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세요?
자꾸 생각나게 하고 갈증 나게 하고
그 기억하고 싶지 않던 장면들을 떠오르게 하는
일련의 순간들이 얼마나 저를 짜증 나게 하고 당황하게 하는지.
이젠 기대하는 것도 없고 기다리는 것도 없는 냉담한 사람이 돼버린 저에게 왜 이제와 이러시는 건지.
저는요 또 뭔가 기대하게 되고 바라게 되고 결국엔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더 굳건하게 닫게 되는, 그 레퍼토리가 너무 싫어요.
알만한 분이 왜 그러세요?
그때 어디 계셨어요, 돈이 필요하시다면 대출이라도 받았을 거고 부득이하게 내 생명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심장이고 간이고 콩팥이고 기꺼이 다 떼냈을 겁니다.
그런데 왜 이제야.
저는 그게 두렵습니다.
애초에 컵라면에 심플하게 참치마요김밥 땡 하고 헤어질 거였으면 웃으면서 얘기하고 깔끔했을 건데,
당신을 내 삶에 초대하려고 하니까 그게 겁이 납니다.
전 제일 근사한 일식 레스토랑들을 알아볼 거고, 오픈시간은 언제고 가격대는 얼마인지 그리고 어떤 메뉴가 있고 어떤 자리가 제일 분위기 있는지, 그래도 결과적으로 과연 당신 마음에 들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해서 그게 두렵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핫초코도 타 드릴게요. 고디바 그것의 맛은 안 날지 모르겠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텀블러에 마시멜로가 들어있는 정말 맛있는 그 핫초코 말이에요.
당신은 항상 그 자리에서 사람 좋은 웃음으로 두 팔 벌리고 있을 것을 알아서. 내가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당신의 상처, 아픈 얘기들, 끔찍한 과거들 그게 다 보일 건데 내가 감당이나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더러운 짓만 골라서 하고 그걸 또 꽁꽁 숨기고 살아온 내가 드러날 텐데 감당 가능하시겠어요..?
생각해 보니까요.
무서운 게 사실이지만, 저는 한 걸음 내디뎌 봅니다. 비싼 신발이며 양말이며 싹 다 벗어놓고 한 걸음 더 가보려고요.
너무 힘들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고 얘기하더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