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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Jul 27. 2018

늑대로 불린 인간병기 <인랑>

장르도 취향이 될 수 있을까

<밀정>의 김지운 감독이 근미래로 눈을 돌렸다. <인랑>은 남북한 정부가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강대국의 경제 재재가 이어지고 민생이 악화되는 혼돈의 시기, 2029년을 배경으로 한다.





하나,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이 선포된 대한민국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사이 영토 분쟁이 끊이지 않는 등 전운이 감돌자,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자존을 위해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다는 가장 한국적인 설정으로 시작된다. 통일 한국이 아시아의 신흥 강자로 부상할 것을 경계하는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의 무역 봉쇄와 원유 수입제한 등의 경제 제재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민생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이로 인해 반통일의 선봉에 선 무장 테러단체 ‘섹트’가 활약하고, 이에 맞서 대통령 직속으로 강력한 무장력을 갖춘 새로운 경찰조직인 ‘특기대’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며 새로운 권력 기관으로 등장한다. 분단 체제 하에서 공고하게 권력의 핵심에 머물렀던 정보기관 ‘공안부’는 입지가 좁아지자 ‘특기대’ 말살을 위한 음모를 꾸미고, 세 세력 사이의 숨막히는 전쟁과 대결이 벌어지는 <인랑>의 세계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이 아닌 짐승이 되기를 강요하는 혼돈의 시대다. 곳곳에서 테러가 벌어지고, 권력기관들끼리 서로를 공격하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인랑>의 인물들은 누구도 믿을 수 없고 한 치 앞의 생사 또한 알 수 없는 긴장감 넘치는 시간을 이어간다. 미래는 언제나 과거와 현재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인랑>은 한국이 가 닿을 수도 있는 미래로 배경을 설정했다. 그러나 혼돈기로 그려낸 이 미래의 시간 속에서, 인간의 길을 가고자 하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꼭 도달해야 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 또한 놓치지 않는다. 


둘, <공각기동대>와 <놈놈놈>                                                                                                                             

<공각기동대>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 원작의 1999년 판 애니메이션 <인랑>은 전 세계 매니아들의 열광 속에 SF 애니메이션의 고전으로 남았다. 그 자신이 실사화를 염두에 두고 애니메이션을 먼저 만들었으나, 영화화 할 수 없었던 <인랑>은 <반칙왕>과 <놈놈놈>의 팬이었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지지와 동의 속에 김지운 감독을 만나 드디어 영화화 될 수 있게 되었다. 그리스 신화 속 죽음과 지하 세계를 관장하는 신 하데스의 수문장. 늑대를 닮은 머리 셋 달린 괴수, 케르베로스에서 착안한 인간과 늑대가 공존하는 제목 <인랑>에서 짐작되듯, 애니메이션이라기엔 심오한 주제의식과 강화복 디자인, 그리고 섹트의 아지트이자 영화의 주요 배경인 지하 수로까지. 상상력이 손 끝에서 구현될 수 있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모든 것이 실제 세계로 구축되어야 하는 <인랑>의 영화화. 묵시록적 SF였던 원작의 아이코닉한 이미지는 유지한 채로, 이를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덧보태질, 한국적으로 확장된 세계관과 김지운 감독 특유의 미쟝센과 스타일, 그리고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까지. 개성과 재미를 놓치지 않으며 애니메이션이 선보일 수 없는 강렬한 영화적 체험으로 재탄생 될 것이라는 기대는 관객. 그 이전에 원작자인 오시이 마모루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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