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에 돈이 들어오고, 내 일이 잘 풀리고, 체력이 넘치고, 누군가 나를 좀 좋게 보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등골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예전 같으면 기분에 취해서 한턱내기도 하고 어깨에 힘도 좀 넣어보고, 무언가를 사기 바빴는데, 요새는 긴장이 되고 정신이 번쩍 듭니다.
퀭한 눈으로 밤거리를 서성거리던 내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고 또 촛불처럼 작은 바람에도 꺼질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아니까 경계가 됩니다.
그런 사소하고 깃털 같은 것들에 내 전부를 걸까 봐, 의지할까 봐 alert 상태가 됩니다.
세상 일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겪어본 사람은 쓴 맛이 뭔지, 댓가가 뭔지 정말 잘 압니다. 그걸 꼭 겪어보지 않고도 아는 게 지혜라고 하는데, 저는 아시다시피 지혜가 없습니다.
그래서 바짝 엎드려서 풀숲의 퓨마 마냥 경계하고 때를 기다립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준경 앞에 저격수 마냥 숨 고르기를 합니다.
'사람들은 ‘당신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요. 내 마음대로 할 거예요’ 하며 따르지 않겠다고 말해요.
하지만 하늘에 계신 당신은 이런 모습을 보시고,
‘저렇게 해봤자 소용없는데…’ 하시며 그들의 행동을 우습게 여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