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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디 Nov 09. 2023

남편이 피임약을 사다 줄 때의 반응

달력을 마주하고 날짜를 세봤다. 

엄마랑 베트남 여행을 가는 날짜가 정확히 생리 예정일이었다.

역시나. 불안은 언제나 현실이 된다. 


남편에게 물어봐야지, 싶었다.

뭘? 다음 생리예정일을.


남편은 내 생리주기를 관리한다. 

그래서 난 내 생리주기를 잘 모른다. 


-어제저녁-


문득 생각나 남편에게 물었다.


"나 다음번 생리 언제 해?"

"음.. 29일이네? 21일 남았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내일 피임약 좀 사다 줘. 여보 직장 옆에 바로 있다고 했지?"

"어~ 알겠어. 근데 약 이름이 뭐야?"

"그런 건 잘 모르고 그냥 한 달 동안 매일 먹는 거 있어. 약사가 생리 시작일 물으면 말해주면 될걸?"


피임약은 거의 안 사봐서 나도 잘 모른다. 


-오늘 아침- 


남편이 집을 나서기 전에 묻는다.

"오늘 피임약 사다 달라고?"


경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맞다. 응!!!!!!"


남편이 말했다.

"이거 원 참~ 오늘 남사스러운 일 하게 생겼구먼~ 껄껄껄."


-오늘 오후-


남편에게 카톡이 왔다.


"피임약 사뜜."

"설명도 듣고 다 적어놔뜜"


덜컥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오히..


멋있어..





나는 아무렇지 않게 피임약을 사다 달라고 했고

남편은 아무렇지 않게 알겠다며 피임약을 사다 주었다.

특유의 세심함을 발동해 메모까지 해두었다니.


다른 남편들도 아무렇지 않게 피임약을 살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나 내 남편은 한다.


별 의미 없는 유난을 떨지 않고 

그냥 와이프 말이라면 알겠다고 말한다. 


아, 이렇게까지 멋진 남자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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