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으로 발행하고 있지만, 작년 6월 나는 20년 넘게 내가 살던 곳에서 독립을 했다. 가족들을 설득하고, 집을 구하고, 이제 이삿날 만을 기다리던 때에 이 책이 나왔고, 이 책과 내가 만난 것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이 [독립은 여행]인데, 나에게도 독립은 지금까지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변화였고, 그렇기 때문에 나의 독립생활을 ‘모험’ 혹은 ‘여행’이라고 칭할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점이 닮아 있었다.
독립을 모험이라고 칭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바로 가족들의 허락 때문이었다. 보수적인 우리 집에서 그것도 여자인 내가 혼자 산다는 것을 허락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최종 허락까지 2년이 걸렸고, 마지막 관문인 할머니의 허락을 받는 그 순간에도 ‘이게 되네?’ 싶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물론 가족들이 독립을 반대한 이유에는 나의 안전이 가장 컸다. 뉴스에서는 잊을만하면 혼자 사는 여성의 귀갓길에 일어난 사건을 보도하고 있었고, 실은 나도 겁이 났던 건 사실이다. (실제로 독립하고 1주일은 잠도 제대로 못 잤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음이 왔다 갔다 하면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걱정 때문에 혼자 사는 경험을 못하면 그 아쉬움이 더 클 것 같아 끝끝내 가족들을 설득했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독립을 한 지 9개월이 되었다.
두 번째는 내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결혼을 한 사람은 물론이고, 안 한 사람조차도 결혼에는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다. 실제로 나도 결혼을 준비하면서 독립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결혼에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가는지는 몸소 체험하고 있다.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행사 앞에 또 지출이 크게 들어가는 독립생활이라니. 경제적으로도 모험이고 시도였지만, 주변의 의아함이 담긴 시선을 떨쳐내는 것도 극복해야 할 것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나에게는 머리가 행복으로 가득 차는, 비용이 아깝지 않은 후회 없는 경험이었고, 때마침 나보다 먼저 독립을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간 이 작가의 이야기는 내게 큰 용기와 힘을 주었다.
이 책이 좋았던 또 한 가지 포인트는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아니 더 자랑하는 작가의 삶의 태도였다. 독립적인 생활을 너무나도 하고 싶은 나 만큼, 작가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 때문에 삶의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얻게 된 첫 집, 그녀는 집의 작은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자신만의 취향과 의지를 가지고 구성해 나간다. 어렴풋이 알던 자신의 취향을 끄집어내고, 그것을 더 공고하게 만든다.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은 숨기지 않고 주변에 당당하게 말하면서 아니 오히려 소문을 내면서 즐겁게 하는 그녀의 모습이 나를 더 움직이게 만들었고, 나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가 고른 인테리어 소품들을 주변에도 자랑하고 나의 집을 내 취향으로 가득 채웠다.
그래서 나도 새로 시작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그림 그리기’. 가족들과 살 때도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는 나였지만, 그땐 머릿속에서만 하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림이라고 칭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내가 원하는 색으로 조합하고 그것을 칠하는 작업이 퍽 재밌다. 내 공간에 내 취향을 듬뿍 담은 인테리어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떠오르는 혹은 그 전후로 하는 내 생각들이 세상에 나오는 것도 정말 짜릿하다.
그리고 실은 이 여행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년 남짓한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나는 내 삶에서 어느 때보다 나에게 집중했고, 나와 친해졌고, 또 함께 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더라도 나와 마주하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시간을 남겨두는 배려를 꼭 해주어야겠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