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했기에 몰랐던 가치, 우럭이 다시 보이는 이유

낮은 수율에 숨겨진 묵직한 가치와 흔함을 넘어 다시 마주한 우럭의 본질

by 김동건

우럭은 한때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흔한 생선이었다. 횟집에 가면 고민 없이 선택하는 기본 메뉴였고, 특별한 수식어 없이도 늘 그 자리를 지키던 이름이었다. 하지만 최근 우럭의 위상은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양식 우럭이 집단 폐사를 겪으며 수급이 요동쳤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됐다. 어제까지 무난한 선택지였던 우럭은 이제 생각보다 귀하고 비싼 생선이 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우럭을 이야기할 때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지점이 하나 있다. 바로 30% 내외에 불과한 낮은 가공 수율이다. 우럭은 머리가 크고 뼈가 유독 억세다. 가시 또한 굵고 단단해 손질 과정에서 버려지는 부위가 상당하다. 겉으로 보이는 kg당 단가만 보면 평범해 보일지 모르나, 실제 입에 들어가는 순살의 양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우럭은 결코 가벼운 생선이 아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한 접시의 우럭 회 뒤에는 이처럼 묵직한 비가식 부위의 무게가 숨겨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럭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결국은 식감이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탄탄한 살결과 그 안에서 배어 나오는 담백한 풍미는 다른 어종에서는 찾기 힘든 우럭만의 고유한 결이다. 특히 활어 상태에서 갓 쳐낸 회의 탄력은 우럭이라는 생선의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해 준다.


이러한 우럭의 진가는 현장의 투박한 골목 안에서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업무차 부산 자갈치 시장이나 공동어시장을 방문할 때면, 나는 늘 영도대교를 지나 이름 모를 먹거리 골목에 위치한 단골 우럭집을 찾는다. 그곳에서 마주하는 우럭 회의 쫄깃함과 감칠맛은 여타 화려한 어종이 주는 만족감을 가뿐히 넘어선다. 특히 갓 썰어낸 우럭에 초밥 샤리를 곁들여 직접 만들어 먹는 우럭 초밥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 화려한 지방의 맛보다는 씹는 즐거움과 깔끔한 뒷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우럭은 가장 충실한 답안지이자, 미식의 즐거움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럭의 매력이 횟감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건조라는 방식을 거치면 우럭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적당히 수분을 걷어낸 우럭은 살이 단단해지며 맛이 한층 응축된다. 이를 구워내면 바삭한 겉면과 촉촉한 속살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회로 즐길 때와는 또 다른 깊은 감칠맛을 선사한다. 특히 건조 방식과 염도, 시간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풍미를 빚어내는 남해 지역의 반건조 우럭은 이 생선이 가진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를 잘 보여준다.


우럭은 결코 화려한 생선이 아니다. 늘 그 자리에 있었기에 가볍게 소비되기도 했고, 그 가치를 깊이 들여다볼 기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수급의 불균형과 가격의 변화를 겪으며 우리는 비로소 이 평범했던 생선의 구조와 본질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여겼던 존재가 귀해졌을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흔했기에 잊고 지냈던 우럭의 가치. 머리 큰 생선이라는 구조적 한계와 그를 상쇄하는 단단한 식감, 그리고 조리법에 따라 변주되는 다채로운 매력까지. 우럭은 이제 단순한 기본 메뉴를 넘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제 자리를 묵묵히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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