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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코치 이용만 Sep 22. 2020

고객의 니즈는 관심 없다: 무법칙의 법칙

그동안 알고있던 마케팅 고정관념은 내다 버려라.

고객의 니즈는 관심 없다.

일단, 내 니즈 충족이 먼저다.

나는 이를 두고



'무(無)법칙의 법칙'

이라 부르기로 했다.



내 니즈 충족이 먼저다.



대학 전공과목 중 마케팅 수업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고객의 니즈 파악'이었다. 비슷한 말로 '수요'라고도 한다. 아무튼, 난 관심 없다. 내 욕구도 종종 헷갈려서 충족이 다 안되는 판국에 무슨 생판 남의 욕구까지 챙긴단 말인가.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든 이유를 아는가?




하버드 재학 중 심심해서 여자 사진 두 개 중에 더 '핫한' 사람을 고르게 할 수 있도록 한 Facemash.com 이란 사이트를 만든 것이 시발점이다.

쉽게 말하면 하버드 사이트를 해킹, 여학생들 사진을 업로드해서 '이상형 월드컵'을 한 셈이다.

이것은 남학생들의 니즈를 충족한 것인가.

마크 저커버그 본인의 니즈를 충족한 것인가.

확실한 건 여학생들의 니즈는 아니었다는 사실이고.




< 내 니즈 충족이 먼저다 >




김국환의 타타타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앞도 모두몰라 다안다면 재미없지"


기가 막히는 가사 아닌가. 남들은 나를 모른다. 그러니 나도 남들을 어찌 알겠는가. 누군지도 모르는 타인을 알아가기 보다, 자신을 먼저 알아가는 것이 먼저다. 다시 말해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즐거운 것이 먼저라는 말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고 내가 원하는 걸 하기로 했다. 그래야 재밌다. 계획이나 법칙도 없어 한 치 앞도 모르기 때문에 더 재미있다. 지금 이 글도 어떻게 마무리될지 나도 모르기에 글쓰기가 훨씬 재밌다. 그리고 재미있으면 대개 글은 잘 써진다. 기분 탓인가.



< 가장 완벽한 계획, 무(無)계획 >

봉준호 감독의 계획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2019년 한국 영화 100년 역사상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들아,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아니? 무계획이야. 계획이 없으면 계획을 달성했느니, 안 했느니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고, 계획에 없는 돌발적인 사태가 생길 이유도 없다."

어차피 인생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버지가 아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장면이다. 아껴뒀다가 나도 아들이 좀 더 크면 날려주고 싶은 멘트다.


생각해보자.

우리 인생이 어디 그렇게 계획대로만 이뤄지는지를. 나의 경우는 계획대로 된 일이 없다.

고등학교도, 대학도, 군대도, 졸업도, 취업도, 결혼도, 자녀도, 내 집 마련도, 오늘 저녁 메뉴도.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처음 기획하고 만들면서 '오스카 4관왕'이라는 계획을 세웠을까?

아니다. 그냥 봉준호 감독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든 거다.

그래서 나도 내가 쓰고 싶은 즐거운 글을 쓰는 거다. '오픈카 4기통' BMW Z4 sDrive20i라는 무계획으로.



<         >


무법칙의 법칙을 실현하는 첫째 조건은 '반전'이다.



재미있는 글, 위트 있는 글은 독자들에게 완벽한 반전을 선사해야 한다.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선사'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독자에게 '재미'라는 선물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재미는 2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즐거운 기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좋은 성과'다. 반전은 그 두 가지를 교묘하게 선물해 주는 필살기다.

완벽한 반전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예를 안 드는 것이랄까.



반전의 끝판왕은 카이저 소제다. 말발이나 글발로 상대를 완벽하게 속이는 고난도 기술이다. 하수는 글의 제목으로 낚지만, 중수는 글의 내용으로 낚는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고수에게 낚였다.


KAIST를 1년 만에 자퇴한 아는 동생의 자퇴 사유가 예술이다. '교수한테 더 이상 배울 게 없었다고.'

내가 위트 있는 글쓰기를 배울 수 없는 이유이자, 당신이 나에게 위트 있는 글쓰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사실, '위트 있는 글'의 진짜 재미는 철저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독자를 웃게 하고 즐거운 기분의 재미를 주면서, 좋은 성과의 재미는 필자가 가져간다. 이것이 글쓰기의 진짜 목적이다.



