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중요한 건 어디서 샀냐가 아니라 어떤 상태로 만났느냐다
고등어는 한때 가장 흔하고 친순한 국민 생선이었지만, 어느 순간 우리 식탁에서 그 자리가 조금씩 좁아지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으며 유통 구조가 개편되었고,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나 주거 환경의 변화는 집에서 고등어를 굽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부담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고등어는 일상적인 반찬을 넘어, 이제는 어떤 상태의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맛의 깊이가 완전히 달라지는 미식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우리가 시장이나 마트에서 마주하는 고등어는 모두 같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사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잡히는 해역과 품종, 그리고 유통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생선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큰 편차를 보인다.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차갑고 깊은 북대서양 해역에서 서식하는 대서양 고등어 품종이다. 이들은 태생적으로 지방 함량이 높을 뿐만 아니라, 어획 직후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신속한 처리와 초저온 급속 냉동 시스템 덕분에 장거리 유통 과정에서도 품질이 균일하게 유지되는 강점을 가진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특유의 기름지고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을 일정하게 즐길 수 있다.
반면 국내산 고등어는 자연의 계절감에 따라 그 매력이 역동적으로 변한다. 국내산은 크게 참고등어와 망치고등어로 나뉘는데, 참고등어는 그야말로 제철의 미학을 보여주는 어종이다. 찬 바람이 부는 시기에는 몸속 가득 지방이 차올라 고소함이 절정에 달하지만, 비수기에는 살이 담백하다 못해 퍽퍽하게 느껴질 정도로 맛의 진폭이 크다. 결국 국내산 참고등어는 어디서 구매했느냐보다 지금이 몇 월인가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 흔히 참고등어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망치고등어 역시 가을부터 겨울 초입까지 활발한 먹이 활동을 거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시기에는 부족했던 지방이 적절히 올라오며 참고등어와는 또 다른 깔끔하고 균형 잡힌 맛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품종의 차이를 넘어 고등어의 맛을 완성하는 마지막 열쇠는 결국 유통의 속도에 있다. 부산 공동어시장과 같은 산지에서 경매를 거쳐 단 하루 이틀 내에 식탁으로 배송되는 생물 고등어는 우리가 평소 먹던 냉동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얼리지 않은 살이 머금고 있는 수분감과 탄력, 그리고 신선한 지방이 뿜어내는 특유의 향은 고등어라는 식재료가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결국 고등어라는 생선은 단순히 원산지라는 꼬리표 하나로 정의될 수 없다. 노르웨이산이 선진화된 시스템이 만들어낸 안정적인 고소함이라면, 국내산은 계절과 개체의 특성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변주곡과 같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산지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생물이 존재한다. 우리가 고등어의 맛에 실망하거나 감탄하는 이유는 그 품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 고등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앞에 놓였는가에 달려 있다. 결국 고등어는 어떤 이름의 것을 샀느냐보다, 어떤 상태의 인연으로 만났느냐가 그 맛의 본질을 결정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