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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더 무브 EP18:
댄서 케이데이

by BEHIND THE MOVE



#. 케이데이, 강다영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댄스팀 프라우드먼(Prowdmon)에 소속되어 있는 댄서 케이데이(KAYDAY)입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 스우파(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Street Woman Fighter) 이후로 여러 매체에 모습을 많이 보이셨는데요. 그럼에도 ‘프라우드먼 케이데이’가 아니라 ‘사람 케이데이’, ‘댄서 케이데이’에 대한 얘기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케이데이님은 본인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은, 저는 말이 정말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웃음) 저를 표현하고 소통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늘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에요.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봤을 때는, 매번 ‘인생의 진리가 무엇인가’ 질문하는 사람이에요. 고민 끝에 마주하게 되는 저의 답은 거창한 게 아니었어요.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잘 소통하며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더라고요. 그걸 깨닫고 나서 진심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본인의 여러 모습 중 어떤 모습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잠시 고민) 예전에는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많아서 말하는 데 오래 걸렸는데 최근에는 스스로 못났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서 그런지 답을 떠올리는 게 오래 걸리네요.


궁금하네요. 왜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셨나요?


최근에 큰 번아웃을 겪었어요. 스우파 나오기 전의 저는 머리가 꽃밭인 사람이었어요. (웃음) 투쟁하는 어린 소녀 같은, 파릇파릇한 아이였죠. 그때 잠들 때마다 '절대 이런 사람은 되기 싫다'고 생각하던 삶의 양상이 있었어요. 근데 지난 3년 동안 너무 바쁘게 살다가 문득 돌아보니 제가 그때 잠들며 두려워하던 그런 사람이 됐더라고요. 실리를 따지는 사람, 낭만을 잃은 사람, 걷는 것보다는 차 타고 움직이는 효율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그냥 생각 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이 된 거예요. 그걸 깨달은 후에 ‘나 너무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다시 고민 후) 아까의 질문에 답하자면, 저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잘 살아가는 방법을 항상 고민하는 제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Snapinsta.app_441517113_359039457153463_2347094172565120284_n_1080.jpg 케이데이 프로필 사진 | 사진 촬영 및 제공: 비하인드 더 무브


케이데이님은 본인의 춤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내가 생각하는 나의 춤은 이렇다’고 생각하시는 게 있나요?


제 춤은 ‘진짜’를 추구한다고 생각해요. 보는 사람이 평가하지 않고 그냥 빠져들어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춤을 추고 싶다고 항상 생각했어요. 그런 춤을 추기 위해서는 사람의 감정을 건드려야 하는데 그건 아이솔레이션을 완벽하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한편 춤을 못 추면 관객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도 해요. 감정은 너무 예민해서 제대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줘야 하거든요. 춤도 잘 추고, 내가 진심으로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진심으로 전달해야 보는 사람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를 위해 노력하다 보니 진짜를 추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됐어요.


춤을 추지 않는 입장에서는 ‘진짜를 춘다’라는 것이 잘 그려지지 않기는 해요. 댄서분들의 작품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 하나의 퍼포먼스를 몇 달씩 준비하기도 하고 그걸 무대에서 잘 연기하는 것으로 관객들한테 무언가를 전달하잖아요. 그렇다면 ‘진짜’라는 건 좋은 연기와는 다른 건가, 아니면 같은 건가 하는 질문이 떠오르기도 하더라고요. ‘진짜’의 의미를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저도 연기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좋은 연기는 진짜라고 생각하고 춤도 다를 게 없다고 믿어요. ‘진짜’를 연기한다는 것은 내가 그 감정을 진심으로 느끼고, 그런 상태가 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아시다시피 춤을 추다 보면 같은 동작을 몇 백 번을 연습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감정은 무뎌지기 마련이고, 처음 춤을 췄을 때의 충격을 무대 위에서 연출할 때 감정이 있는 척을 할 수밖에 없기도 해요. 저는 가능하면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처음에 느꼈던 그 감정 그대로를 무대 위에서도 유지하면서 그 상태로 춤을 추려 해요.


오랜 연습 속에서도 진짜 감정을 유지하며 무대 위에 선다니, 어려운 작업이네요.


