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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L LEATHER SCHOOL Jun 03. 2018

가죽공예 클래스 그 현장

1. JE님의 써클백 (1)

저는 가죽공예 클래스를 많이 하지는 않습니다.

공방 위치나 환경이 많은 분들을 모시고 수업하기에는 한계가 있고요.

무엇보다 저의 체력이 뒷받침이 안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한 타임에 한 분씩 정도만 클래스를 듣게 되는데요.

그 시간에 오롯이 그 분의 원하는 바를 맞춰 드릴 수 있어서 저 개인적으로는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수강생 분들은 어떠신가요?

좋으시면 소리 질러~~~ (이건 요즘 제가 밀고 있는 유행어 입니다. 죄송합니다)


작년에는 나름. 좀 욕심을 내어서 한 타임에 두 분, 세 분 수업을 해 보기도 했었는데요.

집중해서 가르쳐 드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개인 레슨식으로 클래스를 꾸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계속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1:1로 수업을 하다보니 순간 순간 작업하시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게 되었는데요.

수강생분이 어디까지 작업하셨고.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셔야 하는지 기억하고 확인할 수 있어서 좋고요.

중간 과정들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어서도 좋고요.

낱장의 사진들이지만 연결하면 전체 과정이 그려져서 좋고요.

그 순간의 고민과 성공의 환희와 실패의 좌절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고요.

이 후에 해당 작업을 복기하거나 리마인드할 때 사진과 영상이 글보다는 더 직관적이여서 좋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걸 저와 수강생 분만 알기가 아쉬워서 바로 "가죽공예 클래스 그 현장" 이란 코너(?)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그럼.

여러분도 함께

작업 테이블에 같이 착석하셔서

저와 수강생분이 작업하시는 걸

참관 해서 보실까요?


외과 수술 집도하는 장면을 여러 의사 선생님들이 지켜 보는 드라마 장면이 떠오르네요.

저희도 함 해 보자고요.





"혹시 독일에서 오신 JE님?"

"네 마짜요" - 약간 외국물을 먹으신 발음이셔요


미팅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서 명두 - 제가 키우는 강아지 입니다- 를 데리고 동네 산책을 가려고 나왔는데요.

공방 앞에 어떤 작은 여자분이 그 분 크기만한 백팩을 매고 어슬렁(?) 거리시는거예요.



'이런 동네에 가죽공방이 있나?' - 제가 공방하며 얻은 독심술인데요. 정확하진 않습니다.



혹시나 해서 '공방맞습니다' 눈치를 드렸는데 그냥 지나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아니신가 하며 그 분 뒤로 명두를 데리고 산책을 한바퀴 돌았어요.


그리곤 공방 앞에서 다시 마주친거죠.


"아 첨 뵙겠습니다."

"네 쩌는 벨린(베를린)에서 파션스쿨에 따니고 있어요" -


발음은 제가 좀 과장되게 묘사(?) 했고요.

약간 교포필 나는 한국발음. 아시죠?

첫 대면이시다 보니 저도 JE님도 서로 긴장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JE님은 독일 베를린으로 의상 전공 유학을 가셨었고요.

한국에는 방학이라 오셨는데 다음 학기에 작업할 의상에 맞는 가방을 직접 만들고 싶으셔서 한국의 가죽공방을 알아 보시다가 인연이 닿으셨어요.

브런치를 보고 수강을 결정하셨다네요.

감사합니다. 다음 브런치 관계자 여러분.


JE님은 머릿 속으로 서너개의 가방이 이미 디자인 되어 계셨는데요.

그것을 어떻게 컨셉과 아이디어대로 구현을 할 수 있을지 걱정도 하시고 기대도 하셨어요.


저 역시 기존의 제품을 리메이크 하는 것이 아니고 디자이너 분들의 새로운 디자인을 제작하는 작업이라 흥미로왔고요.


그런데 몇가지 허들은 있었으니.

하나는 JE님이 가죽공예의 경험이 없으셨다는 것.

그리고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였습니다.



그럼 결론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직접 사진과 영상을 보시면서 판단해 보실께요.



