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바쁘게 살아도 문득 고요한 틈에 스며든다.
그날의 말, 그날의 표정, 그날의 선택. 그때는 괜찮다고 믿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이상할 만큼 또렷하다.
마치 오래된 흉터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도 결코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가끔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이제는 괜찮겠지.”
하지만 마음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잘못의 그림자는 나보다 한발 앞서 걷는다.
내가 아무리 다른 길로 돌더라도, 그것은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린다.
내 잘못이 항상 내 앞에 있다. 이건 누구의 고백이 아니라, 어쩌면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피해 다니는 데에 꽤 능숙하다.
일로, 관계로, 혹은 웃음으로.
하지만 모든 소음이 멎은 순간, 결국 남는 건 자기 자신뿐이다.
그때 보게 된다. 합리화했던 말들, 미뤄두었던 사과, 스스로 속였던 마음들.
그것들이 조용히 돌아와 나를 바라본다.
“그때의 넌 정말 괜찮았어?” 하고 묻는다.
그 질문 앞에서는 어떤 말로도 도망칠 수 없다.
부끄럽지만, 그 부끄러움이 진실의 시작이 된다.
사람들은 말한다. 잊어야 편해진다고.
하지만 어떤 잘못은 잊지 않음으로써 우리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그것이 내 앞에 계속 서 있는 이유는,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는 같은 길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늘 어딘가 부족하고, 그래서 더 깊어질 수 있다.
그 기억이 나를 옭아매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사람답게 만든다.
그때의 후회가 나를 부드럽게 하고, 누군가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잘못을 없애는 여정이 아니라, 잘못을 품고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간.
그 잘못이 내 앞에 서 있더라도, 나는 그 옆을 지나 다시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그게 어른이 된다는 것, 혹은 용서라는 말의 다른 얼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