맞아요. 감정을 다루는 건 정말 어려운 거라서 훈련이 필요하고, 그 감정의 상태로 몰입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훈련을 해야 해요. 저는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무대에서 ‘진짜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감정을 훈련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으세요?


‘많이 예민해지기’인데요. 우선 글을 많이 써요. 작품이 생각났을 때 그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그대로 꾸밈없이 글로 써요. 감정을 서랍에 넣듯이 글로 고이 모셔놨다가 그 감정이 필요할 때 열어보면 처음 감정을 느꼈던 그 상태가 되기도 해요. 그렇게 감정을 잘 느끼기 위해 내 앞에 놓인 것들, 내가 느끼는 것들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쉽게 변화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려고 훈련하죠.


춤을 추는 것과 좋은 춤을 창작하는 건 조금 다른 결인데요. 창작의 경우에는 어떤 것들을 많이 신경 쓰고 염두에 두시나요?


현재의 댄서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창작 카테고리는 수업이죠. 근데 수업은 내 작품 세계를 펼치는 일보다는 수강생을 위한 게 더 크다고 생각해요. 레크레이션적이고, 오시는 수강생분들이 어떻게 하면 그 시간을 재미있게 느끼도록 할지, 나 또한 이 노래에서 느꼈던 쇼킹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그를 통해 특별하면서도 쉽고 재미있는 안무를 짜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반대로 나의 무언가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작품을 창작할 때는 조금 더 이성적인 접근을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장치들을 넣어야 보는 사람에게 내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그리고 제 경우에는 그런 고민들이 다 운전할 때 이루어져요. 사실 저는 안무를 몸으로 짜지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상상으로 안무를 짰고 고백하건데 몸으로 한 번도 안 춰보고 창작한 경우도 많아요.


몸으로 창작을 하면 오히려 정돈된 것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반대로 상상으로 하면 다 할 수 있잖아요. 머리 속에서는 백덤블링 돌고 난리 나거든요. (웃음) 물론 그러고 나서 몸으로 춰보려 하면 비루한 제 자신을 발견하지만 (웃음) 그 상상을 쫓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실력이 이렇게 큰 것 같아요.



최근에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사람들에게 공감 가는 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얘기하셨는데요.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더 공감 가는 춤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의 케이데이님은 어떤 것들을 고민하고 노력하는지 알고 싶어요.


스우파를 하면서 알게 된 단어가 있었어요. 바로 커머셜(Commericial)인데요. 다른 표현으로 ‘대중적’이라고도 하죠. 당시에는 ‘대중적이라는 게 뭔데?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른 거지’라고 생각했어요. 살면서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대중이 있더라고요. 근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너 참 대중없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웃음) ‘보통의 선상에 들어가지 않고 참 튄다’라는 말이거든요. 고집 세고, 내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에요.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고집을 없앨 수는 없어요. 대신 우기지는 않게 됐어요.


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대중없이 고집 센 춤을 췄다면 지금은 그걸 우기지 않고 설득하는 방법을 찾아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주고 그들이 공감하는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고집과 대중없음에 그 사람들의 입맛을 살짝 가미하고 버무렸어요. 마치 가지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가지 튀김으로 대접하듯이요.


대중이지만 다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타겟을 잘 살펴서 지피지기 백전백승했어요. (웃음) 이 사람 혹은 이 단체, 이 커뮤니티는 어떤 것을 선호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시도해보고, 실패하면 다시 연구해보고, 이런 식으로 내 것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케이데이님의 개별 안무보다 퍼포먼스를 좀 더 좋아해요. 연출하신 작품들을 볼 때면 ‘케이데이님이 연출가로서의 능력도 많으신 분이구나’ 하는 놀라움과 감탄의 시선이 가곤 해요. 퍼포먼스를 짤 때 주안점에 두거나 퍼포먼스 디렉터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으신가요?


어쨌든 춤 퍼포먼스잖아요. 저는 춤은 말을 할 수 없고 예술은 텔레파시라고 생각해요. 말과 언변이 아닌 오감을 통해서 내가 느끼는 바를 관객도 느낄 수 있게 텔레파스처럼 전달하는 작업인 거죠. 퍼포먼스를 짤 때 많은 생각이 들지만 그 욕심을 다 넣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그 생각들을 이성적으로 잘 배치해서 감성적으로 잘 표현하려 해요.


