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alms 51:3

by 밤호랑이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바쁘게 살아도 문득 고요한 틈에 스며든다.

그날의 말, 그날의 표정, 그날의 선택. 그때는 괜찮다고 믿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이상할 만큼 또렷하다.

마치 오래된 흉터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도 결코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가끔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이제는 괜찮겠지.”

하지만 마음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잘못의 그림자는 나보다 한발 앞서 걷는다.

내가 아무리 다른 길로 돌더라도, 그것은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린다.

내 잘못이 항상 내 앞에 있다. 이건 누구의 고백이 아니라, 어쩌면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피해 다니는 데에 꽤 능숙하다.

일로, 관계로, 혹은 웃음으로.

하지만 모든 소음이 멎은 순간, 결국 남는 건 자기 자신뿐이다.

그때 보게 된다. 합리화했던 말들, 미뤄두었던 사과, 스스로 속였던 마음들.

그것들이 조용히 돌아와 나를 바라본다.

“그때의 넌 정말 괜찮았어?” 하고 묻는다.

그 질문 앞에서는 어떤 말로도 도망칠 수 없다.

부끄럽지만, 그 부끄러움이 진실의 시작이 된다.


사람들은 말한다. 잊어야 편해진다고.

하지만 어떤 잘못은 잊지 않음으로써 우리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그것이 내 앞에 계속 서 있는 이유는,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는 같은 길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늘 어딘가 부족하고, 그래서 더 깊어질 수 있다.

그 기억이 나를 옭아매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사람답게 만든다.

그때의 후회가 나를 부드럽게 하고, 누군가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잘못을 없애는 여정이 아니라, 잘못을 품고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간.

그 잘못이 내 앞에 서 있더라도, 나는 그 옆을 지나 다시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그게 어른이 된다는 것, 혹은 용서라는 말의 다른 얼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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