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필기시험 복기방

NCS 복기방에서 짤리는 바람에 토라지다

by happyday


공기업 준비 단톡방에서 만든 복기방에 대한 이모저모


카카오톡에서 공기업을 검색하면 준비생들끼리 만든 오픈 카톡방이 있다. 대체로 입장은 쉽지만 안에서 정보 공유란 잘 되지 않는다. 물론 정원이 200명 정도로 가득 차서 입장도 불가한 방들도 있다. 그런 곳은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사람 마음이란 게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별 것 아니지만 그렇기에 그것조차도 못 들어가고 싶진 않는데. 정원이 가득 찬 방의 존재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불확실한 빈자리를 노리는 상황이 취업준비 기간의 상황을 축약해 보여주는 것 같다.

단톡방에 들어간다고 해봐야 기껏 나누는 정보는 실시간으로 결과가 발표 되었는지나, 지난 시절의 경쟁률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는 정보들 뿐이다. 시험을 대비해 어떤 사람의 수업을 들으면 좋은지, 어떤 문제집이 좋은지, 작년 면접 문제는 어땠는지, 합격한 후 삶은 어떤지 등 정작 궁금한 정보들은 질문이 올라와도 답변은 달리지 않는다. 그래서 질문자들이 '귀한 정보라 안 알려주는 건가요.' 하는 푸념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그래도 망망대해에 떠도는 취준생으로서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안이 되기 때문에 남아 있었는데..


최근에 NCS 시험을 보고 서로 문제를 하나씩 맡아서 외운 다음에 공유해서 완전한 시험지를 만드는 '복기방'이란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복기방'에 몇 백 명씩 들어오기 때문에 그 중에 날로 먹는 사람들이 있었는지, 인원 관리에 매우 예민하다. NCS와 전공시험을 동시에 보는 경우 전공에 따라서 복기방이 따로 있다. 여기에 정식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험의 수험표 인증을 해야하고, 입장하면 이름을 '문제 번호-01' 등으로 설정해 자신이 담당할 것을 확정한다. 예를 들어 문제가 50번까지 있다면 01-01 ~ 50-01 등으로 닉네임을 설정하고, 51명째부터는 01-02 로 처음으로 돌아간다. 문제만 외우는 것은 아니고 담당한 문제의 선지까지 모두 암기해 공유하는 것이 미션이다. 이렇게 공유된 정보는 방장이 취합하여 공유하고 외부유출은 엄격히 금지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인지 투표 진행 불참, 미션 마감 기한에 따르지 않는 경우 강퇴 당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방의 공지를 살펴야 하며 개인 사정으로 늦게 확인해 얻는 불이익(강퇴)은 본인 책임이다.


○○장학재단 준비 중, 단톡방에 있던 나에게도 복기방 참여 기회가 주어졌다. 100명이 차버린 복기방1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30명 정도 모인 복기방2였다. 시험 전날 어떻게 외울지 나름대로 고민했고 취합될 복기자료를 기대했다. 그날은 인턴으로 참여한 조직 행사가 있는 날이고 필참이었기 때문에 저녁 6시까지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다. 저녁에 카톡이 많이 와있길래 봤더니만 복기방2 내부에서 인원이 많은 복기방1로 옮기자는 의견이 나왔고, 1방의 방장이 이를 수용하여 몇 시까지 들어오는 사람들만 받아주겠노라 합의를 해 15명 정도가 빠져나갔다. 남은 스물 몇명은 확인을 못 했다며 각자의 사정을 얘기하며 정말 받아줄 수 없는지, 마감인지 반복해 물었으나 돌아온 답변은 '내' 였다. 부들부들


치열한 경쟁사회 다같이 힘든 처지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 이로써 나는 본경기를 준비하는 전략회의를 준비하는 준비방에서도 탈락했다. 이런 작은 일로 화가나서 더 화가 난다.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복기방1에 들어갔더라면 남은 2방 사람들을 불쌍히만 여겨주고 내가 들어온 것엔 안주하며 시험 문제를 더 열심히 외우기만 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엔 나도 똑같은 사람이고 그래서 이렇게 삐졌나보다. 일단 내일 시험은 혼자 알아서 열심히 쳐보겠다.


*개인적인 경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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