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에는 하루를 조금 느리게 시작하는 편입니다.
일어나자마자 주방으로 향하기보다는, 먼저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라디오 앱을 켜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합니다. 집 안에 음악이 먼저 퍼지게 하는 것이 저만의 작은 순서입니다.
운이 좋으면 좋아하는 피아노 소나타가 흘러나옵니다. 그럴 때면 아침은 시작부터 기분 좋은 평온을 얻게 됩니다. 가끔은 협주곡이 나올 때도 있는데, 아침의 협주곡은 다소 급하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정찬처럼 힘이 세서 살짝 부담스럽지만, 그날의 흐름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그제야 주방으로 향합니다. 커피를 내리기 전에는 가벼운 생수 한 잔을 먼저 마십니다. 몸에게 이제 하루를 시작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처럼요.
이렇게 시작한 느긋한 아침에는 자연스럽게 브런치가 떠오릅니다.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정해진 메뉴도, 정해진 시간도 없습니다. 그저 아침과 점심 사이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면 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브런치라는 말이 좋습니다.
급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것이나 서둘러 때우는 느낌도 아닌, 나의 아침을 오래 책임져줄 것임을 알기에 충분히 생각하고 다듬어진, 가볍지만 정성스러운 시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글을 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 브런치에서 작가 신청을 한 지 하루 만에 승인이 왔습니다. 어떤 분은 여러 번 도전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혼자 긴장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왠지,
언제 어느 때고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자리를 하나 건네받은 기분이 듭니다.
브런치라는 말은 아주 단순하게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아침을 뜻하는 breakfast와 점심을 의미하는 lunch가 겹쳐져 탄생한 말이지요. 그러나 이 단순한 합성어에는, 생각보다 깊은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브런치라는 단어는 19세기말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1895년, 영국의 작가 가이 베린저(Guy Beringer)는 〈Brunch: A Plea〉라는 짧은 에세이를 통해 새로운 식사 방식을 제안합니다. 그는 묻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굳이 서둘러 일어나 무거운 아침 식사를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차라리 조금 늦게 일어나, 아침과 점심 사이의 느긋한 식사를 즐기면 어떨까 하고요.
이 글에서 브런치는 단순한 식사의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주중의 규율과 시간표, 의무와 긴장에서 잠시 벗어나도 괜찮다는 선언이었고, “천천히 살아도 되는 시간”에 대한 조심스러운 옹호였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는 처음부터 느긋함과 대화, 약간의 사치, 그리고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시간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따라붙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단어를 카카오 브런치로 옮겨보면, 그 선택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카카오는 이 공간의 이름으로 ‘블로그’도, ‘포스트’도, ‘저널’도 아닌 브런치를 택했습니다.
브런치는 지나치게 전문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개인의 일기처럼 사적이지도 않습니다. SNS처럼 가볍게 소비되기보다는, 한 번쯤은 앉아서 읽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침처럼 개인적이면서도, 점심처럼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브런치에는 이런 글들이 잘 어울립니다.
개인의 생각이지만 타인과 나누기 좋은 문장,
작가 지망생과 독자의 경계에 놓인 글,
아직 완성된 문학은 아니지만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성의 있는 글쓰기.
카카오 브런치가 품고 있는 메시지는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직 작가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글은 대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승인 제도가 존재하고,
그래서 많은 글을 요구하지 않으며,
그래서 이곳에서는 ‘연재’보다 ‘에세이’라는 형식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제가 브런치라는 말에 끌렸던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학문과 생활의 사이에서,
문학과 노동의 경계에서,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당사자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브런치는 잠시 앉아 숨을 고를 수 있는 식탁처럼 느껴집니다.
브런치는 어쩌면,
그 ‘사이’에 머무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저의 일상 속 사유와 함께 소설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또한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 안에서 얻은 영감과 생각들을 글로 풀어 독자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저의 글이 지나치게 무겁고 진지해 읽기도 전에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볍되 너무 허술하지는 않은, 브런치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결로 글을 써 나가려 합니다.
많은 분들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와 같은 속도로 읽고, 같은 지점에서 잠시 멈춰
영감을 나누고 응원해 주실 수 있는 다정한 분들과
조용히 소통할 수 있다면 충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