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키 Mar 27. 2022

맥시멀 리스트의 독립 이사 준비

또 하나의 우주를 발견하다.

살 집을 구하고 나서, 본격적인 이사 준비에 돌입했다. 우선 옷가지를 비롯해 신발, 화장품 그리고 책을 먼저 챙겼고, 부엌살림은 감사하게도 할머니가 든든하게 챙겨주시기로 했다. 그리고 짐을 싸는 김에 내 방도 정리를 하면서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리려고 했다.


생각해보니 '혼자 살기'에 이어 '이사 준비'도 난생처음이었다. 여태까지 이사를 한 번도 가지 않은 건 아니지만, 딱 1번 이사를 해봤을 때의 내 나이는 7살이었다. (그때에 대한 남은 기억으로는, 짐이 옮겨질 동안 할아버지가 어린 나와 오빠를 데리고 정육점 안의 냉면집에서 냉면을 먹으며 시간을 때운 기억이 전부다) 어렸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옮겨 간 새 집에선 적응을 잘하는 것이 내 할 일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 이사는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다 준비해야 했다. 내가 혼자 사는 집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중점적으로 챙겼던 건 옷이었다. 인테리어에 필요한 가구와 소품은 새로 주문할 것이 많았고 침대 등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들어가서 찬찬히 채워가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내 방에 있던 화장대도 가족들은 가져가라고 했지만 크기도 크고 내가 생각하던 방의 콘셉트와 맞지 않기 때문에 두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시작한 이사 준비, 내 방에 있는 작고 큰 것들을 하나씩 보고 버리면서 정리를 해나갔다. 1년에 1번 연초에 집을 대청소해왔지만 여전히 버릴 것이 많았다. 가장 쓸데없다고 생각한 건 자질구레한 포스터와 엽서, 그리고 몰랐는데 회사 생활을 하며 늘어간 약품들도 꽤 비중을 차지했고, 이렇게 버릴 것을 모아놓고 보니 10평도 안 되는 내 방은 또 하나의 우주였다.


그러면서 약 27년 인생 중 이 생각을 가장 강력하게 했다. 자취를 시작하면 정말 필요한 것만, 고민에 또 고민을 거듭해서 데려와야겠다고. 나에게 영감을 주는 포스터도, 엽서도 욕심나는 인테리어 소품까지도. 물론 이런 생각은 대개 소용이 없고, 나는 맥시멀 리스트이지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립, 살 집 구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