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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야마에서 길을 찾다(上)

넥스트 로컬라이즈 군산 04. '창조적 과소'라는 영감

by 비커넥트랩




인구 4천 3백명,
창조적 과소라는
영감을 만나러 가다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카미야마かみやま라는 표기도 보이나, 보통 더 많이 쓰는 가미야마로 표현을 통일)는 약 4,300명이 살고 있는 산골 마을이다. 우리가 이 작은 마을에 주목한 이유는 일본 전역에서 고령화와 인구감소 현상으로 공동체가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주도로 지역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창조적 과소 방식’을 통해 예술가 유치, IT 기업 유치, 관광 등 융합된 혁신 전략을 통해 가미야마가 걸어온 30년의 역사를 눈을 확인해보고자 했다.



IMG_0009.HEIC 한적한 산촌마을, 가미야마의 풍경



내가 가미야마를 찾아가게 된 계기는 박사학위 논문 주제와 관련이 깊었다. 그 이유는 박사학위 논문 주제였던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참고했던 중요한 해외사례였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의 후속 연구를 진행하던 중 군산에 남아있는 기업들의 장기적인 방향성에 대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싶었던 와중에 기회가 생겨서 가미야마를 다녀왔다. 사실 가미야마는 이미 일본 내 과소(過疎) 지역이 어떻게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고, 이미 한국에서도 많이 소개되었던 곳이었다.



성공적인 지역활성화로
워낙 유명한 가미야마-
한국에서 봤던 자료 속 내용처럼
유의미한 성과를 낸 곳인지,
아니면 과도하게 포장된 곳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도 있었다.




해발 1,000미터 산속마을,

가미야마로 가는 험난한 길



가미야마는 일본 시코쿠섬 도쿠시마현 미요시군에 위치한 면적 173.4㎢에 인구 약 4,300명(2023년 기준)의 전형적인 일본 과소화 지역이다. 산악 지형이 대부분(임야율 82%)이라 산촌 특유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온화한 기후가 장점이지만, 해발 1,000미터에 위치한 곳이라 그만큼 접근성이 좋지 않아 인구 감소가 가속화될 우려가 큰 곳이기도 했다.



image02.png 일본 내 가미야마의 위치



실제로 미요시시에서 가미야마로 들어가는 길은 뱀처럼 좁고 구불구불하게 난 산악도로를 따라 달려야만 했다. 2시간이 넘게 달리다 목조 건물들이 보이더니 해가지고 밤이 되어서야 가미야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두운 산길을 뚫고 이곳에 오면서 ‘정말 이런 외진 곳에서 지역활성화가 가능할까?’ 하는 궁금함과 약간의 걱정이 공존했다.



Kamikatsu_JH1 - frame at 0m14s.jpg
Kamikatsu_JH1 - frame at 0m24s.jpg 천길 낭떠러지라는 말이 실감났던 가미야마로 들어가는 길. 아주 낡고 오래된 가드레일 옆은 절벽이고, 구불구불한 길은 끝이 없었다. 사진 속 가느다랗게 이어진 선들이 지나온 길이다.



위크 가미야마(WEEK Kamiyama)라는 숙소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어서 근처 편의점에서 사온 음식으로 저녁을 대신했지만, 험난한 산길을 무사히 넘었다는 안도감 덕분에 그마저도 꿀맛이었다. 간단한 음식과 술 한 잔을 곁들이며, 다음날 일정을 점검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창조적 과소로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



다음 날 아침은 위크 가미야마(WEEK KAMIYAMA) 반대편에 위치한 가미야마 밸리(KAMIYAMA VALLEY) 위성오피스 콤플렉스를 찾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곳은 다양한 기업들이 상주해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이자 거점공간으로 활용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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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야마에서 시작하는 본격적 일정은 가미야마 밸리 위성오피스 콤플렉스에서 그린밸리 사무국장님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가미야마의 변화를 이끈 NPO 그린밸리를 만날 수 있었다. 사쿠다 쇼스케 사무국장님께서 가미야마의 사례를 요약해서 핵심적인 내용들만 말씀해주셨는데, 특히 눈에 띄었던 점은 한국어 PPT 자료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는 부분이었다. 그만큼 한국에서 가미야마의 사례를 탐방하러 오는 방문객이 많다는 증거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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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miyama_JH14.jpg 사쿠다 쇼스케 국장님의 발표 (사쿠다 쇼스케 국장님의 얼굴이 나온 사진은 제외했다)



NPO 그린밸리의 강의에 핵심적인 내용만 정리하면, NPO 그린밸리는 ‘창조적 과소로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데, 창조적 과소(Creative Depopulation)란 인구 감소의 현상을 받아들여 인구의 내용을 바꾼다는 개념으로 청년과 창조적인 인재를 유치하여 인구 구성의 건전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다양하게 일하는 방식이 가능한 비즈니스의 장으로 가치를 높임으로써 1차산업에만 의지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지역을 지향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방식을 지향하게 된 원인은 과소 지역은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일의 부족으로 보고, 대안으로 다양한 직종의 사람이 지역에 일시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레지던스 문화를 통해 창조적 인재를 유치하고, 지역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하면서 쌓은 경험의 누적을 통해 지역의 변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즉, 일하는 방식과 일하는 장소의 자유도를 높여 지역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를 불러들이고 동시에 새로운 서비스(관광 등과 연계)를 만들어내어 지역 내 경제순환을 통한 자율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미야마는 1927년 우호친선을 목적으로 미국에서 일본의 어린이들에게 선물로 보낸 인형을 진료 초등학교에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1999년 국제교류의 목적으로 인형에 함께 있던 여권을 단서로 보낸 사람을 찾아내어 인형을 돌려준 ‘엘리스 인형의 귀성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1999년 마을로 예술가들을 초대하고 예술 활동을 지원했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2007년 지역의 광통신망 설치로 이주 지원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2010년 ‘위성 사무실과 코워킹 스페이스 사업’, 2015년 관민연계로 가미야마 지방창생 전략, 2019년 현립학교 학과 재편과 가미야마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에 이르기까지 30년에 걸친 창조성 있는 인재의 유치를 통한 지역의 변화를 이루어왔다.



<창조적인 지역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창조적인 사람이 모이고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 NPO 그린밸리의 사쿠다 쇼스케 국장님의 발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다.



이외에도 육아 세대를 위한 공동주택 프로젝트인 ‘오노지 공동주택 프로젝트(2016)’, 지역 농업의 미래를 생각한 ‘푸드 허브 프로젝트’, 기술과 디자인으로 인간의 미래를 바꾸는 학교를 지향하는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 프로젝트’(일본의 고향납세를 활용한 첫 학교 시설이라고 한다. 36개 회사, 개인 24명의 기부를 중심으로 37억 엔을 조달), ‘재택의료 프로젝트’(2023)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기억에 남았는데, 이 부분은 별도로 자료를 정리해 기록할 생각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가미야마는 사회적 요인으로 2020년 27명, 22년 12명, 23년 53명이 증가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의 비율이 2000년 44.2%에서 2020년 50.3%로 4분기 연속 상승하고 있는 부분이 고무적으로 보였다.



그렇게 넥스트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의 길을 찾기 위해 해발 1,000미터의 산촌마을로 외길 낭떠러지길을 통해 찾아온 가미야마에서 만난 발표는 충분히 값졌다. (下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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