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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 Jane Nov 29. 2021

라마단의 시작

내 안에 신에게 말을 거는 시간


*부부세계여행 후, 한국사회에 5년간 정착했다가 남편의 이집트 발령으로 이집트에 이사오게 되었습니다.

실시간 이집트 생활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2021. 04. 13



이곳에 차차 적응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라마단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났다. 이집트가 아프리카 땅에 있지만, 중동의 문화가 훨씬 깊게 박혀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인 것 같다.


라마단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에게 코란을 배웠다는 달로 알려져 있으며 그대로 번역하면 ‘더운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신성한 기간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하루에 5번 기도해야 하며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을 비롯해 물도 마실 수 없고 담배나 성관계 등도 전혀 할 수 없는 금욕적인 한 달을 보낸다고 한다.


라마단 시작의 첫날, 새벽 6시에 일어났는데 아침을 깨우는 *바웹들의 발소리와 자동차 기척이 전혀 없이 고요했다. 차분히 내려앉은 공기에서도 성스러운 날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이집트에서 참기 힘든 소음이 바로 차들의 경적인데 점심이 되기까지 거리가 한산하고 조용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라마단이 내 영혼에도 평안(?)을 주는 시간이 되겠구나 싶었다.


더운 아프리카 땅에서 낮 동안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고문에 가까운 일일 것 같은데 이곳 사람들은 늘 돌아오는 명절처럼 당연하게 라마단을 그린다. 카페나 쇼핑몰은 반짝이는 전구와 라마단의 상징인 ‘초승달’로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나에게 초승달은 달 토끼와 절구가 떠오르지만 무슬림들은 신이 인생을 가이드 해주는 상징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라마단 카림' - Merry Christmas 처럼 라마단의 시작을 축하하며 건내는 말



금식과 기도를 하며 신을 생각하고 나와 주변인을 돌아보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중동국가 중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집트에서는 라마단을 보내는 모습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은 코란을 읽고 정확한 시간에 기도하며 자신을 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이슬람 문화 안에서 세속적인 길을 걷는 사람들은 단순히 좀 더 쉴 수 있는 달로 여기기도 한다. 실제로 현지 회사들은 단축근무를 시행하고 일을 미루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사람이 있지만 물 정도는 마시는 사람도 있고 남이 보지 않을 때는 간식을 챙겨 먹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모두 라마단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한다.


외국인인 나의 입장에서는 금식보다 소소한 것들로 라마단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인구폭발을 경험하는 이집트는 늘 공공장소에 사람이 많았었는데 낮에는 어디를 가도 조용한 반면 저녁에는 어디를 가도 더 사람들로 북적였다. 라마단 기간에는 무엇이 고장 나도 고치는 사람을 구할 수 없어 모두 라마단 뒤로 미뤄야 한다는 것도 배우게 됐다. 카페나 식당이 점심 기도 시간 동안 주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당황하기도 했고 모든 가게가 저녁 기도 시간 동안 영업을 중지했다가 다시 문을 여는 것도 재밌는 현상이었다. 당연히 술을 파는 가게는 한 달 동안 문을 닫는다.


우연히 눈이 떠진 새벽, 평소에도 희미하게 들리던 **아잔 소리가 고요한 밤을 타고  크게 울려 퍼졌다. 시간에 맞춰 기도한다는 것은 신앙인에게는 신과 가까워지는 의식이겠지만 심리학에서는 무의식 아래 잠겨있는  다른 나에게 말을 거는 일이다. 라마단의 시작 앞에서, 기독교인인 나는 아잔소리에 맞추어 나의 신에게,  무의식에  편에게 말을 걸어본다.


'감사합니다.'

'지금 충분히 행복합니다.'

'모든 것이 당신의 은혜입니다.'


하루에 다섯 번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말들을 골라 내 안 어딘가에 떨어뜨려 준다. 그러면 그 단어들이 맑은 물이 되어 어두운 심연을 조금씩 옅어지게 만든다. 스스로가 만든 욕심이나 누군가에게 들었던 부정적인 말들로 상처받은 마음에 하루 다섯 번 약을 발라주는 것이다. 그것이 금식이라는 관습을 넘어서는 진짜 라마단의 마법이기를 바라본다.





*바웹 : 한 건물을 집사처럼 도맡아 청소, 잔심부름을 해주는 일꾼을 의미

**아잔 : 이슬람교에서 신도에게 하루 다섯 번 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

라마단 장식과 핫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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