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charist
이게 최고급 와규라면서요 이거 세트가 제 일당인데 ㅋㅋ 이걸 어떻게 먹어요. 일단 사주시니까 맛있게 먹겠습니다만, 아니 그리고 이 위스키는 제가 삼일동안 일해야 살 수 있는 거잖아요 ㅋㅋㅋ 근데 바틀도 예쁘고 향도 좋아요, 역시 비싼 값을 하나 봐요.
그런데 그때뿐입니다. 맛도 있고 적당히 취기도 올라서 기분은 좋은데 현실은 그대로입니다. 뭐 하나 바뀐 게 없습니다. 내일이면 또 출근해야 하고 나 자신과 가족을 챙기다 보면 신경 쓸게 계속 생기겠지요. 6월까지 회사 법인차를 바꿔야 하는데 그 계약을 제가 맡았습니다. 전임자도 잘 모르는걸 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 진급은 언제 해요 이 월급 받아서 대출금 내는 것도 빠듯합니다 생활비는 생각도 안 했는데.
유감입니다.
맛대가리 없는 포도주는 딱 대형마트에서 떨이한 것 같네요. 와인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꽝이에요. 그리고 어떤 날은 스펀지케이크 어떤 날은 전병인지 뭔지로 기념이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2천 년이 지난 지금 이게 무슨 의미예요 대체. 어떤 사람은 밤늦게 회식하고 왔는지 술냄새가 아직도 나고 어떤 사람은 뉴스에 나올법한 짓만 골라하면서 회개하러 왔대요. 친구들이 저보고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저보고 교회 다니는데 왜 그렇게 막 사냐고 해요. 거기에 덧붙이지는 않았지만 눈빛이 딱 '네가 믿는 신이 너 안 도와줘?'예요. 근데 포도주 마시고 빵에.. 이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유감입니다.
라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오늘은 좀 이상합니다. 옆에 사람들도 많은데 갑자기 뭔가 북받쳐 올라서 이를 악물었습니다. 이상하게 막 울고 싶고 마음이 슬퍼집니다.
포도주에서 피냄새가 나서 삼키기가 곤란합니다. 빵조각이 입안을 금세 텁텁하게 하더니 심한 가뭄을 만난 논바닥 마냥 제 마음이 쩍쩍 갈라집니다.
생각해 보니까 당신을 조롱하고 괴롭혔던 게 다름 아닌 나였던걸 깨달아서 고개를 숙이고 어린아이 마냥 엉엉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