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결 Apr 02. 2022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우주에서 혼자.  종이에 포스터 컬러. 2022..숨결


포스터 컬러를 꺼내

나이프로 덧칠을 시작한다.


자가격리  기간은

우주 기지에서 무중력으로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정신은 몽롱하고

실제감이 느껴지지 않고

고립되지도

단절되지도 않았는데

감각이 차단된 느낌


몸이 타들어가는 열감과

자꾸 잠이 드는 몽롱함

가슴이 눌리는 무거움과

이대로 사라지고 싶은 마음

솜처럼 몸이 무거워

물 속에 가라앉는 느낌


내 의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한 경험


숨을 쉬고 있지만

숨 쉬는 게 귀찮은 느낌


지구와 멀리 떨어져

행성에 혼자 있는 느낌


아. 나중에 이렇게 죽겠구나.

라는 막연한 생각들


그런데 슬프지는 않고

약간의 허무함


사는 것도 대단하지 않고

죽는 것도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


미각을 상실해도

끼니마다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산다는 건

밥을 먹고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고

감정을 느끼고

복작복작 사는 거라는 생각


산다는 게 특별하지도

대단하지  않지만

매일 계속되지 않고

언젠가는 멈출거라는 예감

작가의 이전글 강물은 바다에서 운명처럼 죽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