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by 밤호랑이

중학교 졸업 후 연락이 끊긴 그와 다시 연락을 하며 소식을 주고받게 된 건 어떻게 보면 인연 혹은 기적.

개명 전 그의 이름은 봄의 기운이 가득하다는 의미를 가졌었다. 다소 촌스러운 이름을 우리는 항상 놀렸었지. 체력장은 항상 '특급'이었고, 나보다 키도 크고 운동도 만능인 그는 마치 적토마 같았다. 피부도 까무잡잡했고.

3년 전에 늦깎이 결혼을 하며 웨딩사진을 올렸길래 축하를 해주고 싶었다. 내 카톡목록에 어떻게 그 친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연락처는 계속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성인이 돼서 누군가의 결혼식장에서 만났을까? 어찌 됐든 결혼은 인륜지대사. 축하해주고 싶었다.

내 오지랖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 작은 성의에 친구는 정말 놀라면서 내가 축의 한 만큼 그대로 기프티콘으로 돌려줬었다. 그렇게 연락이 되어 신혼여행 가는 길에 그 친구를 배웅했다. 성인이 되어 만난 적이 없다면 22년 만에 얼굴을 본 것이었다.


그 친구를 오늘 새벽에 한번 더 볼 기회가 있었다. 신혼여행 후 3년 만인데, 이번엔 귀여운 아이가 함께 있었다. 같이 일본여행을 가는데, 10년 만에 처음 연차를 쓰고 해외를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3년 동안 나는 중독에서 많이 벗어났으며, 그는 그렇게 기다리던 아빠가 되었다. 아마도 우리는 같은 시간 속에 견디는 시간을 보냈으리라. 여전히 '너 어디 산다고 했지?' '결혼을 몇 년도에 했지?' '자녀가 몇 살이지?'와 같은 인사를 매번 주고받지만 마음만은 통한다는 사실을 안다.

오랜만에 친구와 조우하여 기분이 참 좋았다. 친구를 배웅하고 공항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외국인 커플이 머뭇거리며 길을 찾고 있었다. 키가 멀쑥한 백인 커플을 지나치다가 내가 선뜻 안내해주고 싶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20시간 환승시간을 얻은 뉴요커 커플. 서울을 잠시 구경하기 위해 공항철도를 타려는 길이었다. 출장으로 중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는데, 한국은 처음이라고 한다.


내 친구는 나보고 왜 그렇게 다른 사람한테 친절하려고 애쓰냐고, 왜 '자비'를 베푸냐고 이해 못 한다는 반응인데, 난 그냥 내 기질이라고 했다. 어쩌면 친절하고 샹냥했던 부모님, 내 친구들. 그런데 그렇게 간절하게 도움을 받고 싶어 했던, 정답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내가 착한 아이처럼 행동하면 다들 날 좋아해 주지 않을까 하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 지금은 키도 크고 몸집도 커졌으며 얼굴도 변했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와 동행하는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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