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유학파

철저히 개처럼 살 것.

by 밤호랑이

고백하건대, 나는 사실 개처럼 살았다. 무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이제는 회복했다는 증빙으로 여기에 제출한다.

내 인생은 개 같다는 중2병 의 자기혐오에서 벗어나 성인이 되어서는 말 그대로 개차반처럼 굴었다. 가까스로 마음을 다 잡았던 2022년 가을, 소중한 사람이 하늘로 떠났고 그 길로 나는 이성의 끈을 놔버렸다. 부모님은 내 호적을 파고 싶어 했고,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 아이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리고 경찰이 우리 집을 방문했었다.

산신령 같은 내 친구가 권한 책,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다소 파격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너무도 매력적이다. 당장 서평을 쓰고 싶을 만큼.



사실 나는 개가 아니었다. 개만도 못한 인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능하다면 나는 진짜 멋있는 개, 어쩌면 말라뮤트나 스키 혹시 더 가능하다면 사모예드가 되고 싶다.




견유학파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안티스게네스가 만든 고대그리스 철학의 한 학파로 쉽게 말하면 '개 같은 삶'을 살자는 것이다.(놀랍게도 '견'자가 개 견을 의미한다)

개처럼 자신의 자연스러운 본성에 따라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며, 행복은 외적인 조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일체의 '사회적 습관'과 '문화적 생활'을 경멸하고 구걸로 생계를 이어가는 등의 '개 같은 삶'을 추구했던 것이었다.

행복은 외적인 조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되도록 자신의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 by 나무위키


그중 내가 반해버린 견유학파 디오게네스.

나는 '알렉산더, 대왕'이라고 소개하는 자 앞에서 '나는 디오게네스, 개다'라고 얘기했고,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그의 말에 '내 앞에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비키라'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아버지 필로포스 대왕이 자신의 권력을 견제하는 철학자들을 하나둘씩 위협하거나 제거하는 시점에 디오게네스의 정체를 물었을 때 '나는 네 탐욕의 정찰병이다'라고 했다.


플라톤은 그를 일컬어 미친 소크라테스라고 했고, 알렉산더는 '만약 내가 자신이 아니라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체와 쇼펜하우어가 찬사를 보낸 디오게네스. 나도 그 양반을 만나보고 싶다.

세계시민사상_만인평등의 주체가 되는 '코스모폴리탄', 냉소의 단어를 뜻하는 '시니컬'의 어원이 그에게서, 견유학파에게서 나왔다.




당신이 나를 개처럼 대했으니, "나도 개처럼 행동한 것뿐이오.”

왜 하필 '개'냐는 질문에,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 뭔가를 주는 자에게는 꼬리를 치며 반기고, 아무것도 주지 않는 자에게는 시끄럽게 짖어대고, 내게 나쁜 짓을 하는 자는 물어버리기 때문이지"




인생의 책장이 있다면 셔터를 내리고, 삶을 그만 매듭짓고 싶다는 친구가 여행에서 무사히 잘 돌아오길 바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살아갈 이유를 많이 발견해서 악착 같이 살아갈 힘을 얻고 돌아오면 좋겠다.

그나저나 오늘 새벽, 성공적인 여행을 바라기라도 하는 듯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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