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로컬라이즈군산 프로젝트 02. 로컬만을 위한 창업 콘텐츠를 만들다
넥스트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는 비커넥트랩의 정홍래 대표가 기업의 지원이 끝난 후 창업팀들의 현재 상황까지를 추적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시작됐다. 연구를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은 하나다. '어떤 방식의 창업가 육성이 로컬에서 보다 지속가능성을 갖는가?'
이 질문은 비커넥트랩을 만들 때에도 정홍래 대표와 나의 마음속에 있었다. 전국을 다니며, 정말 많은 로컬의 창업교육에 참여해 봤지만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린스타트업 이론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지역의 특성은 저마다 다른데,
왜 다른 지역에서 진행했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을까?
그래서 우리는 넥스트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존에 미완성 형태로 남아있던 지역에 꼭 맞춘, 지역맞춤형 창업가 육성 이론을 완성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단 한 사람의 예비창업가, 군산의 슬기님이 교육 대상자로 함께 했다.
우리는 이내 그간의 가설을 가지고 바로 군산으로 내려갔다. 우리의 가설은 1) 로컬 창업교육은 창업가의 살고 싶은 삶과 그간 살아오며 쌓인 역량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 2) 지역의 자산과 강력히 결합하고, 지역의 사람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야 한다는 것 그리고 3) 지역이 필요로 하는 문제해결에 기반한 '니즈기반' 방식 또는 지역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에셋기반' 방식 둘 중 하나의 성장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2박 3일을 군산에서 머물렀다.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창업교육이자, 우리의 가설과 철학을 실제로 적용해 보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서로의 가치관을 탐색할 수 있는 창업가 개인의 삶에 대한 워크숍을 마치고, 군산이 어떤 역사를 지나쳐왔는지부터 다양한 지역자원 조사과정을 시작했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로컬 창업가 육성의 핵심 중 하나인 '지역자원지도'의 첫 발자국과도 같은 과정이다. 그리고 이 지역자원지도를 바탕으로,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관찰하고 둘러보며 이후에는 관심이 가는 자원, 활용가능한 자원을 둘러싼 주요 이해관계자를 섭외해 인터뷰를 진행한다.
우리는 군산 중에서도 창업의 주무대가 될 영화동을 중심으로 총 6개의 구역을 분할한 뒤, 구석구석 도로를 누비며 어디에 어떤 숙소가 얼마나 있는지, 주로 지역민이 생활을 하는 곳인지, 학생/청년/중장년 이상 누가 많은 곳인지, 소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는 무엇인지 등등을 골목을 다니며 조사했다.
'왜 군산의 항구와 어시장엔 횟집보다 건어물집이 많을까', '과거 120년간 일본으로 인해 개항기에 놓였던 시기에 남은 정서는 무엇일까?', '군산 관광지에 자전거를 빌려주는 서비스는 왜 없을까?' 등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질문들이 우리 사이를 가득 메웠다. 비커넥트랩이 처음부터 꾸준히 강조해 온 지역 현장을 누비는 '필드 트립 리서치'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고단한 발품을 팔고, 밤에는 새벽까지 대화를 나눴다. '내가 비커넥트랩의 일원이 아닌, 당장 여기 이곳에서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삶을 개척해야 하는 창업가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창업 경험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로컬 창업가의 입장에서 절실하게 계속 질문하던 2박 3일이었다.
다시 한번 현장에서 느꼈지만, (지역에 사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서의) 로컬은 저마다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오며 쌓인 지역만의 역사, 역사 속에서 쌓인 문화적 요소들, 자연환경과 기후, 그 속에서 쌓인 무형의 풍습과 기술과 크고 작은 모임과 그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까지.
그 어느 것 하나도 자원이 아닌 것이 없고, 그런 자원이 어떤 창업가와 어떻게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결코 다른 곳에서는 모방할 수 없는 사업아이템이자 지역의 콘텐츠로 완성된다. 즉 로컬에서 무언가를 해본다는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 그곳에 살 사람에게서 출발하고 현장에서 뿌리내리며 만들어진다.
로컬이 뿌리내릴 토양이라면,
창업가는 아름드리나무처럼
천천히 하지만 쉬지 않고 자라나
깊게 뿌리내린 후,
그늘과 열매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내어준다.
이것은 마치 한그루의 아름드리 참나무를 키워내는 과정과도 같다. 로컬이 뿌리내릴 토양이라면, 창업가는 아름드리나무처럼 천천히 하지만 쉬지 않고 자라나 깊게 뿌리내린 후 그늘과 열매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내어준다. 빠르게 자라라고 다그쳐서 될 일이 아니고, 조금 더 유리한 환경이 보인다고 자꾸만 파내서 이리저리 옮겨 심는 것도 방도가 아니다. 그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함께 할 뿐.
이때의 경험과 깨달음이 마지막 퍼즐이었을까. 군산에서 돌아온 후, 우리는 로컬 창업가 육성 과정을 온전히 완성해 냈다. 수많은 아름드리나무들을 만나게 될 미래를 그리며-
우리 지역에 딱 맞는
발전전략을 찾고 있다면
지역의 특성은 저마다 다른데, 왜 다른 지역에서 진행했던 지역 활성화 사업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을까? 비커넥트랩은 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해서 만들어진 연구소로, 지역맞춤형 활성화 컨설팅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이미 국내·외 다양한 성격과 형태의 조직이 비커넥트랩과 함께 지속가능한 로컬 임팩트를 꿈꾸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 딱 맞는 발전 전략이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비커넥트랩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