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리추얼 ‘모닝 페이지’
더 이상 겨울이 가을에 쫓기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부인할 수 없는 겨울이다. 겨울, 특히 연말이 되면 12월 마지막 주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이때 이틀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마련해 ‘무언가’에 푹 빠진다. 이른바 ‘연간 리추얼’이다.
연간 리추얼은 1년에 한 번밖에 누릴 수 없기에 소중하다. 소중한 만큼 뜻깊고 즐겁게 보내려 노력한다. 나만의 리추얼이란 무엇인가. 1년 동안 쓴 필사책을 처음부터 되짚으며 사색에 빠지는 일이다. 어쩌면 특이할 것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사책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내 색깔을 고려하면 이 리추얼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특별하다.
난 필사책을 ‘모닝 페이지’라고 부른다. 필사의 목적은 마음을 다잡는 것. 어수선한 마음을 수선하는 데 필사의 효과는 빠르고 강력하다(특히 ADHD에게). 여느때고 틈틈이 필사할 수도 있겠지만, 난 아침 필사를 택했다. 하루를 꾸려볼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필사 대상은 가리지 않는 편이다. 내게 의미 있는 활자면 심장에 새겨 넣듯 종이에 꾹꾹 눌러 적는다.
가령 2023년 노트를 펼쳐보자. ‘내 안에 거인이 깨어있으면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삶의 중심이 잡히고 근본이 단단한 사람이다.’ 그해 여름, 내게 꽂힌 문장들 중 하나다.
한 글자씩 옮겨 적다 보면 여러 감정과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것도 기록한다. 이후 연말에 되돌아보면 ‘아, 이때 이런 일이 있었고 난 이렇게 생각했었구나’ 또는 ‘이때 참 마음이 헝클어져 있었구나’ 등을 깨닫곤 한다. 후회나 자책이라 볼 수는 없다. 가끔 나조차 알다가도 모르겠는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는 시간이다. 누적되면 일기가 되고, 시간이 흐르면 추억으로 남는다.
연간 리추얼은 필사 내용을 복습하고 마음의 변화를 살펴보는 일이다. 올해 난 무엇을 옮겨 적고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한 마음에 두근두근할 정도다. 참 대단한 자기애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