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없는 시모ㅣ뒷담화 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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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빨강판이나 초록 맘 카페에 올라오는 사연들을 둘러본다. 작정하고 찾아 나서서 대리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있고 예기치 않게 빅데이터가 걸러주는 사연들이 눈에 띄는 날도 있다. 오늘은 인스타에서 하나의 피드를 발견하였다. 사진에는 어여쁜 떡케이크가 꽃 모양을 하고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고 랜선 며느리는 시아버지 생신을 위해 맞춤으로 주문하였노라 쓰여있었다. 그리고 그걸 남편에게 들려 보냈더니 시어미니의 첫마디는 왜인지 고맙다 예쁜다 혹은 고생했다가 아니었다.
케이크가 너무 무거워서 우리 아들이 너무 고생했겠다.
랜선 며느리는 그 한마디에 우스워 죽는 줄 알았노라 사연을 적어놓았고 시모와는 영원히 친해지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분명 떡집 주인장이 젤 고생한 그 떡케이크의 사연은 왜인지 좋은 마음으로 날짜에 맞춰 미리 맞춤예약까지 수고스럽게 해낸 며느리도 아닌 당신의 아들에게만 향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결국 그 며느리의 시어머니도 자신의 반려인 이자 그날 주인공인 시아버지보다 낳아 길러 아까워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결혼시킨 아들에게 온갖 정신이 다 쓰이나 보다.
어떤 날에는 나의 시모가 던진 한마디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있다. 중요한 포인트가 분명 이것이 아니었음에도 어머님은 늘 아들이 안쓰러우신가 보다. 그래서 나도 시가에 가는 날이면 대문 앞에 서있기 전부터 아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 훨씬 이전부터 당신의 아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는지를 살핀다. 내가 끼고 이고 짊어지더라도 나 또한 모든 짐을 들고 그곳에 등장하는 편이다.
매번 아들 아까워 안달나지 마시고
중요한 포인트 좀 알아나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