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선 멀쩡…선택적 ADHD의 장난

나는 내 ADHD가 참 어렵다

by 비커밍fine

드디어 마감 기간이 끝났다. 포브스는 이틀 전에, 더중앙플러스(더중플)는 오늘에서야 쫑이 났다. 내가 어떻게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는지 짐작도 안 간다. ADHD도 초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주일이었다.


이런 기간에는 내가 ADHD인 걸 잊고 산다. 부서 일정보다 일찍 기사 작성에 들어가기 때문에 마감을 놓치지 않는다. 집중력이 부족한 적도 없다. 초집중력이 인내심 있게 일주일을 버텨준다. ADHD가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이 미스터리는 무엇인가. 혹시 내가 ADHD가 아닌 건 아닐까? 희망 섞인 질문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하지만 답을 얻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업무 일정이 끝나고 ‘완전 일상’으로 돌아오자 슬며시 고개를 드는 ADHD란 친구.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몰라서 5분간 멍 때리다가 10분간 누워있다가 15분간 음악 듣기를 쳇바퀴처럼 반복했다. 망설임 없이 ‘그냥’ 일어나서 세탁기를 돌리고, 못다 한 집안 청소를 하고, 다 쓴 기사 자료를 정리하면 될 일이었다. 할 일을 마친 뒤에는 샤워하고 편하게 유튜브를 보면 깔끔할 일이었다.


사소하기 짝이 없는 이 행동들이 너무 버거웠다고 말하자니 부끄러움이 앞선다. 실제로 일련의 과정은 내겐 참으로 힘든 과제였다. 해야 할 일을 리스트로 옮기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까지는 쉬웠다. 문제는 실천이었다. 리스트에 적힌 일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발목을 죽자 살자 잡고 있었다.


‘난 ADHD 환자야’라는 생각 때문에 미루기를 응당 당연하다고 여긴 건 아닌지 의심도 들었다. 다시 말해 ‘나는 타고나길 ADHD 환자니 미룰 수밖에 없어’라는 자기 합리화다. 하지만 이 생각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았다. 회사 업무는 제때에 맞춰 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작업 성격에 따라 ADHD가 선택적으로 드러나는 걸까. 왜 ‘돌봄’과 관련한 일에만 유독 미루기 버릇이 나타나는 걸까. 질문으로 먹고사는 사람인지라, ADHD에도 거듭 질문을 던졌다. 다음 상담 시간에 다룰 아이템이 벌써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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