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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Here Live Here Mar 04. 2016

아름다운 외모, 차가운 촉감

다가서게 만들지만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는 대리석의 이중성

14살 때 음악수업 과제로 처음 듣게 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La Boheme)'. 시험에 나온다고 해서 의무감으로 오페라를 듣고 있던 중 '그대의 차가운 손(Che gelida manina)'이라는 아리아가 마음에 스며들어왔다.


"What a cold little hand! Let me warm it for you.(그대의 작고 차가운 손, 내가 따뜻하게 데워주고 싶어요.)"라는 이탈리아어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이 아리아를 좋아한다.


인테리어 마감재 중에서도 '차가운 손'이 있다. 바로 '대리석'.


그런데 대리석은 라보엠의 차가운 손과 달리 사람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데워주기 어렵다는 차이점이 있다.




대리석은 아름답고 우아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시릴 정도로 차가운 촉감을 가진다. 이런 이중성(?)을 가지고 있기에 외모에 홀려 선택하기 전, 집이 위치한 곳의 기후와 집주인의 체질과 연령 등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클래식한 아름다움이 있는 대리석 (image via pinterest)



그렇다면 대리석이 차가운 이유는 무엇일까?


석회석(limestone)의 일종인 대리석(marble)은 내면의 밀집도가 높아 자신보다 따뜻한 물질로부터 열을 전달받아 분산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발을 대리석 위에 대었을 때 차갑다고 느끼는 이유는 대리석이 자신보다 따뜻한 물체(=발)로부터 전달받은 열을 자신 안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전달&분산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원목마루나 카펫은 섬유질과 미세한 에어포켓들이 열을 분산시키지 않고 품고 있어 따뜻함을 오래 유지한다.)


정리하면 어떤 마감재를 접촉했을 때 차갑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 자체의 온도가 차가운 것이 아니라 인체의 온도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고, 이 중에서도 대리석을 특히 차갑다고 느끼는 이유는 대리석의 열전도율이 높기 때문이다. 아래 열전도율표를 보자.



열전도율표 (by teachengineering)


대리석의 열전도율(1.0)이 물(0.6)이나 공기(0.0262) 보다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열전도율 P는 '시간 t동안 뜨거운 면에서 차가운 면으로 판을 통해 전달된 에너지를 Q라고 할 때 단위 시간당 전달되는 에너지(P = Q/t)'로 정의된다. 그러므로 열전도율이 높다는 것은 단위 시간당 전달되는 에너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 종류의 암석에 섭씨 80도의 열을 30분간 가했을 때의 온도 측정 그래프 (by avestia)


M은 대리석, T는 트라버틴,  A는 안산암으로 세 종류의 암석에 섭씨 80도의 열을 30분간 가한 뒤 온도를 측정한 결과다. 위 실험사진을 통해 대리석의 전도율이 다른 석재에 비해 높은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리석 테이블 (image by Archtiectural Digest)


위에서 확인한 것과 같이 높은 열전도율을 가지고 있기에, 대리석은 연중 내내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마감재나 테이블 상판 등으로 사용하면 지속적으로 시원한 촉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대리석 상판 (image via pinterest)


또한 빵 반죽과 케이크를 차가운 상태로 유지해주어야 하는 베이커리나 카페에서 상판이나 선반을 대리석 소재로 사용하면 좋다.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예로 카페 Paul Basset을 살펴보면 지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대리석 상판과 대리석 진열 선반을 사용하는 편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하여 겨울에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 지역에 위치한 집, 또는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나 노년층이 거주하는 집이라면 대리석 소재를 몸과 접촉하는 부분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대리석 바닥은 맨발에 아주 차갑게 느껴질 것이고(특히 겨울), 손이나 몸이 테이블 상판에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냉기에 작업이나 식사가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 수납공간이 핵심이고, 마감재는 부차적인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마감재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피부에 직접 닿 실내의 온도&습도 조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부차적인 이슈로 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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