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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키 Mar 01. 2022

'독립은 여행'을 읽고

매거진으로 발행하고 있지만, 작년 6월 나는 20년 넘게 내가 살던 곳에서 독립을 했다.  가족들을 설득하고, 집을 구하고, 이제 이삿날 만을 기다리던 때에 이 책이 나왔고, 이 책과 내가 만난 것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이 [독립은 여행]인데, 나에게도 독립은 지금까지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변화였고, 그렇기 때문에 나의 독립생활을 ‘모험’ 혹은 ‘여행’이라고 칭할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점이 닮아 있었다.


독립을 모험이라고 칭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번째는 바로 가족들의 허락 때문이었다. 보수적인 우리 집에서 그것도 여자인 내가 혼자 산다는 을 허락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최종 허락까지 2년이 걸렸고, 마지막 관문인 할머니의 허락을 받는  순간에도 ‘이게 되네?’ 싶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물론 가족들이 독립을 반대한 이유에는 나의 안전이 가장 컸다. 뉴스에서는 잊을만하면 혼자 사는 여성의 귀갓길에 일어난 사건을 보도하고 있었고, 실은 나도 겁이 났던  사실이다. (실제로 독립하고 1주일은 잠도 제대로  잤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음이 왔다 갔다 하면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걱정 때문에 혼자 사는 경험을 못하면  아쉬움이    같아 끝끝내 가족들을 설득했고, 지금  글을 쓰는 나는 독립을   9개월이 되었다.


두 번째는 내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결혼을 한 사람은 물론이고, 안 한 사람조차도 결혼에는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다. 실제로 나도 결혼을 준비하면서 독립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결혼에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가는지는 몸소 체험하고 있다.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행사 앞에 또 지출이 크게 들어가는 독립생활이라니. 경제적으로도 모험이고 시도였지만, 주변의 의아함이 담긴 시선을 떨쳐내는 것도 극복해야 할 것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나에게는 머리가 행복으로 가득 차는, 비용이 아깝지 않은 후회 없는 경험이었고, 때마침 나보다 먼저 독립을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간 이 작가의 이야기는 내게 큰 용기와 힘을 주었다.


이 책이 좋았던 또 한 가지 포인트는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아니 더 자랑하는 작가의 삶의 태도였다. 독립적인 생활을 너무나도 하고 싶은 나 만큼, 작가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 때문에 삶의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얻게 된 첫 집, 그녀는 집의 작은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자신만의 취향과 의지를 가지고 구성해 나간다. 어렴풋이 알던 자신의 취향을 끄집어내고, 그것을 더 공고하게 만든다.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은 숨기지 않고 주변에 당당하게 말하면서 아니 오히려 소문을 내면서 즐겁게 하는 그녀의 모습이 나를 더 움직이게 만들었고, 나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가 고른 인테리어 소품들을 주변에도 자랑하고 나의 집을 내 취향으로 가득 채웠다.


그래서 나도 새로 시작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그림 그리기’. 가족들과 살 때도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는 나였지만, 그땐 머릿속에서만 하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림이라고 칭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내가 원하는 색으로 조합하고 그것을 칠하는 작업이 퍽 재밌다. 내 공간에 내 취향을 듬뿍 담은 인테리어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떠오르는 혹은 그 전후로 하는 내 생각들이 세상에 나오는 것도 정말 짜릿하다.


그리고 실은 이 여행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년 남짓한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나는 내 삶에서 어느 때보다 나에게 집중했고, 나와 친해졌고, 또 함께 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더라도 나와 마주하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시간을 남겨두는 배려를 꼭 해주어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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