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로컬라이즈 군산 03. 로컬만을 위한 창업 콘텐츠를 완성하다
지난 창업을 EXIT 했던 경험, 전국을 다니며 수많은 지역 창업가를 육성한 현장의 노하우, 그리고 지역자산을 근간으로 한 학문적 근거까지. 비커넥트랩의 역량을 총망라하고 로컬라이즈 군산에 대한 후속연구 데이터와 군산의 골목골목까지 모두 둘러보며 비커넥트랩만의 '로컬 창업가 육성 과정'을 만들긴 했지만, 한 가지 과제가 남아있었다.
그건 바로 리허설. 정말 멋진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서 수십 번 수백 번의 동선체크와 조명, 음악, 효과 등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 우리는 실제 창업가의 입장에서 실제 육성이 이루어지는 현장처럼 온전히 이 과정을 똑같이 진행해 보기로 했다.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로컬 창업가 육성 과정' 우리의 리허설을 위한 이름이었다. 군산에서 우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 주인공인 슬기님이 예비 로컬 창업가로 참여하기로 했다. 로컬라이즈 군산이 진행되는 3년 동안, 26개의 창업팀이 성장하는 모든 순간을 함께했던 슬기님은 마침 올해는 어떤 일들로 사업을 추진해보아야 할지 고민도 있던 터라 리허설에 함께 참여하기에 적임자였다.
비커넥트랩이 그간 육성과정에서 만난 전국의 창업팀도 500여 팀이 넘는다. 분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창업방법론 또는 육성과정은 1) 아이템을 먼저 정하고 2) 어떻게 사업으로 만들어 갈 것인지 3) 실제 시장에는 어떻게 진입하고 성장할 것인지 4) 계획을 현실로 만들 역량은 갖추었는지라는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다. 즉, 아이템이 정해지지 않으면 아무리 등 떠밀어도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템은 그리 쉽게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의 자원을 잘 안다고 해서, 상권을 파악하고 있다고 해서 아이템이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듯이 쑥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모든 창업가가 겪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중 하나다. 일명 피봇 또는 피보팅이라고 해서 중간에 아이템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알면서도 막상 발걸음을 도무지 뗄 수 없는 것이다. 슬기님과 2달간 '로컬 창업가 육성 과정'을 진행하면서도 같은 어려움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이템은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듯이
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 대한
고찰이 없으면
결론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런 문제인 것이다. 군산은 짬뽕으로 아주 유명하다. 군산시가 조성한 짬뽕거리도 있고, 대중이 신뢰하는 맛집 프로그램들이 취재해 간 짬뽕집들도 많다. 이런 음식점들은 유명한 영화의 배경으로도 등장,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는 명소까지 되었다. 또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자면, 군산 짬뽕의 기원은 일제강점이 이전부터 중국 산둥성에서 이주해 온 중국인들이 많이 살았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농사를 짓고 살았지만, 1961년 외국인 토지법이 제정되며 토지소유에 제한이 생긴 것. 그렇게 화교들이 초마면이라는 것을 팔며 고춧가루가 들어가고 꼬막이나 계란후라이가 올라가거나, 콩나물과 통낙지 한 마리가 그대로 올라간 짬뽕 등이 속속 탄생하며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것보다 군산의 짬뽕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더라도, 로컬 창업가로 성장하는 첫 단계의 아이템으로 군산의 아직 덜 알려진 해산물을 활용한 짬뽕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결론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에 대한 고찰이 빠졌기 때문이다.
창업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창업에는 돈을 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엄청난 불확실성을 감내하더라도 창업가 스스로가 정말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세상에 보여주고, 그 가치를 고객과 나누는 과정이 주는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결국에는 창업가로 성장한다.
그래서 창업씬에서는 창업 아이템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 한 사람의 인생이 오롯이 느껴진다는 말이 있다. 요컨대, 아이템은 창업가가 살고자 하는 세상을 향한 순도 높은 욕망의 다른 모습이다. 스스로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깨닫지 못한다면 아이템을 완성하는 첫걸음은 떼어지지 않는다. 특히 로컬에서의 삶이란 대도시의 삶보다 '나'라는 사람의 비중이 훨씬 커지므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정의는 앞으로의 여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주춧돌이 된다.
슬기님과 처음 로컬 창업가 육성 과정 리허설을 진행하면서도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는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것이었다.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이를 알기 위해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내렸던 결정들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로컬과 사람을 알 수 있는 책을 읽는 독서토론모임도 곁들였다. '로컬의 신', '마을의 진화', '로컬 라이프 트렌드' 그리고 마지막 '사람을 안다는 것'이라는 총 4권의 책을 격주 단위로 읽고 토론을 이어갔다.
비커넥트랩의 로컬 창업가 육성 과정은 2달간 리허설을 끝으로 오롯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모습을 보니 기존에 지역에서 적용되던 스타트업 육성 방식과는 크게 3가지의 차별성이 있었다. 첫째, 창업가가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역자산'의 활용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 둘째, 창업가 개인의 삶과 지역의 특징 사이 접점을 확인하기 위해 창업가 개인에 대한 고찰의 과정을 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Needs-Based-Solution)과 지역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Asset-Based-Value Up)의 사업을 분리해서 육성하는 것.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나라는 사람이
군산에서 살아가는 동안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이렇게까지 고민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진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나와 함께 고민하고
이를 담아내는 일을 찾아나간다는 것이
참 의미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앞으로 비커넥트랩은 로컬 창업가 육성 과정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리허설이 가르쳐준 이 과정에 담긴 의미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눌 것이다. 인생을 돌아보고, 역량과 경험에 대해 스스로를 해부하듯 알아보고, 이를 지역자산과 결합하고 뿌리내리며 아이템을 현실화시켜가는 과정. 뿌리가 깊은 아름드리나무가 천천히 그러나 쉬임 없이 자라 수많은 그늘과 열매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 지역에 딱 맞는
발전전략을 찾고 있다면
지역의 특성은 저마다 다른데, 왜 다른 지역에서 진행했던 지역 활성화 사업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을까? 비커넥트랩은 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해서 만들어진 연구소로, 지역맞춤형 활성화 컨설팅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이미 국내·외 다양한 성격과 형태의 조직이 비커넥트랩과 함께 지속가능한 로컬 임팩트를 꿈꾸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 딱 맞는 발전 전략이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비커넥트랩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