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디 Feb 08. 2023

공부 안 하길 참 잘했어요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 6년 동안 신나게 친구와 비교당하며 생애 첫 번째 학창 시절을 마치고 나면 중학교에 입학한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과목 똑같은 범위를 단체로 학습받게 된다. 


수업시간 50분은 모두에게 다른 시간으로 꾸며진다. 


몇몇은 앞줄에 앉아 선생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낱말들을 하나씩 잘 주워 담으며 노트에 적고 머리에 넣느라 바쁘지만, 몇몇은 뒷줄에 앉아 오늘 아침 강제로 중단되어 버려 찝찝한 못다 한 잠을 이어 청한다. 쿨쿨쿨. 교실에서는 잠도 잘 오지만 또 자는 내내 꿀맛이다. 


그렇다. 우리들은 이제 대학이라는 어마어마한 관문을 스무뜨-하게 통과하기 위한 길고 긴 여정을 나도 모르게, 그렇게, 시작해 버린 것이다. 


이것은 누구의 계획? 사회? 부모? 친구? 나? 모르겠고!


이때는 당연하게 남자와 여자 우리 모두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내 받게 되는데(평등하고 공평하게), 이런 말은 선생님들의 머릿속에 학생 본인의 머릿속에 있을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다. 


여기서 이런 말은 다음과 같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얘들아! 여자는 현실적으로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면 '경단녀'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공부를 적게 해도 된다는 말이란다!"


뭐 지금이 조선시대도 울 엄마 아빠 시대도 아니니, 이런 사상은 터무니없고 말이 안 되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불공평하고 앞뒤가 맞지 않고 여성차별적인 발언이다.


하지만 헛소리를 좀 더 해보자면,

여학생들은 어떤 어른으로부터 이런 질문도 받은 적이 없다(을 것이다). 

 

'얘야, 너는 나중에 결혼을 할 생각이니? 아니면 비혼주의가 될 참이니?'


'네! 선생님 저는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평생 꿈을 위해 혼을 바쳐 공부하는 일을 재고 해 보는 것은 어떻겠니? 적당히 하라는 말이란다. 어차피 결혼하면 남편 직업이 우선이 될 테니까 말이야'


'네! 선생님 저는 결혼 안 하고 혼자 살고 싶어요!'

=네 꿈을 펼쳐보렴!





우리나라 사회에서 여자가 제 힘닿는 데까지 꿈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뿐, 이라고 확신한다. 


얼마 전 '검사내전'이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거기에는 쌍둥이 엄마이자 유능한 여검사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단편에는 다음과 등장인물이 등장했고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흘러갔다. 


1. 허리가 아프지만 자식(아들)생각해서 애를 보느라 자동적으로 갑 위치에 있게 된 시엄마, 그리고 둘의 갈등. 이 시엄마는 주인공 여검사에게 일을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압박한다.

2.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며 일을 하는 남편(같은 검사다), 이 남편은 애들이 아프다는 (자기)엄마의 전화를 받고 주인공이 일하는 시골동네로 내려오는, 중간역할 못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3. 워킹맘이기에 겪은 고난, 그리고 그 연속성. 자꾸 해야 할 일을 깜빡하고 그래서 상사에게 혼이 난다. 

4. 그래서 같은 여자 동료에게도 구박을 받는다. '그럴거면 일을 때려치는게 낫지 않나요?'

5. 왜? 애가 있으니까!!! 엄마니까!!!

6. 여자는 퇴근하는 택시 안에서 눈을 붙인다. 금세 집 앞에 도착했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설거지와 하루 치의 집안일을 시작한다.

7. 여자는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며 흐르는 땀을 쓸어내린다.




드라마를 보며 내가 한 생각.


'캬, 저렇게 죽도록 공부 안 하길 잘했지! 했으면 얼마나 억울할 뻔했어!'

매거진의 이전글 S대 나와도 별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