그래서 연상법을 많이 쓰는데요. 예컨대 분노나 슬픔 같은 건 표현하기에 너무 추상적이잖아요. 근데 이런 개념들도 공통적으로 모이는 부분이 있어요. 형상화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긴단 말이죠. ‘우울’ 하면 ‘비’가 떠오르고 ‘비’ 하면 ‘우산’이 떠오르죠. 비는 표현하기 힘들 수 있지만 우산은 형상화할 수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그림을 그려나가요. 그리고 형상화를 할 때 작은 것부터 큰 순으로 배치를 하면 더 좋다고 배웠는데 그걸 실전에서 써봤을 때 많이 와닿았어요.


그 결과를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저건 우산이다’라고 느낄 걸 기대하면 안 돼요. 우산이 주는 어떠한 느낌, ‘이런 것 같은데?’라는 느낌만 전달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대중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할 때 나도 대중이라는 걸 기억하고 내 자신이 느끼는 걸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결국 같은 생명체잖아요. 같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공통된 경험들이 있어요. 그 공통된 경험을 뚫으면 대중적인 무언가가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퍼포먼스 디렉터도 하시고 댄서도 하시고 연기도 하시고 강사 활동도 하고 계신데요. 이 모든 역할 중에서 가장 좋아하거나 가장 마음이 가는 역할이 있으세요?


모두 다 좋아하지만 마음을 많이 쓰게 되는 일은 가르치는 일인 것 같아요. 더불어서 연기에 정말 마음이 많이 가요. 춤은 ‘왜 좋았을까’ 생각해보면 잘해서 좋아했어요. 스스로 생각했을 때 춤을 잘 춘다고 생각했어요. 칭찬받는 게 좋았고요. 근데 연기는 못해도 좋더라고요. 연기를 하는 그 순간에 내 감정을 진심으로 만들어서 표현하는 과정이 너무 흥미로워요. 그래서 요즘은 연기에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웃음)



케이데이님은 언제 처음 춤을 시작하셨나요?


정말 처음 춤을 춘 건 9살이었고 스트릿 댄스를 시작한 건 14살이었어요.


그럼 진지한 마음으로 춤을 추기 시작한 지는 12년 정도 된 거네요. 직장으로 치면 12년 직장 생활을 하신 건데 그간의 여정을 돌아보셨을 때 소회는 어떠신가요?


도파민이 가득했던 시간이었어요. 정말 감사하게 쉽게 해볼 수 없는 큰 경험들을 많이 했어요. 어린 나이에 복을 많이 쓴 것 같아요. 근데 반대로 양날의 검인 것 같은 게 그렇게 다 소진해버리니까 꽤 긴 시간 동안 흥미를 잃었어요. 그렇다고 새로움과 도파민을 계속해서 찾아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 감정을 잘 받아들이려 해요. 그리고 지금은 별천지의 경험들을 뒤로 하고 다시 소박함을 느끼는 과정에 있어요. 조금 심심하고 담백하게 느껴지더라도 이것이 더 특별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험을 저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제 학생들도 경험이 많아졌을 때 이런 심심함과 아쉬움을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마음을 맞닥뜨렸을 때 저의 첫 감정은 죄책감이었어요. ‘왜 열심히 하지 않지?’, ‘왜 가슴이 예전만큼 뛰지 않지?’, ‘왜 긴장하고 제대로 하려고 하지 않지?’라고 자책했어요. 그런데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요. 초심은 말 그대로 초심이라서 이제 없어요. 옛날에 100번, 1,000번 바운스하던 것처럼 연습 안 해도 괜찮아요. 지금 이 시기에 맞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요. 무대에 오르세요. 댄서는 무대 위에서 크는 거니까요. 실전과 경험을 쌓는 재미를 느끼세요. 연습실에 가서 3시간 동안 연습하지 않는 자신을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케이데이의 춤



#1 도전적인 20살: KAYDAY Promotion Video(W. GOJUSSWICK)


제가 19살 때 GOJUSSWICK이라는 힐댄스팀을 만들었어요. 모니카 선생님, 시미즈 언니, 민지 언니 다희 언니와 함께했던 팀인데요. 20살 때 팀원들의 도움으로 프로모 영상을 찍게 됐어요.


