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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Jul 10. 2024

대기업 이직 면접에 떨어진 날,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무계획 퇴사 전, 교육담당자로 12년 넘게 근무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같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직무가 나와 맞는 부분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결국 퇴사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내가 원치 않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HRD는 월급쟁이 치고 창조적인 편이고 매번 새로운 것을 준비해야 하는 점은 나와 맞았다. 그러나 EBS가 아무리 펭수로 창의적인 콘텐츠를 내놓아도 교육방송이듯 내 기준 노잼이라는 한계점은 있었다. 그리고 영업직처럼 수치로 분명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점, 그래서 근무 태도나 상사의 주관에 의해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나와 맞지 않았다. 회사에서 돈을 버는 직무가 아니기에 입지에도 명확한 한계가 있었고 일할 때 보람을 느끼지도 못했다.


입사초부터 교육 업무를 평생업으로 삼고 싶지 않았다. 그때부터 회사는 돈벌이 수단이었다. 대기업군을 다녔기 때문에 급여와 워라밸이 나쁘지 않았다. 적당히 일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퇴근 후에는 직무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자기 계발보다는 회사 밖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글쓰기, 이모티콘, 유튜브, 사이드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바빴다. 직무 관련 필요한 내용은 회사 업무 시간에 한해 스터디했고, 교육도 회사에서 비용을 대주는 것만 수강했다. 물론 이런 교육은 내 손으로 찾아 자발적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이었지만 업무시간 외적으로 노력하거나 사비를 들이지는 않았다. 열심히 한다는 교육담당자들이 으레 하는 석사나 데이터 분석 같이 비싼 돈 들여하는 전문적인 스터디와는 거리가 있었다. 코앞에 있는 과제를 해치우려는 요량으로 도태되지 않으려는 수준의 노력을 했다. 연명에 가까웠다.


커리어 욕심은 없었지만 이직은 계속 시도했다. 현재 회사에서 견디기 어려웠을 때나 더 나은 처우를 위해 찾는 탈출구였다. 절실하지는 않았기에 적극적인 시도는 아니었다. 대부분 헤드헌터를 통했고 회사도 카카오, SK, 신세계, 롯데 등 굴지의 대기업만 골라서 지원했다. 운이 좋게도 모두 서류를 통과했다. 그리고 이들 중 가장 최근에 본 면접에서 탈락 문자메시지를 받은 날, 퇴사를 결정했다. 현 회사에서 이직과 퇴사 이후 삶에 대한 준비를 병행할 수 있음에도 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4년간 최상위 대기업 다섯 군데의 면접을 보고 탈락하며 느꼈던 한계 때문이다. 덕분에 더욱 미련없이 무계획으로 퇴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세요?

면접관의 말에 “저는 석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산업군 직원들의 성장을 지원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OO사에서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라고 멋쩍게 대답했다. ‘석사는 하지 않았지만…’이라는 말이 내가 생각해도 궁색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탈락이었다. 적당히 연명하는 것으로는 이제 힘들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내가 이직을 하고 싶은 좋은 자리는 10년간 직무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직무에만 집중해 치열하게 살아내 온 사람의 자리였다. 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겠구나.’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는 15년, 20년 차가 되면 더 심해질 것 같았다. 10년 차 이상이 되면 성의 있는 노력을 통해 전문성 확보하지 않으면 상향 이직은 어려웠다. 이직을 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 했다.


나는 지금 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5년 뒤에도 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5년, 아니 1년 뒤에도 하기 싫은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안 좋은 조건으로 눈을 낮추기도 싫었다. 커리어에 욕심이 없다고는 했지만 현재 회사에서도 새로운 일을 계속 벌이며 나름대로는 성장을 챙기고 있었다. 교육 업무에서 회사 규모는 업무 퀄리티와 성장 기회와도 같은데 탈출을 위해 더 안 좋은 조건으로 향하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였다.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직무에서 성장하려는 의지에 비해 직장인으로서 회사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높았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탈락 문자 수신과 함께 퇴사를 결정했다. 더 잘하고 싶어서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다른 일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더 늦기 전에 나와 맞는 일, 재미있는 일을 만나고 싶다.


마지막 면접을 본 날, 면접 대기실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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