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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정민 May 29. 2021

브런치 브랜드 마케터, 김키미

부지런히 쓸 줄 알았다. 그러나 첫 글을 올리는 2021년 5월 29일, 오늘은 작가 승인을 받은 날로부터 반년도 더 지난 날이다. 까마득히 잊었다면 마음이라도 가벼웠겠거늘. 마치 미뤄둔 방학숙제처럼 브런치가 떠오를 때면 괜스레 불편해지곤 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달리 멍석을 깔아놓고 써 보자 하니 되려 엄두가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던 참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딱 마주친 카카오 브런치 브랜드 마케터, 김키미 작가님!



김키미 작가님의 북토크를 준비하며 / 최인아책방 선릉점



책방 일을 시작한지 이제 겨우 한 달쯤, 어제는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를 쓴 김키미 작가님의 북토크가 열렸다. 북토크 내내 신경을 곤두세우고 진행 상황을 살피기 바쁜 병아리 매니저. 그래서 풍부한 인사이트가 넘실대강연들이 책방에서 열리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청중보다는 관계자에, 경청보다는 귀동냥에 가깝다.


어제는 온오프 동시가 아닌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니 작가님과 독대하는 기분으로 자꾸만 귀가 기울어졌는데, 북토크의 끄트머리 결국 손에서 일을 놓고 귀를 쫑긋 세웠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민들레 홀씨를 불어라". 서랍 속 글을 꺼내어 공개하라는 맥락이었다. 순간 뜨끔하면서 방학숙제 같은 브런치 녀석이 떠올랐다. 드디어 숙제를 끝내야 하는 개학날인가!


일에서 '전문성'이 아닌 '정체성'을 찾는다는 말과 하나의 단어 '공개'를 두고 심도 깊게 이어지는 대화는 게으른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했다'라는 결과공개와 '이렇게 했다'라는 과정공개, '이 일을 하고 있다'라는 사전공개 - 3단계는 최근 내가 해온 고민과 완전히 일치했다. 특히나 그 후 들려준 퍼스널 브랜딩의 구체적인 단계가 인상 깊었는데 혹시 작가님의 영업(?) 비밀일 수도 있으니 쉿!


 

요즘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하는 최인아, 정치헌 대표님.



나의 블로그의 시작에 정연진 작가님이 있다면 브런치의 시작엔 김키미 작가님이 있다. 2020년 5월 24일 네이버 블로그를 열고 1년이 지난 지금, 그때 시작해서 다행이라며 감사한 순간이 얼마던가. 오늘의 이 기록도 분명 그날처럼 설레는 추억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든다.

 


브런치를 시작하는 이유, 여행에 남는 게 사진이라면 인생에 남는 건 기록뿐이다. 초등학교 이래로 일기 쓰기를 멈춘 적은 없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대게 복잡한 마음을 글로 옮기다 보면 정리되는 느낌이 막연히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펼친 지난 일기장에서 - 지금은 당연해져 버린 것들이 낯설었던  순간 - 그때의 감각이 온전히 살아남을 느끼고서부터 기록을 놓을 수 없게 되었다.


대학시절 설레기만 했던 첫 연애도, 애틋했던 이별도,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사회초년생의 지친 하루의 끝도 고스란히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망각이라는 능력 덕분에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희미해지거나 미화된다. 어떤  아스라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니 빛나는 순간들이 오래오래 곁 머물기를 바라며 기록하는 수밖에.


드디어 그날들담을 서랍장, 브런치를 시작한다.




p.s. 키미 작가님, 다음엔 대면 북토크로 책방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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