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처음 대하는 자세

-설레고 설레고 설레는 브런치 전-

by 알렉스킴
요즘 밴쿠버는 농장가서 직접 따는 U-Pick이 한창이다. 굵은 건 엄지손톱 크기를 가뿐히 넘어간다. 출처: unsplash


브런치에서 로그인을 하고 처음 글을 쓰려고 하니 이 녀석, 나보고 "작가님"이란다. 허허-


지금도 be a writer가 하나의 목표이기는 하다. 얼기설기 목차를 만들고 겨우 머리말을 쓰고 목차별로 조금씩 조금씩 써나가다 보니 1/3은 쓴 거 같다. 계획했던 예정은 10월까지 초안이라도 일단 써보기인데 아마 11월이 지나도록 계속 쓰고만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매일 자기 전에 조금씩이라도 붙잡고 꾸준히 써야 하는데 잘 안된다. 안 그래도 쓰는 일이 많은 직업인데, "작가님을 위해 태어났소이다."라고 외치는 브런치를 알게 되다니, 그 덕에 이 밤에 이렇게 타닥타닥 글을 쓰고 있다니, 이래서야 도무지 되겠나 싶다. 유혹이 너무 많다. 이놈의 브런치.


하필 이름도 'Brunch 브런치'란다. 브런치라는 것은 얼마쯤 먹어보고 나면 대충 어떤 맛일지 다 예상이 간다. 그래도 맛있는 브런치라고 하면, 한 번쯤은 속는 셈 치고 여유로운 주말의 풍경 한번 그려보자 싶어 감탄을 내뿜으며 맛보러 가긴 한다. 결국 포크를 입에 집어넣는 순간 다 고놈이 고놈 같은 데 왜 자꾸 또 먹으러 가게 되는 건지. Brunch는 그런 예상 가능한 범주를 벗어나면 좋겠다.


얼마 전에 밴쿠버 다운타운의 유명한 한식당에서 일하는 셰프와 점심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나는 친구들이나 고객들과 자주 가는 곳인지라 매번 "오늘의 메뉴"를 고르곤 한다. 헌데 쉪은 쿨했다. "난 콘비프 (corn beef)!" 처음 가보는 식당에선 항상 기본을 제일 먼저 트라이한다는, 기본이 훌륭하면 나머지 것들은 다 훌륭할 거라는 그의 말이 어찌나 멋져 보이 던 지. 사랑합니다 쉪. (하지만, 그날은 내게 더 맛있게 보이긴 했었다. 미안 쉪)


광고에 돈을 쏟지 않고 오로지 열렬히 콘텐츠로만 마케팅을 하다 보니 웬만한 플랫폼은 다 하고 있는 중이다. 안 하면 안 될 거 같은 'N이버', 쓰는 사람의 입장에 최적회된 플랫폼 'T스토리', 한 장의 사진이 보여주는 익명의 관계성 'I스타그램', 길면 식상하다 짧게 후려쳐라 'V잉글' 그리고 최고로 집중하고 있는 'F이스북'까지. F이스북을 잘 쓰고 있는 건 꾸준히 하다 보니 그런 것뿐 각각 장단점이 모두 있다. 한국에 있는 이들처럼 처음부터 N 블로그에 투자를 했다면 파워 블로그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하면 할수록 콘텐츠보다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보니깐 브런치는 오로지 '쓰기'에만 최적화된 플랫폼이라고 하던데, 말처럼 그랬으면 좋겠다. 셰프가 말한 것처럼 기본을 가장 중시하며 기본에 대한 평가만으로도 전체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난 직업 자체가 법무사이다 보니 맨날 서류와 씨름이고 글과 싸움이다. 한 달에 두 번씩 쓰는 칼럼도, 매주 포스팅하는 카드 광고도 모두 일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캐나다 이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달디 단 생명수 같은 글(이 되길 바라고 쓴다)이겠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그저 별 의미 없는 팩트와 의견이 정리된 문장 들일뿐, 재미없다. 브런치에는 브런치답게 가볍게 써 봐야지 하고 요즘 즐거운 일이 무엇일까 떠올려봤더니 답이 금방 나오더라.


난 내일이 재밌으니 역시나 '캐나다 이민'이 주 소스가 될 거 같다. 하지만 여기는 정보 투척이나 마케팅의 의미보다는 좀 더 소소하고 가벼운 이야기 위주로 가볼까 한다. 또 하나 내가 요즘 포옥- 빠져있는 우리 '윤이' 녀석의 육아 일기가 신나고 재밌을 거 같다. 지금도 이 녀석 웃는 모습만 떠올리면 즐겁고 막 쓰고 싶고 그러니 역시 이건 써야겠다.


걱정은 이민과 육아라는 주제로 쓰이는 내 브런치가 하루의 일상만 끄적여대는 그저 그런 일기장이 될까 싶은 거다. 글 하나하나에 즐거움이나 행복함이나 서글픔과 같은 '공감'이, 또는 하다못해 재미는 없어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전문성'이라도 가득하길 빌어본다. 아니 열심히 써봐야겠다.


*부족한 글 읽어줘서 감사하고요, 앞으로 많이 쓰고 또 많이 읽으며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