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비매품 전문 작가'라고 소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고 싶은데, 글만 쓰고 살 수는 없었기에 다른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글을 썼다.
책이 될 분량을 쓸 시간도 없으니 가능한 선에서 조각조각 쓰기도 하고 지원 사업 참여를 통해 마감 기한에 기대어 글을 완성하기도 했다.
헤아려보니 지금까지 약 10건 정도의 시·에세이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을 통해 쓰게 된 <터닝포인트 인천>도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새벽까지 근무하던 어느 날, 뭐든 쓰고 싶어서 지나간 순간을 엮어 가볍게 적어냈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었지만, 책으로 엮어낼만한 볼륨은 아니라서 저장해두었던 글을 꺼내서 틈나는대로 고쳐서 브런치에 올리기로 했다. 오늘이 있기까지 필요한 과정이었기에 파일로 저장해두기에는 조금 아까워서 약간 다듬어서 올리기로 했다. 언젠가는 원반인으로 사는 여정을 엮어 책으로 내고 싶다! 언제든,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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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은 이동과 이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오래 산 지역은 고향인 장흥(1990~2009, 약 19년)이다.
간발의 차이로 서울(2015~2023, 약 8년),
그다음이 인천(2009~2015, 약 6년)이다.
지금은 원주(2024~2025, 약 1년)에 살고 있다.
사이 사이에 덴마크에서 1년, 필리핀에서 6개월(+이제는 셀 수 없는 20번 이상의 방문까지...!)까지
살면서 짧게나마 국제 이주도 경험했다.
움직이는 힘은 살아갈 힘이 되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재밌게 살고 있다.
인천으로의 이주가 내 삶에서 중요한 이유는 이사나 전학 경험 없이 살면서 처음 맞닥뜨린 문화 혼란, 결합, 교류 그리고 충돌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하게는 젓갈이 적게 든 허여멀건 김치가 어색했다거나, 양념이 거의 들어있지 않은 '닭 한 마리'라는 음식을 처음 접했던 순간이 기억난다.
전라도 사투리를 진하게 쓰던 장흥의 딸이 사람들의 웃음을 뒤로하고 1년도 되지 않는 시간 사이에 표준어를 구사하는 빠른 적응력과 흡수력도 발견했다. 학교 근처 대신 지하철 1호선 근처에 살기로 정한 것도 삶에서 중요한 기준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에 연습이 되었다.
2023 인천문화재단 <청년문화예술 모임 지원> 팀 '요즘너네'의 구성원은 총 3명이다.
우리는 전 직장 동료이자 친구이다. 그리고 인천의 토박이(상미), 인천을 이탈한 이주민(히라), 인천에 새로 들어온 이주민(예지)이라는 특징이 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돌아다닌 인천은 많은 것이 달라지기도 했고, 또 많은 것이 그대로 남아있기도 했다. 살면서 좋은 기억만큼이나 힘들고 무서웠던 기억도 많았기 때문에 그 모든 기억을 차근차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지금 살아가는 삶의 흐름을 받아들이는데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작가 소개>
필명은 히라, 태어나서 받은 이름은 김희라.
2009년~2015년까지 약 7년, 대학교 입학을 계기로 졸업 후 그 해까지 인천에서 살았다. 지금은 요즘너네 친구들이 사는 동네가 되어 새롭고도 낯선 시선으로 인천을 바라보고 있다.
# 프롤로그
태어나 처음 경험한 인천으로의 이주. 학업, 일자리 같은 환경에 의해 반드시 해야만 했다. 이주가 한 개인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본다. 현재를 말하고 싶어서, 미래로 가고 싶어서 과거를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