그때의 저는 갓 20살이었고 세상을 잘 설득하지 못하는 나이였어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여성의 권리에 대해 불타올라서 공격적으로 만든 영성이었어요. 전투적으로 세상에 ‘싸우자’고 외치는 영상이었죠.



#2 악바리 근성: Body Party | SIMEEZ Choreography | KAYDAY Dance


20살 때 시미즈 언니의 힐댄스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이 영상도 당시 영상 중 하나인데요. 그때의 제 악바리 근성이 잘 드러나는 영상이라 소개하고 싶었어요. 지금 이 영상을 봐도 누구에게나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제가 힐댄스를 잘 추더라고요. 근데 이때 제가 절대 이정도 실력이 되지 않았어요.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지면 난 무조건 잘할 거야’라는 마음으로 이를 꽉 깨물고 연습해서 나온 춤이었어요. 그때의 도전적인 마음과 근성, 심리가 잘 드러난 영상 같아요.



#3 현재: My Personality? | KAYDAY Film


OFD Studio의 감독님인 박광열 감독님께서 ‘선생님, 이 음악 선생님이랑 너무 잘 어울려요’라면서 저에게 음악을 하나 보냈는데요. 그게 이 작품의 주제곡 음악이었어요. 음악을 듣고 사람들에게 들어왔던, 그렇지만 ‘이게 내가 맞나’라는 생각이 드는 칭찬들이 떠올랐어요.


‘너는 너무 강인해’, ‘너는 너무 잘해’, ‘너는 솔직하게 네 의견을 잘 표출해’, ‘너는 사나워, 무서워, 강렬해’ 이런 것들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감사했지만 ‘사실 제 진짜 모습은 이런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마음을 담아 만든 작품이에요. 재미있게도 저의 진짜 모습은 그 작품 안에 나오지 않아요. 작품에는 사람들이 말한 저의 모습만 담았어요.


작품을 보면 마지막에 케이데이님의 앞 모습을 찍던 카메라가 케이데이님의 뒤로 이동해서 스태프 분들과 세트장을 보여주면서 끝나잖아요. 저는 그 부분을 보면서 작품 내내 케이데이님의 내면을 보여주던 시선이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맞아요. 그 순간을 기점으로 사람들의 판타지를 깨고 싶었어요. ‘여기서부터는 현실이야’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마침 조명 감독님이 진짜로 짐을 정리하면서 우당탕 소리를 내주셔서 (웃음) 재미있으면서도 감사한 킬링 포인트가 됐어요.


개인적으로는 거울을 활용한 장면도 좋았어요. 작품 전체의 메세지를 전달해주는 좋은 오브제, 좋은 연출 같기도 했거든요.


제 주변에서 ‘너는 너무 솔직해서 가끔 듣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얘기해’라며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에 대한 제 생각을 거울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나는 숨김 없이 모든걸 얘기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연약해’, ‘다른 사람들은 뒷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숨기기도 하지만 나는 그게 잘 안 돼, 그래서 나는 너에게 적대적일 수 없어’ 같은 내용을 전달해 보고 싶어서 저만은 거울을 통해서 표정이 다 보이게 찍었어요.


이 작품의 주제를 ‘현재’라고 적어주셨는데요. 현재의 케이데이와 20살 때의 케이데이는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20살 때의 저와 고집도, 결도 같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첫 프로모션 영상을 만들 때처럼 세상에 싸워나가고 싶은 의지가 있지만 우기지 않고 나를 봐주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고려해 만들었어요. 그래서 작품이 훨씬 부드러워요.