가방은 총 두가지를 제작했고요.

편의상 첫번째는 써클백. 두번째는 쇼핑백백으로 칭할께요.


제작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 주3회로 총 12회를 하셨습니다.

해당 시간에는 최대한 다른 수강생분들과 겹치지 않도록 일정을 잡았었고요.

아무래도 멀리서 오시는 분들이다 보니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JE님은 의상에 대한 디자인, 패턴, 봉제에 대한 기본기와 경험이 있으셔서. 가죽공예도 매우 잘 따라 하셨네요.


무엇보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가 밑바탕이 되어서.

미리 있는 결론을 답습하기 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시며 서로 상의하여서 보다 발전된 솔루션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분명 나중에 좋은 디자이너가 되시겠습니다.

그러시면 저도 잊지 말고 일감 좀 주셔요. (굽실)


두 작품은 학과 쇼 무대에 올려진다고도 하니 더욱 기대가 되네요.


그리고 내년에는 저희가 베를린에서 다시 조우하기로 했는데요.

그 기대도 무척 큽니다.


그럼 작업하시는 그 현장의 소리를 함 들어 보실까요?

준비되셨으면 소리 질러~~~~~(죄송합니다.)


패턴을 뜨고 계십니다.

형태는 매우 기하학적이면서 사이즈도 매우 큰 가방입니다.


포켓 패턴입니다.


이렇게 큰 사이즈의 가방은 모눈종이보다는 무지의 종이를 사용하시는 것이 더 편하겠습니다.


패턴대로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계십니다.


중요한 작업 지시 내용들을 계속 고민했었습니다.

디자인을 100프로 구현하기가 쉽지는 않겠습니다.


프로토타입을 통해서 전체적인 사이즈와 쉐입, 포켓의 위치 등을 확인하겠습니다.


사용할 가죽입니다.

독일에서 직접 가져오셨고요.

독일 등 유럽의 가죽 가격이 한국으로 수입해서 들어오는 것보다는 확실히 저렴했습니다.


조금 무른 타입이여서 보강을 많이 해야지 스트럭쳐를 잡을 수 있겠습니다.


저 홀로 어깨가 들어가는데요.

크기를 좀 더 키우겠습니다.


이제 안감부터 재단 들어가 보겠습니다.


지퍼가 장착되는 라인으로는 선 마감 하시고요.


안감을 한 판으로 본딩했습니다.


백본 조인트 되는 부분으로 스티칭 들어가겠습니다.


기존에 패브릭 머쉰을 사용하셔서 인지. 가죽공예용 머쉰에도 잘 적응하셨습니다.


어깨가 들어가는 홀을 고정하기 위해서 마그네틱을 4개 장착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마그네틱이 부분(partial)으로만 장착되고 또 그 자석강도가 강해서 나중에 보니. 전체 쉐입을 왜곡시켜 버렸네요.

마그네틱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더 원했던 쉐입이 나왔을 텐데 생각을 잘 못 했었습니다.

이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더 많은 보강과 접착이 들어가서 애도 먹었습니다.

이런 실패의 경험이 다음에는 좀 더 나은 판단과 작업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해 봅니다.


마그네틱의 단차가 상당하죠?

보강테이프로 단차를 좀 줄였습니다만 이렇게 큰 단차에는 좀 더 도톰한 보강재를 덧대면 더 좋겠습니다.


안감 바디의 보강을 위해서 Texton을 덧대겠습니다.


가죽공예에 사용하는 본드는 수성과 유성 두가지가 있는데요.

수성은 냄새는 덜하고 수정이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접착이 유성에 비해서 좀 떨어집니다.

꽤 넓은 면적이여서 수성본드를 바르겠습니다.

피렌체 가죽학교에서는 같은 수성본드를 스프레이 기계로 사용을 했는데요.

한국 제 공방에서는 없어서. 헤라로 작업하겠습니다.

참고로 붓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쉽게 굳어서 저는 사용이 불편하더라고요.


접착 완료 하였습니다.

기하학 적이네요.


 다음 회에 이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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