< 물고기와 물의 관계 >

무법칙의 법칙을 실현하는 두 번째 조건은 '유비'다.


'유비와 아이들'의 이야기 삼국지에서 유비는 메인(보컬)이자 리더다. 평범함으로 천재(조조)를 넘어선 인물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유비는 어떻게 엄친아에 천재인 조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까?


유비는 어려서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당시 친척 유원기의 지원으로 노식의 문하생이 된다. 요즘 같으면 명문대 출신인 셈이다. 그러나 유비는 모범생은 아니었다. 음악을 좋아하고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좋아했다고 한다. 친척이 돈 줘서 명문대 보내놨더니 술만 퍼마시고 노는 꼴이다. 다행인 건 그냥 노는 게 아니었고, 사람들을 끌어들여 교류에 능한 면모를 보였다. 그 시기에 관우, 장비와 그 유명한 도원결의를 맺은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더 유명한 삼고초려가 나온다. 제갈량을 꼬시기 위해 세 번 찾아갔고, 결국 성공한다.


유비가 제갈량을 얼마나 아꼈냐면, 자신을 물고기에 비유하고 공명은 물에 비유한 '수어지교'라는 고사성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살 수 없으나, 물은 물고기가 없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즉, 공명보다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유비는 자신을 낮춤으로써 부하들과 백성들에게 큰 존경을 받고, 대외 권위도 높아져 이후 큰 업적을 세우는 데 바탕이 되었다.


나는 지금, '유비'를 통해 무법칙의 법칙을 실현하는 진짜 두 번째 조건 '비유'를 말하고 있다. 유머와 위트의 가장 높은 수준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단계다. 그 단계로 바로 가는 치트키엔 비유만 한 게 없다.



< 고객의 니즈는 관심 없다 >

무법칙의 법칙을 실현하는 마지막 조건이자 핵심은 '무관심'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타인에게 무관심'이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와 에모리대학교 연구팀이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연 소득이 13만 1,000달러 이상인 부자들은 연 소득이 5,000만 달러 수준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타인과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는 날짜가 1년 동안 평균 6.4일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뉴욕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심리학 논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총 61명의 피실험자에게 스마트 안경을 쓰게 한 뒤,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걸을 때 주로 어는 곳에 시선을 두는지를 관찰했다. 결과적으로 부자일수록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시간이 적었다. 이는 부자일수록 타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결과다. 


심리학계에서는 이러한 결과의 이유로 '동기유발 관련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쉽게 말해서 부자들에게는 타인에게 관심을 쏟을 만한 동기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얻는 보상이 미미하다고 판단되면, 에너지를 덜 쏟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타인에게 관심보다 자신의 이익에 더 집중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SNS로 타인의 사생활을 쳐다보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거나, 나의 (잠재) 고객은 어떤 니즈를 갖고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부자 되긴 글렀다는 말이다.



< 무법칙이 법칙이다 >

위트는 '유머+지혜+창의력+순발력'을 아우르는 뭔가 알듯 말듯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말이다.

단어의 뜻조차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데, 위트의 공식을 만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불변의 관계가 없어야 위트 있는 표현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칙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러한 틀이 인간이 갖고 있는 창의력과 순간적인 재치를 망친다. 


시중에 무분별하게 널린 글쓰기 책과 책쓰기 강의들이 오히려 창의적이고 위트 넘치는 글쓰기를 방해하고 있다.

나는 그 방해를 방해하고자 글쓰기를 컨설팅하고 있는 것이다.



 < 일단 Facemash.com 사이트를 만들어라 >

내가 하고 싶고 쓰고 싶은 글을 쓴다. 내가 재미있는 글을 쓴다.

재밌으니까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벤치마킹도 하고, 어깨너머로 배우면 요령이 생긴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다. 그리고 영원히 완벽할 수도 없다. 


그렇게 꾸준하게 하다 보면,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누군가가 스윽 다가올 것이다.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처럼. 그리고 감염이 아니라 공감해 줄 것이고,

제 발로  찾아와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알려달라'라고 속삭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가장 '탁월한' 방법이다.



PS.

본문 3번째 단락 소제목은 안 쓴 게 아니라,

'부재(absence)'다.



- 글. Wit Writer 이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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