#4 후배 양성: Seedday | World of Dance 2024


누군가 저한테 ‘살면 살수록 천장이 다가온다’고 말해줬어요. 그 말이 너무 싫었는데 점점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됐어요. 저는 스스로를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인가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슬퍼지더라고요. 그런데 ‘너는 특별한 사람이 맞아’라고 저를 일으켜주는 건 저의 춤을 배우는 학생들이더라고요. 학생들이 ‘선생님은 특별해요’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저에게 눈을 밝히며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성장해 가는 걸 보니까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 마음을 담아서 최근에 후배 친구들과 WOD(World of Dance)를 나갔어요. 작품을 보면 저는 밤을 상징하는 검은 옷을 입고 있고 친구들은 양초 같은 옷을 입었어요. 작품 속에서 제가 현실에 부딪히고 떨어지려 할 때 저를 붙잡아주는 건 양초들이에요. ‘지금의 나에게 특별함을 주고 살아갈 의미를 주는 건 나한테 배움을 얻고 있는 여러분들 덕분이다’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특히 이 작품이 더 의미 있었던 게, 작품을 함께한 친구들 대부분이 비전공자였어요. 현실적으로 실력이 월등하기 어려운 친구들이었고 처음 해본 동작도 많은 작품이었는데 이 친구들이야말로 제가 말했던 ‘진짜’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다들 추석까지 반납하며 연습했고 지금 봐도 정말 자랑스러운 작품이에요.



#5 함께하는 생일: Birthday | KAYDAY Choreography


5번 영상은 재미로 넣은 건데요. (웃음) 생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축하받고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는 20대 여자애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넣어봤어요.


제자들이 열어준 깜짝 파티였나요?


아니요. 제가 연 생일 특별 수업이었어요. (웃음) ‘저 생일이라서 생일 노래로 안무 수업할 거니까 선물 들고 오지 말고 수업 들으러 오세요’라는 의미였죠. ‘선물 들고 오지 마세요, 본인들이 선물이니까요’라고요. 다들 시간 한 번 내서 얼굴보자는 의미였어요.



#6 섹시의 철학(aka. 배운 변태): Move | Prowdmon Choreography


6번 영상은 너무 진지해질 것 같아서 넣었어요. 섹시 영상인데요. 제가 이 영상을 정말 좋아해요. (웃음) 저는 섹시에 대한 저만의 철학이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섹시하다는 걸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걸 알았을 때 자존감이 채워지고 굉장한 희열을 느끼거든요. 저는 제가 섹시하다는 걸 잘 알아요. (웃음) 그게 잘 표현된 영상이에요.


궁금하네요. 본인이 가진 섹시의 철학이 무엇인가요? (웃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철학이 있었어요. 배운 변태라고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웃음) 다들 각자의 섹시 포인트가 있을 거예요. 날갯죽지를 보여줬을 때 스스로 만족감이 들 수도 있고 턱을 들었을 때 그 모습에 만족감이 들 수도 있어요. 모두가 자신만의 섹시 포인트를 알아가길 바라요. 그래야 자신의 몸을 더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고,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야 스스로 섹시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모든 게 저의 섹시의 철학입니다. 섹시는 중요합니다. 다들 간과하고 있지만 섹시는 중요합니다. (웃음)


제 수업 안 오셔도 되니 섹시 춤은 꼭 배워보세요. 처음부터 자신만의 섹시를 찾는 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남의 섹시를 따라해보면서 부끄러움을 이겨내다 보면 자기만의 섹시를 찾을 수 있어요. 섹시 춤 수업을 꼭 들어보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케이데이님의 앞으로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라면 꿈인데요. 아이를 정말 낳고 싶어요. 최근에 제가 이모가 됐어요. (촬영일 기준으로) 첫 조카가 태어난 지 이제 50일이 됐는데 그 아이를 보니까 욕구가 더 커졌어요. ‘정말 아이를 낳고 싶다’, ‘한 생명을 책임지고 길을 닦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커요. 그러면서도 정신을 차리고 ‘내가 이 커리어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서 아이를 낳아야 되지 않을까’라고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비언어적 예술을 더 겸손하고 가감 없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한편, 많은 장치들을 이용해서 관객을 설득하는 예술인 연기도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근데 요즘 신이 많이 어려운 것 같아요. 인터뷰 보시면 연락 주세요. 저 오디션 보고 싶습니다. (웃음)


무엇보다 낭만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현명함과 옳은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내 옆에 있는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하고 더불어서 살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 평생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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