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캐릭터를 다룰 수 있는 가장 영특한 방법
올해가 되기 전, 그러니까 작년이 끝나갈 무렵에 정말 좋은 영화를 만났다.
유전자 문제로 스물일곱 번의 성형수술을 거친 어린 소년은 남들과는 다른 외모를 가졌다. 특별한 외모 탓에 아들이 상처받을까 두려웠던 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10살이 되던 해, 어기는 헬멧 밖의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2012년 출간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갖고 있는 이 작품은, 특별한 외모를 지닌 소년의 성장기가 주 내용이지만,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책임감 있게 다룬다. 집안의 태양과도 같은 존재인 평범하지 않은 동생 탓에, 하나의 위성이 되어 그 주위를 맴돌 수밖에 없는 누나 비아. 그리고 화목한 비아네 식구에게 동경과 질투 사이의 갑정을 느끼는 미란다. 목적과 필요에 의해 어기에게 다가갔으나, 그와 진짜 친해지고 싶어진 같은 반 친구 잭. 그리고 잘못된 방법으로 아들을 사랑하고 있는 부모님 사이에서 아직 완전히 때 묻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던 줄리안까지.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 누구 하나, 기특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Not only Auggie, All about us.
<원더>가 마음에 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거다. 단지 어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세상엔 특별한 사연을 지닌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많은 영화가 그 특별함을 탐낸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이 그 특별함을 부각하는 데에 급급하다. 하지만 <원더>는 어기만을 태양으로 만들지 않았다. 극 중에서 비아는 부모님의 모든 관심과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어기를 태양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영화에선 비아의 챕터가 시작되는 순간, 바로 그녀가 태양이 됐다. 작품 속 모두에게 각자의 삶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살아 움직였고, 영화엔 생명력이 가득했다.
<원더>의 시놉시스를, 그리고 예고편을 접한 모두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울게 되리라 예상할 것이다. 한 소년의 가슴 뛰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듣고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원더>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눈물은 먹먹함도, 울적함도 아닌 '벅차오름'으로 표현되는 눈물이 아닐까 감히 단언해본다. 작은 소년이 헬멧을 벗기까지의 용기, 조금 더 스스로에게 솔직해진 두 소녀의 성장, 엄마와 아내라는 역할을 놓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 했던 이자벨(어기의 어머니)의 고군분투, 세상에서 제일 탐나던 위트를 지닌 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 그리고 어기와 함께 한 뼘 더 성장한 모든 친구들과 선생님들까지. 그 모든 사람들의 성장이 벅차오르게 감동적이었다.
영화가 캐릭터를 다룰 수 있는 가장 영특한 방법을 보여준 작품이다. 엔딩크레딧에 박수를 보내며, 나를 비롯한 세상 모든 태양들의 삶을 응원하며 극장을 나섰다. '연초'라는 시즌이 지나가버리기 전에, '새해'라는 새 출발의 메타포를 마주할 용기가 필요한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