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미나리> 마지막 희망에 매달린 삶의 위태로움
▲ 영화 <미나리> 포스터 ⓒ A24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 이민자 가족이 시골에서 농장을 만드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된 노동과 가족 부양의 책임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루지 못한 꿈과 성공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나 미래에 더 나은 삶을 소망하기 때문이다.
지친 하루를 끝내고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반복하며 떠올리는 질문이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이 생활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지금의 생활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누구나 원하는 일을 하며 성공할 수 없다는 흔한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희망을 찾아 낯선 곳에서 새 출발 하는 인생을 가끔 상상한다. 하지만 새 출발이란 결국 아무 것도 없는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삶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영화를 보며 가슴을 졸이고 긴장한 이유는 한 개인의 실패가 가족의 비극이 될 수 있다는 불안함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실패를 딛고 아메리칸드림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 간 부부는 공장에서 하층 노동자로 일하며 간신히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간다. 그들에게 남은 희망은 가족을 유지하고 두 아이를 지켜내는 것뿐이다. 가난한 이민 가족의 삶은 불안하고 부부의 관계는 위태롭다. 누구도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된 환경에서 가족들은 하루하루 살아간다.
제이콥은 자신의 마지막 꿈인 농장 경영을 황무지에서 시작한다. 그에게 하층 노동자의 출구 없는 삶보다 마지막 희망으로 남아 있는 농장에 모든 인생을 건다. 하지만 농장 운영과 농작물 거래 경험이 없는 제이콥은 위기의 순간을 맞게 된다. 그리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농장 일의 어려움으로 가족들과의 불화가 시작된다.
'애들도 한 번쯤 아빠가 뭔가 해내는 거 봐야 될 거 아니야!'
제이콥의 농장일이 성공을 위해서는 가족의 이해와 아내의 희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성공의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순간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도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가족을 희생하고 얻는 성공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영화를 보며 떠올랐다. 하지만 제이콥에게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는 현실도 공감이 되어 마음 아팠다.
제이콥은 가난한 삶은 사회 보장과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회에서 스스로 생존해야 하는 비극에서 시작된다.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울 수 없는 사회는 잘못된 사회다.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귀결되고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을 낙오자를 만드는 사회는 모두에게 위험하다.
▲ 영화 <미나리> 스틸컷 ⓒ A24
개인의 삶을 포기한 어머니 '모니카'(한예리)
남편을 믿고 미국에 왔지만 의지할 사람 한 명 없는 미국 땅에서 가정과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모니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의 절박함이다. 그래서 남편 제이콥의 꿈이나 성공에 대한 집착은 위험한 사치처럼 느껴진다.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현실에 발목이 잡힌 모니카에게는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다. 평범한 가정을 꿈꾸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현실의 문제들이 모니카를 힘겹게 한다.
'우리 새로 시작한다고 했잖아. 이게 그거야. 이게 당신이 말한 '시작'이 이거면 우린 별 가망 없어.'
모니카는 자신의 노동과 희생만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오직 강인한 생활력으로 버틴다. 모니카에게 자신의 꿈은 사치이며 현실에 파묻힌 과거 기억에 불과하다. 모니카의 모습에서 수많은 어머니들의 희생과 좌절을 떠올리게 된다. 모니카는 아메리카 드림이라는 신기루 속에 숨겨진 수많은 이민자의 고달픈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 영화 <미나리> 스틸컷 ⓒ A24
할머니 순자는 수많은 인생의 굴곡을 지나왔다. 딸이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하고 낯선 미국으로 손자들을 돌보기 위해 찾아온다. 그러나 순자는 여전히 한국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이 몸에 배어 있다. 할머니는 인생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고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미나리는 이렇게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먹고 건강해질 수 있어."
할머니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묵묵히 한다. 미나리 씨앗을 뿌리는 상징적인 행위는 다음 세대를 위한 할머니의 세심한 배려를 의미한다. 할머니는 불우한 자식을 탓하지 않고 기꺼이 손주들을 돌보며 가족들의 힘겨운 시간을 묵묵히 옆에서 버텨준다. 할머니는 마지막 지켜야 하는 것은 가족애와 사람의 소중함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미나리는 애틋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영화지만 한 번의 실패가 가족의 비극의 이어지는 처절한 적자생존의 미국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 복지와 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서 한 번의 실패는 밑바닥 삶으로 추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계의 위협을 받는 일상적인 가난은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고 가족 해체의 위기로 확대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점점 많은 사람들이 고용 불안과 빈곤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미나리는 척박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험난한 버텨 나가는 수많은 이민자들과 가난과 벗어나기 위해 애쓴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이다. 가족과 자녀를 위해 기꺼이 희생했던 지난 세대의 애잔한 삶을 재조명한다. 지난 세대는 다음 세대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기꺼이 진흙 속에서 자라는 미나리 같은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는 지금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희망의 씨앗을 심고 있는지 진지하게 반문한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우리도 다음 세대의 희망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