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분이 좀 그러니까, 그 친구에 대한 사용설명서 한 장 써드릴게요. 제가 왜 이렇게 거창하게 얘기하냐면,
이 종이 한 장이면 당신은 그 친구를 '갖는'겁니다.
다만 거기엔 책임이 따라요. 그 친구는 장미 같아서 매력적이고 화려해 보이지만.. 꽃만 사랑할 수 없습니다 가시까지 사랑해야 하죠.
일단 그 친구에게 어쭙잖은 위로를 건네지 마십시오. 그럴 거면 차라리 돈으로 주세요. 1초당 1원 계산하면 하루에 86400원입니다. 지속적으로 송금하는 게 그 친구에게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고마워할 거고요.
정상인이 보기에는 과거에 갇혀있는 그 친구가 아주 답답해 보이겠지요. 무슨 포르노 영화도 아니고 스스로 제 살 깎아먹는 행동을 왜 그리 지난하게 하는지 이해 안 되실 거예요. 문제가 있으면 그걸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그게 정상적이지 않아요? 거기에 감상적으로, 자기 연민에 빠져서 몇 날 며칠, 몇 달 몇 년이고 그러는 게 도저히 이해 안 가실 줄로 압니다.
그게 이유가 있는데, 그 친구가 힘들었던 그 시점에서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파묻혀 있어서 그렇습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빠져드는 늪 같은 곳에서요. 아니 어쩌면 그곳에서 질식해서 이미 죽었을 겁니다. 그 아이는 누구 손을 잡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냥 그렇게 질식해 버렸어요. 아이의 잘못이 아녜요 아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때 왜 그랬어?' '그게 최선이었어?'라는 말로 또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아프고 힘들었던 그 긴 시간만큼 견뎌내고 또 회복해 낼 겁니다. 재촉하지 말고 옆에서 가만히 바라봐주세요.
그 친구는 진돗개 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어요.(개 같다는 게 아니고 그만큼 의리 있고 성실하다는 의미예요;; 아니 그렇잖아요. 그리고 요새 개만도 못한 사람들도 많아서 진돗개 같다고 하는 건 엄청난 칭찬입니다)
정말 용감하고 똑똑할 뿐만 아니라 당신에게 솔직하고 충실한 그 최후의 한 명입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인데, 당신에게 칼을 들고 달려드는 무뢰한을 물어뜯을 각오로 돌진할 거예요. 자신이 주인 대신 칼에 찔리지는 않을까 하는 계산이 아예 없다는 이야기지요.
그러니 그 친구를 아껴주세요. 저 대신 맛있는 것도 사주고 많이 귀여워해주고, 또 아픈 것 같으면 잡아끌고 병원에도 데려가시고요. 이건 비밀인데,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달달한 핫초코와 함께 고디바 초콜릿이라도 한 조각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안부를 묻는 무심한듯한 인사는 필수고요. 그런 노래가사가 있던데요. 다이아반지보다는 꽃 한 송이. 꽃보다는 당신 미소에 반하는 게 그게 또 사랑의 정수라고요.
이 설명서는 보는 즉시 외우시고, 바로 폐기해 주세요.
혹여나 제가 줬다는 이야기를 발설한다면..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