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행복해요 크크크
지난주 토요일 아는 사람이 결혼을 했다. 말 그대로 아는 사람이라 초대는 받지 못했고 난 그들의 예식 사진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았다. 신부는 너무 예뻤고, 그들은 참 행복해 보였다.
어느 여름 날, 사진 속 신부는 작은 말티즈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우리 식당을 찾았다. 우리 식당은 반려동물 동반 식당이라 세상 모든 종류의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있다. 그때 신부는 동물병원 간호사로 일을 하고 있었고 그녀의 첫 인상은 지금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처럼 '예쁘다'는 것이었다. 큰 눈에 웃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단번에 그녀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이런 저런 수다를 걸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에 그녀는 동료 간호사들과 함께 식당을 찾기도 하고, 또 어느 날에는 이제는 그녀의 남편이 된 남자친구를 나에게 소개해주기도 했다. 요리사라고, 중문에 있는 어느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휴일이 달라 자주 데이트는 못한다며, 순간 아쉬운 마음이 일었는지 입을 삐쭉거리던 그녀였다. 그 모습도 참 귀엽고 풋내가 났다. 초록색 청귤과 닮은 그녀는 싱그러운 사람이었다.
화려한 신부 대기실에 앉아 활짝 웃어 보이는 그녀의 두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그녀가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기도했다.
결혼, 남들 다하는 결혼 한번 했다고 인생이 대단하게 바뀔까. 바뀐다. 결혼은 사실 엄청나게 험난한 여정이고 누군가에게는 지뢰밭의 연속이라 실수로 잘못 발을 내딛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 끝장이 날 수도 있다.
결혼은 지금껏 나의 삶의 중심에 서 있던 내 자아를 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고, 내 성격과 가치관을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 거기에 애 까지 낳으면 순식간에 내 이름 석 자는 사라지게 되고, 지금껏 온갖 시간을 쏟아 부으며 성공을 위해 쌓았던 나의 소중한 젊음이 담긴 커리어 또한 완전히 삭제될 수도 있다.
결혼 준비 혹은 결혼 생활에서 오는 불협화음으로 인해 별안간 부모님 마음에 대못을 박는 불효자식이 되는 건 보너스다.
성격이 옹졸해지고 속이 좁아지는 것 또한 피해갈 수 없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던 행동이나 그런 것들도 결혼을 하면 그것들에 대한 배우자의 성향에 따라 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각자 자는 시간도 다를 것이고, 아침을 먹는지 안 먹는지, 점심에 힘을 준 식사를 하는지 아니면 저녁에 힘을 주는지 그것도 아니면 식사를 스킵하던지.
또 있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몸을 일으키는지 아니면 몇 분 정도를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그 후에 일어나는지, 약속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지 아니면 밍기적 거리다가 헐레벌떡 집을 나서는지.
이런 것도 있다. 밥을 먹자마자 설거지를 하는지 아니면 쌓아 뒀다가 내킬 때 하는지. 싸움이 나면 화해까지 시간이 필요한지 아니면 바로 대화를 해서 풀어야 하는지.
아침을 조용하게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지, 아니면 눈 뜨자마자 티브이부터 켜 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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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우선 결혼은 난이도의 범주에 있어서 빨간색으로 칠해진 극극극극한 직업이다.
결혼 후에 남편 혹은 아내라는 지위를 부여 받으니, 뭐 직업이라고 해도 마땅하려나. 물론 페이는 받지 않지만, 돈만 없다 뿐이지 내 에너지 감정 체력 다 소비하는 것이 바로 결혼, 그 창대하고 거대한 사회적 약속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