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페인트, 리얼 후기
셀프시공 그리고 사용 후 내구성 평가
리빙센스 기사 중 <소소하고 유익한 인테리어 Q&A>라는 코너에서 '욕실 페인트의 내구성'에 대해 오해할 수 있을만한 한 전문가의 답변을 확인한 후 경험과 조사를 바탕으로 한 보다 정확한 설명을 하고 싶어졌다.
<해당 기사>
Q. 욕실 타일에 전용 페인트를 칠했는데, 잘 발리지도 않아 얼룩덜룩하고 기포도 너무 많이 생기네요. 롤러도 발라도 마찬가지고요.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
A. 셀프 인테리어를 하시는 분들께 가장 많이 당부하는 게 욕실 벽면에는 페인트칠을 하지 말라는 얘기예요. 붓자국이 남는 것은 물론 물이 닿는 공간이라 내구성도 좋지 않기 때문이죠. 더욱이 비전문가가 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시공이고요. 특히 습기가 있는 부분은 페인트칠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욕실은 항상 습기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이미 칠을 한 경우에는 타일용 페인트를 사포로 문질러 제거하실 것을 권해드려요. 작은 사이즈는 오히려 정신어뵤어 보일 수 있으니 큰 사이즈의 스티커를 사용해 기포나 붓자국을 한 번에 가려주세요. 욕실에 포인트도 되고 시선 분산용으로도 좋을 거예요.
- 이지은(이지은 리모델링 대표)
*출처: 리빙센스
답변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위 답변자는 한국 스타일로 사용하는 욕실을 전제로 욕실 페인트의 내구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답한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그녀가 직접 욕실 페인트를 칠해보고 살아본 경험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클 것 같다.
한국 스타일로 사용하는 욕실이란 물을 끼얹으며 청소하고, 세수나 샤워 시 물이 사방팔방으로 튀는 것을 의미한다.
네덜란드에서 학생으로 공부할 때 벤치마킹 연수를 온 공무원이나 기업인들 통역 아르바이트를 다수 했었는데, 이때 알게 된 것이 한국인 관광객들을 내심 반기지 않는 호텔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서양인들과 달리 샤워부스와 샤워 커튼이 있음에도 욕실을 물바다로 만들어놓고 간다는 것에 있었다.
여하튼 이를 두 단어도 정리하면 '습식 문화'다.
물 마를 새 없는 욕실.
그럼 위 질문자의 궁금증을 풀어줄
보다 정확한 답변을 시작한다!
1. 욕실 페인트는 전문가만 시공 가능한가? No!
욕실 전용 페인트를 칠한 우리집 욕실 벽면욕실 페인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벤자민 무어의 Aura Bath&Spa다. 우리집 욕실 벽도 이 페인트를 칠했고, DIY(셀프시공)로 진행했다.
경험을 바탕으로 답한다면, 욕실 페인트는 전문가만 시공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는 아니다.
욕실 페인트 전용 프라이머에서 나는 다소 강한 냄새 때문에 애를 먹기는 하지만(욕실 페인트 자체는 냄새가 거의 없다.), 벤자민 무어 샵 매니저의 가이드대로만 진행한다면 초보라도 무리 없이 DIY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넓은 부분은 롤러로 칠하고 미세한 부분(줄눈, 가장자리)만 붓으로 칠하므로 붓 자국도 거의 남지 않는다.
2. 욕실 페인트는 타일 위에 잘 칠해지고 튼튼하게 달라붙어 있는가? Yes!
욕실 페인트 전용 프라이머를 1회 칠한 욕실 벽면위 질문자는 욕실 페인트가 타일 위에 잘 발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페인트 칠하는 과정에서 아래 네 가지 실수 중 하나 이상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첫째, 욕실 내부를 완전 건조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진행했다.
둘째, 모든 페인트를 바르기 전 필수 단계인 페인트를 칠할 표면의 먼지와 오염을 제거해주기 않았다.
셋째, 욕실 페인트 전용 프라이머를 바르지 않고 타일 위에 바로 욕실 페인트를 칠했다.
넷째, 욕실 페인트 전용 프라이머를 완벽하게 건조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욕실 페인트를 칠했다.
다른 말로 하면, 욕실 완전 건조 후 타일 표면을 깨끗이 청소하고 욕실 전용 프라이머를 칠한 후 다시 완벽하게 건조시키고 그 위에 욕실 페인트를 칠하면 누가 칠해도 욕실 페인트가 잘 입혀지고 마른 후에는 탄탄하게 달라붙어 있는다.
3. 욕실 페인트는 습기에 약해 내구성이 떨어지는가? No!
image by benjaminmoore욕실 페인트를 적용해볼까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욕실 사용 습관이다. (명언 '너 자신을 알라'는 여기에도 적용된다.)
