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걷다 보면 나무막대기로 울퉁불퉁한 두리안을 퉁퉁 두드리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두리안은 잘 익으면 껍질과 과육이 분리되는데 잘 익었는지 막대기로 두드려 소리로 확인하는 것이다. 두리안은 수박처럼 한통으로 판매하며 껍질의 무게까지 포함시켜 kg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껍질이 얇고 과육이 많은 두리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두리안의 무게가 일반적으로 개당 약 2~3kg이니 400밧(16,000원)에서 600밧(24,000원)의 가격으로 웬만한 현지인들은 두리안을 사 먹기도 부담스럽다. 어른 주먹만 한 망고 1kg에 50밧(2,000원)과 비교하면 10배 정도 비싸니 두리안은 사치스럽고 오만한 과일이라 애써 외면해 왔다.
하지만 치앙라이의 시장에서 두리안의 맛을 알아버렸다. 방콕에서는 1kg에 약 200밧(8,000원)으로 비싸지만 치앙라이 시장에서는 1kg에 약 100밧(4,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확인한 이상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껍질에서 갓 꺼낸 두리안은 멜론처럼 향긋한 냄새가 주변에 진동하니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작은 두리안 1팩을 100밧에 사고 말았다.
치앙라이의 호텔에는 두리안 반입금지란 표시가 붙어있다. 싸고 맛있는 열대과일이 많은 태국에서 왜 냄새나는 두리안을 그것도 호텔에서 먹을까 의아했지만 치앙라이에 와보니 두리안을 살 수밖에 없겠구나 이해하게 되었다. 두리안을 가방에 넣어 숨길 순 있지만 냄새까지 숨길 순 없는 법. 어쩔 수 없이 두리안을 먹기 위해 한적한 거리를 찾아 걸어가며 바나나처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향긋한 멜론맛과 포도의 달콤함, 치즈처럼 부드러운 식감, 코끝을 살짝 찡그리게 하는 탄산의 맛 등 형용하지 못할 다양함이 입안에 퍼진다. 이것이 한번 맛보면 계속 찾게 된다는 두리안의 맛일까. 열대과일의 왕이라는 두리안, 맛도 왕이요, 가격도 왕인 두리안의 매력을 치앙라이의 한적한 골목에서 알아버렸다.
겁도 없이 치앙라이에서 방콕보다 2배 이상 저렴한 두리안을 호사스럽게 아침, 저녁으로 끼니처럼 사 먹었다. 다시 돌아온 방콕. 대형마트에 두리안의 달콤 시큼한 향이 과일코너에서 진동한다. 반가워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모르는 게 약일까. 아는 것이 힘일까. 머릿속만 복잡하다. 마트 안 두리안을 나무막대기로 퉁퉁 두드리는 소리가 나의 심장만 자꾸 두근거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