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쉬는 날에도 새벽 5시에 일어난다.
남편은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쉬는 날에는 여유로운 숙면을 즐긴다.
미라클 모닝은 나에게 눈 뜨자마자 성공을 맛보게 해주는
고마운 루틴이다.
미라클 모닝을 성공시키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가면서
자신감이 상승하고 행복감 또한 증폭됐다.
하루가 기대되고 벅차오른다.
분명 내 일상은 달라졌다.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남편의 일상도 달라지긴 달라졌다.
두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는 여편네 때문에
규칙적으로 잠을 설치고 있는 것.
달라이 라마가 그랬다. 잠이 최고의 명상이라고.
나는 결단을 내렸다.
각방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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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미라클 모닝이 매일 성공할 수 있는 비밀은
조명에 있다.
우리 집 침대방 조명은 알람설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옛날 아파트임에도 불구, 이런 최첨단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적당한 알람 소리와 함께 불이 팍!! 켜진다.
눈을 안 뜰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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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부부들은 각자 방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처럼 애가 없는 부부는 더 그렇다.
우리 부부의 경우,
결혼 1년 차에는 각자 방에서 따로 잔다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잠에서 만큼은 독립적으로 편하게 자고 싶었다.
남편과 나는 당장 마트로 달려가 슈퍼싱글 사이즈 이부자리 두 세트를 마련했다.
로켓배송을 기다릴 여유가 없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한 공간에서 각자의 이불을 덮었다.
한 침대 한 이불 말고 한 침대 두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다.
결혼 2년 차에는 남편의 코골이가 심할 때, 주로 남편이 술을 마셨을 때 각방을 썼다.
한 밤 중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자주 내 귀 옆으로 기차가 지나가고 트랜스포머 급 트럭이 지나가고 증기선이 지나다녔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고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술 먹었을 때는 따로 자도록!"
"좋아! 나도 자면서 눈치 보던 참이었어."
자면서도 눈치를 본다는 말이 웃기기도 하면서
그렇다면 도대체 눈치를 안 보면 뭐 어느 정도 코를 골겠다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어쨌든 이불을 둘둘 싸매고, 굿 나이트 인사를 건네며, 히죽히죽 웃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작은 방에 들어가는 남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결혼 3년 차.
어느 날부터 남편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감기에 걸리거나 몸살에 걸렸을 때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가장 작은 방에서 아침을 맞이한 남편은 굿모닝을 외치며
"지지면서 자니까 죽인다 야. 아주 컨디션이 좋아~" 라면서 뽀샤시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
역시 한국인은 온돌방인가 싶다.
지난주부터 우리는 '평일에는 각방, 주말에는 함께' 패턴을 새롭게 구축해 실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주말에도 미라클 모닝을 한다. 일찍 일어나도 괜찮겠냐는 내 말에 남편은 '주말에는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푹 잘 필요가 없다'며 주말엔 꼭 한 침대에서 자야겠다고 말했다.
고마우면서도 감동스러우면서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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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부모님 세대는 그런 것 같다.
'부부가 각방을 쓰면 예외 없이 부부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그러므로 자식들인 너희는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당신 친구들 중 각방을 쓰는 부부는 죄다 서로 원수지간이라며 확신에 확신을 더한다.
"부부사이에 각방은 절대 안 돼. 미친 듯이 싸워도 잠은 같이 자야 되는 거야!"
하지만 우리에게 각방은 그런 부정적인 관점보다는 효율성 측면에서 효용이 있다.
1. 둘 다 출근을 해야 하고
2. 그래서 둘 다 잠을 푹 자야 하는데
3. 우리는 둘 다 다른 인간이기에
4. 생활 패턴과 습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5. 고로 우리는 각자 본인들 생활 컨디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6. 결론 : 서로 합의 하에 각방을 쓰던 어쩌던 개선안을 마련해 실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어떤가. 단순하고 간단하고 명료하지 않은가.
공자는 또 말했다.
"생은 본디 단순한 것이나 우리는 구태여 그것을 복잡하게 만든다."
우리 부부는 그냥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대단한 결심이 없어도 우리 삶의 패턴은 '단순'으로 흘러들어 간다.
큰 노력이 없어도
같은 방향으로 함께 흘러간다는 것.
이것이 우리 부부의 결혼생활이 쉬워지는 주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