한국인들은 대개 습식으로 욕실을 사용한다. 물 사용에 관대한 편이고(우리나라는 OECD 기준에 따른 물 부족 국가임에도) 바닥과 벽에 물을 끼얹고 타일 표면을 솔로 박박 청소해야 욕실 청소를 제대로 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욕실 페인트가 탄생한 곳은 '미국', 욕실을 건식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샤워부스 내부, 샤워 커튼을 두른 욕조 안에만 물이 닿고 그 외의 곳은 건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건식 문화'라고 하는데, 그래서 다른 공간과 욕실 사이의 바닥 단차가 존재하지 않고, 욕실 바닥을 진공청소기로 청소한다.
장시간 물을 의도적으로 닿게 하거나 솔로 표면을 문질러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Aura Bath&Spa 제품은 그 설명서에 나온 그대로 'Optimized for hot, steamy, humid environments'이다. 우리집 욕실도 몇 년 간 별도의 관리를 안 했음에도 욕실 페인트 한 부분이 처음 모습 그대로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다.
단, 샤워부스 내부와 욕조를 둘러싼 세 면의 벽은 물청소가 필요하므로 보다 튼튼한 마감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이나 유럽도 샤워부스 내부나 욕조 주변 벽면은 타일이나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다.
결론은 건식으로 욕실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욕실 페인트의 내구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샤워부스 내부 벽면과 욕조를 둘러싼 벽은 제외)
내 경험만으로는 욕실 페인트의 내구성에 대한 의견이 주관적일 수 있으니
미국 현지 페인트 전문가들(소비자가 아닌)의 리뷰를 공유하고자 한다.
섭외한 현장소장님 역시 욕실 페인트의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셨는데, 내가 확신을 가지고 욕실 페인트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미국 페인트 전문가들의 리뷰를 확인한 데 있었다.(당시 국내에는 욕실 페인트를 칠했다는 소비자들의 블로그 포스팅만 있었지 도장 후 몇 년 지난 뒤의 내구성에 대한 후기가 없어 미국 전문가의 리뷰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미국의 페인트 전문가 커뮤니티 Painttalk.com에서 확인한 페인트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리뷰들은 아래와 같다.
[Question] 먼저 질문을 던진 한 사람(페인트 전문가)의 글.
Never used the stuff, thinking of using it on upcoming repaint. my question is to those who have used it... do you see a big difference between it and a comparable eggshell or semi-gloss as far as holding up to molisture and mildew over a prolonged period of time?
벤자민 무어의 Aura Bath&Spa 페인트를 사용해본 적이 없어 이 페인트를 사용해보신 다른 전문가분들께 여쭈어봅니다. 습기와 이슬 맺힘을 장기간 견디는데 있어 이 페인트가 에그쉘이나 세미 글로스(*이 글의 작가 주: 페인트의 광택 정도를 말함)의 일반 페인트에 비해 확실한 차이점이 있는지요?
[Answers] 이에 대한 다른 페인트 전문가들의 답들.
(1)
I've used it three times. It works and looks like Aura matte. Let the cut in dry before rolling. I haven't been back to inspect but no complaints so far.
세 번이나 사용해봤습니다. 칠해놓으면 아우라 매트(*이 글의 작가 주: 페인트의 광택 정도를 말함) 일반 페인트처럼 보여요. 여태껏 클라이언트한테 불만사항을 제기받은 적은 없습니다.
(2)
I def don't hate on this stuff. It works great!
이 페인트 엄청 좋아해요.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3)
Biggest difference will be no water spotting/staining from condensation.
물 얼룩이 안 생기고 응결 현상 얼룩이 없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4)
I've used it in several cases where other paints (from other painters) have failed and peeled off. In every case, the stuff is rock solid over a year later. Most of these are in heavy use dedicated shower areas with poor ventilation. It gets two thumbs up from me.
다른 페인트를 칠해 벗겨지고 망가진 현장(다른 도장공들이 칠한)에 여러 번 적용해보았어요. 사용을 자주 하는 샤워공간으로 환기가 형편없는 곳들이 대부분의 해당 현장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페인트는 1년이 넘도록 변치 않는 내구성을 보여줬습니다. 엄지 손가락 두 개를 치켜세울 만큼 좋은 제품입니다.
(5)
I agree with Jeff it is the best bathroom paint, best feature is no streaking like with most paints.
긍정적인 피드백에 동의해요. 최고의 욕실 전용 페인트예요. 가장 좋은 특징은 대부분의 페인트와는 달리, 흘러내림 없이 칠해진다는 것입니다.
집에서 욕실은 단위면적당 가장 비싼 리모델링 비용이 소요되는 장소다. 작은 면적에 들어가는 세면대, 양변기 , 샤워기 등을 생각해보면 가늠이 갈 것이다.
타일 상태는 깨끗한데 컬러와 패턴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또는 전 거주자의 흡연 습관으로 타일이 누렇게 니코틴으로 쩐 경우, 욕실을 전부 바꾸는 것은 비용면에서 아깝다.
이때 자신의 욕실 사용 습관이 건식이라면 욕실 페인트는 디자인적으로 아름답고 비용면에서도 착한 대안이 될 수 있으므로 DIY로 도전해보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