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또래공감학교 7회차
'마피아 게임'을 아는 어른들은 많지 않습니다. 저의 기억에 분명 중학교 시절 교회에서 형, 누나들로부터 배운 것 같은데, 나이가 드니 이 형, 누나들이 다 모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설명해 줘도 도통 이해를 못 합니다.
게임 규칙을 말로 설명하자면 너무 복잡하지만 실제 게임을 참가해 보면 금방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뜻밖으로 처음 이 게임을 해 보는 어른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이게 왜 재미있다는 거야?'라는 반응이죠.
마피아 게임이 재미가 없다는 어른들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초등 고학년 어린이들은 마피아 게임에 열광합니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청소년 대학생들도 좋아합니다. 원래는 숨은 마피아(술래)를 찾아내는 게임이었는데 여기에 '의사' '경찰' 등의 역할이 생겨났고 지역마다 각기 다른 변형들이 생겨났습니다. 규칙도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죠.
어린이들이 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이 게임은 참가자 모두에게 역할을 줍니다. 말을 많이 해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게임입니다. 그저 자기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서 친구들 이야기를 잘 듣고 중요한 순간에 결정을 내리다 보면 승부가 납니다. 모두가 자기 역할이 있다는 면에서 작은 사회 같기도 합니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지속적으로 게임 참가자들 간에 협력과 토론, 실랑이가 벌어진다는 점도 이 게임의 매력입니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평소의 감정이 게임에서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저 얼굴만 봐도 웃기고 재미있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것만큼 좋은 게임이 없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그저 그렇게 대충 친한 사이거나, 참가자들 사이에 협력이 원활하지 않거나, 규칙을 무시하는 한두명이 있으면 게임이 엉망이 되기도 합니다.
7회기에 접어드는 또래공감학교에서 마피아 게임이 한창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대화가 오고 가는지 흥미진진하게 듣습니다. 각자 자신의 촉과 감각을 총동원 해서 숨은 마피아를 찾아냅니다. 7주에 걸쳐 차곡차곡 다져온 아이들의 관계가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놀이가 재미있어 오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어느새 부터인가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학교, 다른 배경, 다른 성격을 가진 친구들에게 관심을 갖고 신경을 씁니다.
부지런히 아이들 사이의 대화를 이어주고, 그닥 친하지 않은 아이들 끼리 짝을 지워주거나 팀을 만든 보람이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늘어나는 장면은 언제 봐도 아름답습니다.
근거 없는 혐오와 차별이 번지는 세상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