원에 다니니 우리 동네에서 나는 올챙이도 안 되는 개구리였다는 걸 톡톡히 깨달았다. 특목고 출신에 이미 SKY를 목표로 하고 있는 n 수 생이 포진해 있는데 나는 너무 안일한 현역 수험생활을 보냈던 것이다. 

 

열심히 공부를 한 덕분인가. 극상위권은 아니지만 현역 때 보다 많이 올랐다. 재수를 했을 때 수능이 조금 바뀌었는데 문과에도 미적분이 포함된 해였다. 나는 고등학교 때 이과 수학을 배웠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 문과 학생들 중 수학 점수가 높게 나왔다. 덕분에 수학이 많이 반영되는 학과를 선택해 대학에 왔고 지금은 그때 선택한 과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 


 두 번의 수능을 보고 현재 대학원을 다니며 나름 공부 인생이 쌓인 내가 수험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수능이나 대학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날의 운에 따라 결과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엎어졌다고 인생 망하는 것이 아니라고. 물론 대학을 선택할 때 내가 인생을 살 때 어떤 사람과 어울리게 될 것인가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나는 너무 전공만 보고 선택한 경향이 있어서 그때로 돌아가면 나는 어떤 학교의 동문이 되고 싶은지 한 번 더 고민하고 선택할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학연, 지연만큼 중요한 덕목도 없으니까. 

 실패하면 내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되돌아보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 성공하면 그 경험을 발판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된다. 사람마다 나아가는 속도는 다 다르고 남보다 못했다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나만의 속도로 나의 목표를 위해 달리면 되고 대학, 직장 등은 인생의 총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대한민국 모든 수험생에게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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